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총으로 책을 덮을 수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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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에서 한 여학교의 10대 여학생 276명이 지난달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 ‘보코하람’에 집단 납치됐다. 보코하람의 두목 셰카우가 인터넷으로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학교가 서구화 교육을 한다는 게 납치 이유다. 그는 여학생들을 강제로 결혼시키기 위해 시장에 내다 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는 물이 증발돼서 내리는 게 아니다’ ‘지구는 둥글지 않다’ 같은 걸 교리라고 내세운다. 창과 칼은 고사하고 돌도끼나 어울릴 것 같은 인간이 총을 들고 있다는 게 비극의 원인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세네갈을 방문했을 때 부인 미셸 여사는 한 여학교를 찾았다. 그는 “아버지가 내 대학 학비를 대주기 위해 마다하지 않은 힘든 노동이 내가 밤늦게까지 자지 않고 공부한 동기가 됐고 결국 내 꿈을 이루게 했다”고 말했다. 검은 피부의 미셸이 검은 피부의 여학생들에게 둘러싸여 환영받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미셸은 “여러분들은 전 세계의 여학생들을 위한 롤 모델”이라고 말했지만 실은 미셸이 그들의 롤 모델이었다.

▷지난해 16세 파키스탄 소녀 말랄라 유사프자이는 여성의 교육받을 권리를 주장하다가 탈레반에게 피격 당했다. 말랄라는 11세 때 탈레반의 여학교 폐쇄령에 저항하는 글을 영국 BBC를 통해 용감하게 공개한 후 탈레반의 표적이 됐다. 말랄라는 피격으로 두개골 일부와 왼쪽 청각을 잃었지만 유엔 총회에서 감동적인 연설로 기립박수를 받았다.

▷“탈레반은 우리를 침묵시켰다고 생각할 겁니다. 틀렸습니다. 그들은 저의 인생에서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습니다. 저는 똑같은 말랄라입니다. 저의 희망은 같습니다. 저의 꿈도 같습니다…극단주의자들은 책과 펜을 두려워합니다. 문맹 빈곤 테러에 맞서 싸우기 위해 펜과 책을 듭시다. 이것이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한 명의 아이, 한 명의 선생님, 하나의 펜, 한 권의 책이 세계를 바꿀 수 있습니다.” 말랄라가 한 말이 바로 나이지리아 여학생들을 구하고 그들의 꿈을 되찾아 주기 위해 전 세계가 노력하고 있는 이유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보코하람#여학생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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