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체성 담은 헌법, 유치원때부터 가르쳐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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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와 함께 하는 대한민국 헌법 이야기]<1>헌법을 알아야 하는 이유

김문현 헌법재판연구원장
김문현 헌법재판연구원장
머지않아 66번째 제헌절이다. 헌정 66년은 격동과 변화의 연속이었다. 한때 헌법은 장식에 불과했고 법이 아닌 대통령의 권위와 정치권력에 의해 국정이 운영되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누구도 헌법 위에 군림할 수 없고, 헌법에 따라 국가권력이 행사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보장되는 시대이다. 아직 헌정의 수준이 부족하고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긴 해도 우리나라는 입헌민주국가에 진입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헌법재판소 판례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 수도 이전 사건을 비롯하여 최근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 같은 국가적 중대 사안에서부터 아버지의 성을 따르도록 한 민법 규정이나 동성동본금혼규정, 군 가산점제, 인터넷 실명제, 과외 금지, 최저생계보호기준 등과 같은 국민 개개인의 일상생활에 관한 문제에까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가 헌법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헌법이 국민 생활 속에 살아있는 법이 되었다.

외견상으로는 입헌주의가 정착되고 있지만 헌법 정신이나 가치가 무시되거나 침해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국민 대표 기관으로서 공개 토론을 통해 최선의 정책을 찾아야 하는 국회가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국민의사를 수렴해야 할 정당정치는 갈등과 대립을 증폭시키고 있다. 법률을 만들면서 헌법에 어긋남이 없는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지는 않는지에 대한 검토도 아직 미흡하다. 국민에 대한 봉사자여야 할 공무원이 관피아니 전관예우니 하여 공직을 자신의 사익을 위해 이용하는 일도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헌법적 가치를 무시하는 일은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자신의 이익만을 중시하고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무시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인터넷공간에는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타인의 명예나 인격을 훼손하는 일이 흔하고 집회·시위의 자유라는 명분으로 법질서를 무시하고 타인에게 불편을 주는 일들이 빈번하다. 중립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교육의 장에까지 가르치는 사람의 정치성향이 그대로 전달되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민주주의가 타인의 주장에 대한 존중과 관용을 전제로 함에도 상대를 부정하는 행태가 만연하고 있다. 모두 헌법이 기초하고 있는 인권이나 민주주의, 법치주의에 대한 의식이 부족해서이다.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공직자는 물론이고 일반 국민의 헌법의식과 헌법에 대한 충성심을 고양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 생각된다. 헌법은 국가의 최고법이며 국가의 기본규칙을 정한 법이다. 헌법에는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가치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질서와 제도, 국민의 기본 권리와 의무가 담겨 있다. 거기에는 우리가 지향하는 나라는 어떤 모습이며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국민은, 정치는, 공직자들은 또 지도자는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합의가 담겨 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헌법에 모두 나타나 있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을 부정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모든 국민에게, 특히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헌법의식과 헌법교육이 중요한 이유이다. 미국이나 독일의 경우 공무원들에게 헌법 충성선서를 요구하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사람도 헌법에 충성할 것을 서약해야 한다. 또 헌법교육을 시민교육의 기본 내용으로 실시하고 있다. 초중등교육은 말할 것도 없고, 대학 강의도 인간의 존엄과 민주적 기본질서를 핵심으로 하는 헌법적 가치나 질서에 위배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도 대통령이 취임할 때 헌법을 준수할 것을 선서하지만 이런 의무는 대통령에게만 부과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공무원, 그리고 국민 모두의 기본의무라고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 산하 헌법재판연구원은 오랜 전통을 지닌 동아일보와 공동으로 우리 헌법의 내용을 처음부터 차곡차곡 새겨보고 함께 그 의미를 생각해보는 작업을 시작하기로 한다. 헌법 제1조의 민주공화국에서 출발하여 우리 헌법의 기본원리와 제도를 정한 헌법 제1장과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정한 헌법 제2장을 포함하여 우리 헌법의 130개 조문을 대강이라도 훑어보는 짧지 않은 여정이 될 것이다. 처음 시도하는 작업이다 보니 충분히 예상되는,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여러 가지 문제가 노정되겠지만 관심과 아울러 따뜻한 비판을 해주시기를 바란다.

김문현 헌법재판연구원장
#헌법#국민#생활#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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