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효과 날 때까지”… 무제한 돈 풀어 민생 살리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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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 2기 경제정책 방향]41조 ‘한국판 양적완화’ 배경

정부가 24일 41조 원을 쏟아 붓는 내수 활성화 대책을 발표한 것은 부분적이고 일시적인 부양책으로는 장기침체 조짐을 보이는 한국 경제의 체질을 바꿔 정상 궤도로 올려놓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저성장, 저물가에 따른 내수 부진이 가계 소비와 기업의 투자를 짓누르는 상황에서는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중앙정부 주도의 ‘마중물 붓기’식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경환 경제팀이 이른바 ‘한국판 양적완화’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새 경제팀 출범 8일 만에 급조된 정책으로는 얼어붙은 소비와 투자를 살리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자칫 엉뚱한 곳에 나랏돈이 풀려 재정 낭비와 재정건전성 악화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 경기 살릴 총알 41조 원 무기한 투입

정부가 ‘확장 재정’이라는 기조에 따라 투입하기로 한 41조 원의 집행 계획을 보면 우선 국민주택기금, 신용보증기금 등 국회 동의 없이 지출을 늘릴 수 있는 기금을 끌어모으고 민자사업 보상금을 미리 지급하는 등의 방법으로 하반기 나랏돈 12조 원을 풀기로 했다. 여기에 산업은행 등 국책 금융기관의 정책금융을 확대하는 등 29조 원의 금융자금을 저리 대출 등의 형태로 투입할 방침이다. 특히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 한국은행까지 나서 중소기업 설비투자에 3조 원을 신규 지원키로 하는 등 2기 경제팀 전체가 부양책에 보조를 맞춘 셈이다.

정부 재정지출은 종료 기한을 못 박지 않았다는 점에서 투자 및 소비 심리 회복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반짝 부양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가 경제 전반에 확산되면서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임시방편적이고 부분적인 대응은 악순환만 초래할 뿐”이라며 “확실한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거시경제를 확장적으로 운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가 전례를 찾기 힘든 경기 부양에 나선 것은 경제주체인 가계와 기업의 심리가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민간소비 증가율이 올해 전년 대비 2%로 예상돼 상승 1년 만에 뒷걸음질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여기에 소비와 투자를 합친 내수 증가율 역시 3년째 3%를 넘지 못하고 있다.

실제 기재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의 63.2%, 전문가의 45.8%가 “경제 상황이 예상보다 나쁘다”고 답했다. 특히 전문가 41.8%는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민간 소비심리 회복’을 꼽으며 정부 대책을 주문했다.

올 하반기(7∼12월) 여건이 나아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재정 확대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1%에서 3.7%로 하향 조정했다. 2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전 분기 대비 0.6%)이 1년 9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내는 등 경기침체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 ‘곳간만 축낼라’ 재정건전성 우려 부상


문제는 결국 재정 상황이 ‘무제한 지출 확대’를 감당할 수 있느냐에 있다. 수치만 놓고 보면 한국의 재정 여건은 괜찮은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11.1%)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경기 회복으로 가계와 기업의 소득이 늘면 세수(稅收) 확대로 재정이 탄탄해지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수 침체에 따른 더블딥(경기 재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어 확장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기준금리 인하와 병행된다면 효과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확대 재정이 자칫 곳간만 축낼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2008년 28.0%에 불과했던 국가채무비율은 불과 6년 만에 5.8%포인트 높아졌다. 기초연금, 무상보육 등의 영향으로 나랏빚이 2017년에 610조 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날 나온 정책까지 반영하면 부채 규모는 더 늘어난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조정으로 대출 여력이 확대돼 이미 1000조 원을 돌파한 가계부채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경제정책#내수 활성화 대책#양적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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