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우현]세월호 참사를 악용하지 마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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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우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는 참으로 큰 충격이고 대비극이다. 이 대재난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서울지하철 부실사고,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장성 요양병원 사망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법보다 관행, 질서보다 기분 내키는 대로 하는 안전불감증, 한탕주의, 국가 이익보다 앞서는 조직 이해타산, 지역감정에 바탕을 둔 부패 사슬, 봉건적 관행을 이번에는 반드시 고치자.

그런데, 이 시점에서 엉뚱하게도 지난날 어렵게 이룬 신속한 산업화와 경제성장 자체에 원죄(原罪)가 있다는 주장이 고개를 든다. 규제 완화에 근본 문제가 있다는 말도 들린다. 그럴듯하지만 옳지 않다. 좁은 한반도, 부족한 자원 환경에서 산업화와 경제성장 노력, 규제 완화 정책 없이는 그나마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더 심각한 것은 비극 앞에 선 ‘비극적 태도’다. 이른바 “옳지, 드디어 찬스가 왔네”라는 사람들이다. 6·25전쟁이라는 대재난마저도 “옳지 찬스다”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다. 국민방위군 사건 주모자, 구호물자 도난 행위자, 염전 도난 행위자, 나아가 지리산과 덕유산을 기지로 한 공산주의자들도 있었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일로는 2002년 미군 장갑차의 운전 잘못으로 인한 촛불시위, 2008년 쇠고기 수입을 두고 광우병을 옮긴다고 선동한 광적인 시위가 있었다. 이 촛불시위를 선동한 사람들은 다양하다. 그러나 반미운동에 불을 댕기려고 애쓴 것은 공통적이다.

이번에도 청계천 등에서 시위가 끊이지 않는다. 분노를 억제하지 말고 폭발시켜 청와대로 밀고 가자고도 선동한다. 또 논리를 마음껏 비약해 ‘안보’가 ‘침몰’했다고도 한다. 무능하므로 이제 공산주의자, 종북주의자의 처벌 운운도 말라는 뜻일 게다. 이 기회를 적극 이용해 국가보안법 등 안보 저지선까지 손대서 흔들고 싶은 모양이다. “도망간 선장보다 정부에 더 분노”라고 은근히 마음속 깊은 속내를 비치기도 한다. “도망간 선장보다 정부에 더 분노해라”라는 암시, 교사(敎唆)가 아닌가? 유족 등 희생자들의 순수한 아픔과 슬픔을 팔고 모독하는 일이다.

대한민국은 정치 경제 문화 종교 교육 등 모든 분야가 살얼음같이 취약한 나라다. 겨우 일어설까 말까 하는 나라의 비극 앞에서 국민을 찢어발기는 데 앞장서기보다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만 반쪽이나마 자유민주주의의 강성한 힘을 기른다. 그 모은 마음으로 8000만 한민족 통일을 기대할 수 있다. 재난과 비극은 돈벌이나 얕은 정략, 선거의 수단으로 이용할 수 없는 이치다.

전우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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