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보금稅 최대 200억 낼수도… 재계 “유례없는 경영간섭”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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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 2기 경제정책 방향]기업소득 환류세제 논란

대한상의, 제주도서 경제 대도약 논의 대한상공회의소가 24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제39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전문가들이 ‘혁신을 통한 경제 대도약,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 이번 포럼에서는 기업소득환류세제, 통상임금, 내수 활성화 등이 주요 이슈로 다뤄졌다. 대한상의 제공
대한상의, 제주도서 경제 대도약 논의 대한상공회의소가 24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제39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전문가들이 ‘혁신을 통한 경제 대도약,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 이번 포럼에서는 기업소득환류세제, 통상임금, 내수 활성화 등이 주요 이슈로 다뤄졌다. 대한상의 제공
정부가 24일 내놓은 새 경제팀 경제정책 방향의 초점은 ‘3대 가계소득 증대세제 패키지’에 맞춰져 있다. 임금, 배당을 늘리는 기업에 혜택을 주는 세제와 동시에 도입하기로 한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국내외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제도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지도에 없는 길을 가야 할지도 모른다”고 밝힌 것도 이 정책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 대기업 세(稅)부담 늘어날 듯


기업소득 환류세제 도입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기업들이 한 해 동안 거둔 이익에서 법인세를 차감한 뒤 적정 수준의 유보금과 투자, 배당, 임금 증가에 사용한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이익에 추가로 법인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추가로 물릴 법인세의 세율은 3% 정도, 부과 기준이 되는 ‘적정 유보율’은 50%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8월 초 세법 개정안에 포함돼 발표된다. 다만 정부가 한 해 이익을 임금이나 투자에 돌리는 기간을 2, 3년 유예하기로 해 내년 초부터 이 제도가 시행돼도 처음 세금을 내는 시점은 빨라야 2017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세무사, 회계사들의 도움을 받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SK, 현대중공업 등 5개 주요 대기업의 2011년 당기순이익을 분석해 세 부담을 추산해본 결과 삼성전자, SK, 현대중공업 등 3곳은 추가 세금을 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산된 세금 부담액은 현대중공업이 206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전자 135억 원, SK가 39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는 2011년 10조481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뒤 2012, 2013년에 배당과 설비투자, 임금 증가에 4조5700억 원을 사용했다. 적정 유보율을 50%로 잡으면 최종 과세대상 이익은 4540억 원이 된다. 세금을 피하려면 배당, 투자, 임금 증가에 4500억 원 이상을 더 써야 했다는 의미다. 현대중공업의 세 부담이 큰 것은 2012년의 구조조정으로 직원들에 대한 임금지급액이 2011년보다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반면 2011년에 각각 5조8700억 원, 4조657억 원의 순이익을 낸 현대자동차와 포스코는 대규모 설비가 필요한 산업 특성상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기준으로 주요 대기업들이 세금을 추가로 낼 경우 전체 기업의 추가 부담은 최대 수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부과 기준이 되는 적정 유보율이 높아지거나 설비투자 외에 개발비 등도 투자에 포함시키면 세 부담은 줄어들게 된다.

기업 이익을 임금, 투자에 사용하지 않으면 세금을 추가로 징수하는 세제는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다. 미국 일본 등은 과도한 사내 유보로 세금을 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배당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에만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물린다. 또 미국은 과세 대상 기업이 조세 회피 목적으로 사내 유보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세금을 부과하지 않으며, 일본은 3명 이하의 주주가 소유한 비상장 ‘가족기업’만 대상으로 하고 있다.

○ 임금, 배당 늘린 기업은 세금 감면

정부는 임금을 인상하고 투자, 배당을 늘린 기업에는 다양한 세제 혜택을 줄 방침이다. 우선 내년부터 근로소득 증대세제를 도입해 평균임금을 최근 3년간 평균 상승률보다 높게 인상하는 기업에 초과분의 5∼10%를 세액공제해 주기로 했다.

배당을 늘리기 위해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배당소득세를 낮춰주는 배당소득 증대세제도 마련할 방침이다. 대기업 지분을 다수 보유한 연기금이 배당을 늘리는 방향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연기금 주주권 행사를 막는 규제도 완화한다. 또 서비스업에 대한 고용창출투자세액 추가 공제율을 1%포인트 높이는 등 서비스업 투자 유인 방안도 내놨다.

최경환 부총리는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세수를 ‘제로(0)’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기업의 이익이 가계소득으로 흘러가도록 하는 것이 목적인 만큼 오해를 받지 않도록 제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기업소득 환류세제가 ‘경영 간섭’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각 기업의 특성이 다른 만큼 쌓아둬야 할 사내 유보금의 수준이 다른데도 정부가 적정 유보율을 강제하면 기업의 위기 대응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중 과세’ 논란이 제기될 소지도 있다. 법인세를 부과하고 남은 당기순이익 중 일부에 다시 세금을 부과하는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명백한 ‘2중 과세’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추가 과세 시 적용하는 세율이 기존 법인세율과 다르고 지방소득세처럼 같은 과세표준에 추가 과세한 사례가 있어 이중 과세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야당도 이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인 윤호중 의원은 “기업이 근로소득보다 배당소득을 높이는 데에 집착할 게 뻔해 대주주, 외국인투자자들의 소득을 늘리는 데 세금을 지원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유보금#기업소득 환류세제#법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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