“흡연자에 세금 떠넘겨” “이참에 아예 담배 끊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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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인상 발표 양갈래 표정

담뱃값 인상안이 발표된 11일 ‘흡연파’들은 일제히 불만을 터뜨렸다. “정부가 세수(稅收) 확보를 위해 서민들의 주머니만 털겠다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금연은 전 세계적인 추세”라며 환영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잘됐다. 이참에 담배를 끊겠다”는 흡연자도 있었다. 시민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사안이어서인지 이날 하루만큼은 곳곳에서 담뱃값 문제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흡연자들은 주로 담뱃값 인상이 정부의 ‘세수 확보책’이라고 비판했다. 회사원 유승현 씨(30)는 “담뱃값을 올려도 대부분의 흡연자는 담배를 피울 것”이라며 “정부가 손쉽게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가격을 올리면서 ‘국민 건강’이라는 핑계를 대고 있다”고 주장했다.

군인이나 학생, 노인 등 흡연율이 높고 경제력이 낮은 계층의 불만도 컸다. 퇴직자 김현수 씨(61)는 “나같이 할 일 없는 퇴직자들에게는 흡연이 유일한 낙”이라며 “스트레스를 풀려고 담배를 피우는데 이제는 담배를 피우면서 스트레스를 받게 생겼다”며 낙담했다.

대학생 이진훈 씨(23)는 “대학생 용돈에 담뱃값 인상은 청천벽력이다. 돈이 없으면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정부 정책은 결국 ‘무전유죄, 유전무죄’랑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육군 25사단에 근무하는 김모 병장(22)은 “지금은 예전과 달리 담배 보급이 없다”며 “월급 14만 원으로 담뱃값을 감당할 수 없으니 담배를 끊는 군인이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주부 정호정 씨(53·여)는 “아들이 담뱃값 인상 소식에 금연을 선언했다”며 “개인적으로 담뱃값 인상은 반가운 소식”이라고 말했다.

담배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상인들 사이에서는 반응이 엇갈렸다. 수입 담배를 취급하는 서울 남대문시장 상가 상인들은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다. 양주나 외국산 과자를 판매하는 상가 내 상점들은 이른바 ‘보따리 장사’들이 미국과 일본, 중국 등에서 들여온 외국 담배도 판매하고 있다. 11일 만난 한 상인은 “국산 담배 가격이 오르면 (외국 담배) 매출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반겼다. 이곳에서 파는 수입 담배 가격은 한 갑에 4000∼5000원 선이다. 반면 담배를 낱개로 파는 ‘가치담배’ 판매상들은 울상을 지었다. 서울 종로구 일대의 담배 가판대에서는 가치담배 1개비를 200원에 팔고 있다. 판매상 박모 씨(75)는 “담뱃값이 4500원으로 오르면 1개비에 500원은 받아야 한다”며 “많이 팔아야 하루 한 갑 파는데 이제 그마저도 팔기 힘들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일부에선 ‘사재기’ 조짐도 보였다. 이날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담뱃값 인상 발표를 하루 앞둔 10일(대체휴일) A편의점의 전체 담배 판매는 전주 같은 요일(9월 3일)보다 33.6% 늘었다. 보통 휴일에는 담배 판매량이 평일보다 떨어지지만 정부 발표가 예고되면서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B편의점과 C편의점 역시 같은 기간 각각 31.2%, 32.9% 담배 판매가 늘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사재기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A편의점 관계자는 “과거에도 담뱃값 인상 논란이 있었던 때에 판매량이 오르는 경우가 있었다. 아직까지는 국회 통과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에 담배 판매량 증가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진 psjin@donga.com·황성호·최고야 기자


#흡연자#세금#담배값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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