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용이 ‘레이싱 게임기’로 변신한다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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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기아차 사내 ‘R&D 아이디어 페스티벌’ 현장 가보니

현대자동차그룹은 10일 경기 화성시 장덕동 현대·기아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2013 연구개발(R&D) 아이디어 페스티벌’ 행사를 열었다. 올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니드 포 스피드’ 팀이 실제 차량에서 레이싱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전자제어 프로그램 ‘리얼레이싱 인 현대’가 설치된 차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은 10일 경기 화성시 장덕동 현대·기아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2013 연구개발(R&D) 아이디어 페스티벌’ 행사를 열었다. 올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니드 포 스피드’ 팀이 실제 차량에서 레이싱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전자제어 프로그램 ‘리얼레이싱 인 현대’가 설치된 차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흰색 레이서 복장에 헬멧까지 쓴 남성이 빨간색 ‘벨로스터 터보’에 천천히 탔다. 남성의 표정은 ‘포뮬러원’(F1)에라도 나서는 듯 비장했다. 그러나 이 남성은 차에 시동을 거는 대신 엉뚱한 일을 시작한다. 시동 버튼 바로 옆에 있는 버튼을 누르자 차량 앞 유리창이 갑자기 불투명해졌다. 그 위로 나타난 것은 레이싱게임 화면. 남성은 차량 내 실제 스티어링휠과 브레이크, 액셀을 작동하며 게임을 즐기기 시작했다. 시동을 켜자 게임 화면은 바로 사라지고 앞 유리창도 원래대로 투명하게 변했다. 자동차 옆에서 설명을 하던 진대성 현대·기아자동차 전자제어개발팀 연구원(29)은 “이 프로그램(리얼레이싱 인 현대)은 설치 제작에 48만 원밖에 들지 않는다”며 “화면 선명도 등을 보완하면 내년 크리스마스쯤에는 양산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10일 경기 화성시 장덕동 현대·기아자동차 남양연구소 본관 앞에서 ‘2013 연구개발(R&D) 아이디어 페스티벌’ 행사를 가졌다. 2010년부터 시작된 이 행사는 그룹 내 연구개발본부에서 차량 개발을 담당하는 연구원들이 미래 기술을 반영한 각종 아이디어를 실물로 제작해 선보이는 행사다.

○ 주차난을 해결해 줄 아이디어

‘고객 소망 들어주기 프로젝트’를 주제로 열린 올해 대회에는 총 62개 팀이 참가했다. 이날 본선 진출팀은 총 10개(68명). 진 연구원이 이끈 ‘니드 포 스피드’팀은 헤드업디스플레이(HUD·앞 유리창에 운행 정보를 비춰주는 장치) 기술을 적용해 실제 차량에서 레이싱 게임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우승했다.

참가팀들은 일상에서 겪는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참신한 제품들을 대거 선보였다.

‘왕의 귀환’팀의 유제훈 현대·기아차 통합안전제어개발팀 책임연구원(35)은 제품을 소개하기 전 “여러분이 오늘 당장 맞닥뜨릴 수 있는 문제를 여기에서 해결해 주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왕의 귀환’팀이 5개월에 걸쳐 개발한 자동 주차 로봇 ‘주차의 제왕’은 마치 꽃게를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다. 빨간색 몸체 상하좌우에 18개의 바퀴를 단 로봇이 기아차 ‘쏘울’ 밑으로 들어가 차를 번쩍 들어올리자 관중석에서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유 연구원은 “5분이 아까운 출근 시간에 사이드브레이크를 채운 채 앞을 가로막은 차들 때문에 낭패를 보는 일이 많았다”며 “일상에서 겪는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이 로봇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아이디어셔틀’팀 역시 인구밀집 지역의 고질적인 주차난 해소를 목표로 삼았다. 이 팀은 차체를 아예 접이식 구조로 변형해 좁은 공간에도 쉽게 주차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 소외계층 위한 발명까지

운동시간이 부족한 현대인들을 위한 작품도 나왔다. 차체에 페달을 달아 밟으면 동력을 충전시킬 수 있는 ‘힐링크루즈’가 그 주인공. 유모차, 킥보드 등에 전동 바퀴를 연결해 이동을 돕는 ‘E.U.M(이음)’도 관중의 눈길을 끌었다.

장애인, 노인 등 소외 계층을 위한 제품도 나왔다. ‘글러브’팀은 왜소증을 앓고 있는 장애인들이 핸들과 페달을 사용하지 않고도 차량을 이동할 수 있게끔 설계한 ‘글러브’를 선보였다. 이 제품에는 자이로센서, 블루투스 기술 등을 적용해 기계를 장착한 손의 움직임만으로 차량을 이동시킬 수 있다. ‘하이언맨’팀은 고령 운전자를 위한 착용식 주행 보조장치를 선보이기도 했다.

화성=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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