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철수 현상’ 3년 만에 허망하게 끝나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일 03시 00분


그제 오전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의 눈가에는 눈물이 비쳤다. 비공개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7·30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공동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힌 직후였다. 그는 비장한 표정으로 “대표로서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짧게 말한 뒤 기자들 질문도 받지 않고 떠났다. 제1야당을 이끈 지도자로서 책임 있는 모습은 아니었다. 2011년 새 정치지도자를 바라는 국민 앞에 구세주처럼 나타났던 ‘안철수 현상’, 그리고 안 대표의 상징이었던 ‘새 정치’는 이렇게 허망하게 간판을 내렸다.

올 3월 민주당의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의 안철수 의원이 통합 신당을 창당하기로 합의한 순간부터 ‘참패의 씨앗’은 잉태됐다. 양당의 통합은 오로지 지방선거 판도를 새누리당과의 양자 구도로 바꾸려는 정략적 계산의 산물이었다. 원칙 없는 야합(野合)으로 새 정치 아닌 ‘헌 정치’라는 비판이 거셌다. 안 대표는 정치적 고비마다 간만 보다 결국엔 철수(撤收)했다. 서울시장 후보 양보를 시작으로 대선후보, 신당창당, 기초선거 무공천, 동작을 공천 후퇴까지 무려 다섯 번이다. 이렇게 해도 새 정치요, 저렇게 해도 새 정치니 국민은 따라오기만 하라는 ‘오만의 정치’가 아닐 수 없다.

말로는 새 정치를 외치면서 안 대표는 구태정치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재·보선 전략공천 과정에서 그는 차기 대선을 노린 정치공학인지 광주 광산을에 천정배 전 의원을 배제하고, 권은희 후보를 꽂아 엄청난 역풍을 불렀다. ‘권은희만 살고 다 죽었다’는 말까지 나왔다. 어떻게든 이기고 보자는 구태는 정의당과의 명분 없는 후보 단일화로 재현됐다. 결국 제1야당 대표로서 탁월한 정치력도, 리더십도 보이지 못한 채 좌초한 것이다. 그가 현실정치에 뛰어든 순간부터 허상이 하나씩 벗겨지기 시작하면서 김종인 윤여준 최장집 같은 멘토 그룹도 줄줄이 떠났다. 윤여준 씨는 “안 대표가 임기를 채웠다면 정치 밑천이 드러났을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대표직 사퇴로 여섯 번째 철수를 기록한 그가 20개월 뒤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재기할 수 있을 것인가. 그는 기성정치의 불신에 편승했지만 애당초 새 정치를 실천할 철학도, 의지와 능력도 빈곤했다. 걸핏하면 물러서는 ‘철수 정치’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 다음 기회는 오지 않을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안철수#7·30 재·보선#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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