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부님들 축구 너무 잘해 무서웠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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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예수회 총장, 염수정 추기경 찾아 축하

“개인적으로 부족함이 많아 내게 어울리는 자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하느님과 교황님께서 주신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겠습니다. 추기경(cardinal·樞機卿)이란 말에 담긴 ‘경첩’이라는 뜻처럼 교황님과 한국 교회, 나아가 아시아 교회를 연결하는 역할을 잘 수행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15일 서울 명동대성당 주교관 집무실을 찾은 예수회 아돌포 니콜라스 총장(78)의 추기경 임명 축하에 대한 염수정 추기경(71)의 답변이다.

예수회는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배출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수도회. 1534년 가톨릭 수사 로욜라가 창설한 이후 당시 부패했던 가톨릭의 개혁에 앞장섰다. 1967년 사제품을 받은 니콜라스 총장은 스페인 출신으로 일본 조치(上智)대 교수로 31년간 근무했으며 예수회 동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지역구 의장을 거쳐 2008년 예수회 수장인 총장에 선출됐다.

이날 만남에서는 교황 방한과 남북 화해에 대한 기대가 화제가 됐다.

“만약 교황께서 한국을 방문하면 한국 교회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를 알게 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방한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니콜라스 신부)

“교회 신자들, 사제들과 함께 간절히 교황님 방한을 바라고 있습니다. 총장님께서도 많이 기도해 주십시오.”(염 추기경)

염 추기경은 “교황님께서 남북한 화해를 위해 해결책을 찾는 것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말씀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현재 북한 교회는 단절돼 있다. 한국 교회가 복음화를 위해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니콜라스 총장은 “한반도 상황이 위험하다는데, 특히 중국과의 관계가 궁금하다”고 묻기도 했다.

이들은 1979년부터 1년간 필리핀의 한 대학에서 만났던 인연을 떠올리며 웃음꽃을 피웠다. 염 추기경은 영성적 가르침을 준 니콜라스 총장을 늘 은사로 생각해 왔다며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고 했다. 면담 이후 두 사람은 자리를 옮겨 주교관 사제 식당에서 나물과 잡채, 된장국 등으로 점심을 함께했다.

신학생 시절부터 축구를 좋아한 것으로 알려진 염 추기경이 축구 얘기를 꺼내며 “그때 한국 신부 중에 축구를 잘하는 분들이 많았다”고 하자, 니콜라스 총장은 “한국 분들이 너무 열심히 해서 두려울 정도였다”며 웃었다. 니콜라스 총장은 예수회가 운영하는 서강대를 방문해 교직원과 동문회 임원 등을 만난 뒤 17일 출국할 예정이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아돌포 니콜라스#염수정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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