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숙 부회장 “제2의 점프볼… 가슴이 두근두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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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졸업후 36년만에 대학생되는 농구여왕 박찬숙씨

인생 100세 시대에 50대 중반 나이는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말하는 왕년의 농구스타 박찬숙 한국여성스포츠회 실무 부회장. 3월에 대학에 입학하는 그는 올해 고3이 되는 아들보다 1년 먼저 대학생이 된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인생 100세 시대에 50대 중반 나이는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말하는 왕년의 농구스타 박찬숙 한국여성스포츠회 실무 부회장. 3월에 대학에 입학하는 그는 올해 고3이 되는 아들보다 1년 먼저 대학생이 된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고사리 손으로 큼지막한 농구공을 튀기는 어린이들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따뜻하기만 했다.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이 정말 예쁘지 않나요. 200명 가까운 회원 이름을 다 외워요. 내 친구 가운데 손자 본 애들도 있는데….” 19일 서울 양천구 경인초등학교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농구 클럽 소속 초등학생을 지도하던 박찬숙 한국여성스포츠회 실무 부회장(55)이었다. 1980년대 한국 최고의 농구 스타였던 박 부회장은 최근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사회체육학과에 합격해 3월이면 1978년 숭의여고 졸업 후 36년 만에 늦깎이 대학생이 된다.

“합격 통지 문자를 받고는 날아갈 것 같았어요. 요즘은 초등학교 입학을 앞뒀을 때처럼 가슴이 설레요.” 28세인 딸과 올해 고3이 되는 아들(18)을 둔 그가 50대 중반에 만학의 길을 걷게 된 이유는 뭘까. “학창 시절 운동에만 매달리느라 대학은 꿈도 못 꿨어요. 늘 아쉬움이 컸죠. 몇 차례 기회가 있었는데 결혼, 육아, 가사 등의 이유로 놓쳤고요. 스포츠 행정가로 일하면서 배움에 대한 갈증이 더욱 커졌어요.”

박 부회장은 육상 국가대표 출신이자 한국여성스포츠회 이사인 김경숙 한국체대 대학원장의 적극적인 주선으로 대학 문을 두드리게 됐다. 이동관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총장도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내가 2012년 런던 올림픽 훈련캠프단장을 맡았을 때 당시 청와대에 있던 이 총장님이 힘을 많이 실어주셨어요. 이번에 대학 지원할 때 공석이던 총장에 부임하면서 다시 인연을 맺게 됐죠.” 박 부회장은 27일 이 학교 홍보대사 위촉식을 한다. 세월을 거스르는 그의 열정과 도전정신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주로 인터넷으로 수업을 받게 되는데 이왕 시작한 거 열심히 제대로 할 겁니다. 모르는 게 있으면 자식들에게도 물어보는데 배움에는 부끄러움이 없다고 하잖아요. 동기들과 MT도 가고 맥주도 사줘야죠.”

1979년 세계선수권 준우승과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은메달의 주역인 박 부회장은 “100세 시대라고 하지 않느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딸과 아들도 엄마의 결정을 아주 좋아한다”며 웃었다. 그럼 그의 인생은 농구경기로 치면 어디쯤 와 있을까. ‘후반전 정도’로 여겼던 기자의 추측은 여지없이 틀렸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점프볼을 하려고 코트에 선 느낌이에요. 이제부터 새로 뛰는 겁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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