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프리미엄 패딩의 유혹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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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상륙한 신상 패딩 트렌드

유러피언 패딩은 가볍고 화려하다. 북미 지역 패딩은 묵직하지만 컬러풀하다. 사진은 올겨울 시즌을 맞아 이탈리아 브랜드 ‘몽클레르’가 선보인 남성 컬렉션 ‘감므 블루’의 패딩 제품. 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유러피언 패딩은 가볍고 화려하다. 북미 지역 패딩은 묵직하지만 컬러풀하다. 사진은 올겨울 시즌을 맞아 이탈리아 브랜드 ‘몽클레르’가 선보인 남성 컬렉션 ‘감므 블루’의 패딩 제품. 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2007년 이후 우리나라의 패딩 점퍼 시장은 아웃도어 브랜드가 거의 장악하다시피 했다. 최근 몇 년간 몰아친 한파 때문일까. 사람들은 겨울만 되면 너 나 할 것 없이 오리털이나 거위털이 들어간 두툼한 다운재킷을 찾았다. 하지만 제품 선택의 폭은 좁았다. 기능성에 충실한 아웃도어 다운재킷은 방수 소재를 이용한 겉감과 두툼한 충전재를 사용해 따뜻하기는 했지만, 대부분 비슷한 디자인과 컬러를 가지고 있었다.

2010년 이후 유럽과 북미 지역의 패딩 전문 패션 브랜드가 국내로 하나둘씩 진출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이제 더이상 ‘패딩=아웃도어 브랜드’라는 공식은 먹히지 않는다. 김현구 현대백화점 프리미엄 패딩 담당 상품기획자는 “패션 패딩은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선보이는 패딩 제품과는 아예 유전자(DNA)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들의 관심은 기능성보다는 ‘아름다움’에 있다.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한 유럽의 패딩 브랜드는 몸매의 굴곡을 잘 보여주는 착용감을 앞세우고, 캐나다 브랜드들은 두툼하고 굴곡이 덜한 스타일을 주로 선보이고 있다. 동아일보 주말섹션 A style이 국내에 선보이는 주요 프리미엄 패딩 브랜드와 시즌 트렌드를 알아봤다.

▼ 유럽산은 굴곡 아름답고, 북미산은 묵직한 멋 돋보여 ▼
이탈리아: 가벼우면서 화려한


이탈리아 패딩은 클래식한 제품이 대종을 이룬다. 정장 위에 입어도 잘 어울린다. 8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의 ‘에르노’ 매장에서 모델들이 이탈리아 브랜드 패딩을 입고 포즈를 취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탈리아 패딩은 클래식한 제품이 대종을 이룬다. 정장 위에 입어도 잘 어울린다. 8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의 ‘에르노’ 매장에서 모델들이 이탈리아 브랜드 패딩을 입고 포즈를 취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프리미엄 패딩의 유럽 대표 격인 이탈리아 브랜드들은 무게감보다는 가벼움과 화려함을 앞세운 제품을 주로 선보이고 있다. 특히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겉으로는 패딩 제품이라는 점이 눈에 금방 띄지 않는 제품도 많다. 최윤정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여성패션팀 대리는 “유럽의 패딩 브랜드는 실크를 비롯해 다양한 소재를 이용해 디자인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정장에도 잘 어울릴 만큼 클래식한 제품이 많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브랜드 중에서도 국내에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몽클레르’다. 몽클레르는 이번 시즌 다양한 소재와 패턴을 적용한 제품을 내놓았다. 여성 컬렉션인 ‘감므 루즈’는 애니멀 프린트(동물 무늬)와 더불어 럭셔리 패션의 주요 소재였던 모피(fur) 등을 이용한 제품을 선보였다. 패딩 위에 표범 무늬를 덧대거나, 다양한 동물무늬를 패치워크로 작업했다. 얼핏 보면 패딩인지 고급 모피 제품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다.

데크 제공
데크 제공
남성 컬렉션 ‘감므 블루’는 레드, 네이비, 화이트 컬러로 구성된 체크무늬를 제품 디자인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스코틀랜드 전통 의상에서 볼 수 있는 ‘타탄체크’ 무늬를 거의 모든 제품에 사용한 것이 특징. 어깨부터 가슴까지는 검은색 십자무늬의 패딩을 적용하고 그 아래로는 네이비 컬러의 체크무늬를 넣은 제품도 눈에 띈다.

갤러리아백화점이 이번 시즌부터 단독 매장에서 선보이는 이탈리아 브랜드 ‘에르노’는 다양한 소재의 믹스 매치 제품을 시판했다. 여성 컬렉션은 캐시미어 벨벳 스웨이드 등을 이용했다. ‘울 믹스드 라인’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아래는 울 소재의 편안하고 가벼운 스커트로 되어 있고, 겉은 특유의 광택이 돋보이는 패딩으로 되어 있다. 에르노 관계자는 “따뜻함과 여성스러움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이 제품들은 ‘시그니처 라인’과 더불어 에르노의 대표 제품으로 꼽힌다.

에르노는 기능성에도 공을 들였다. 번쩍이는 겉감 대신 캐시미어 소재를 적용한 ‘캐시미어 라인’이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일반 나일론이나 패딩 소재에 비해 면에 가까워 편안한 느낌을 주면서도 방수 기능을 갖췄다는 점이 독특하다. 이 제품에 사용된 캐시미어 소재에는 에르노가 자체 개발한 생활 방수 기능인 ‘캐시미어 레인 테크놀로지’가 반영됐다. 이 기술은 유명 브랜드인 ‘로로피아나’에 사용되기도 했다.

현대백화점이 지난달부터 압구정본점과 무역센터점에서 선보이고 있는 ‘프리미엄 패딩 편집숍’에는 이탈리아의 유명 브랜드인 ‘애드(ADD)’와 ‘타트라스’ 제품이 새로 들어왔다. ‘타트라스’는 이탈리아와 일본의 디자이너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든 브랜드다. 그래서인지 이 브랜드 제품들은 동아시아인의 체형에 잘 맞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양인보다 상대적으로 허리 높이가 낮은 동양인의 체형에 맞춰 디자인된 제품들이 많기 때문이다.

‘파라점퍼스’는 독특하게도 미 공군의 210 구조대대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이탈리아 브랜드이면서도 알래스카에서 활동하는 부대를 콘셉트로 잡은 것이다. 대표 라인인 ‘마스터피스 시리즈’는 남녀별로 각각 5가지의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가죽 소재를 이용한 ‘디스트레스드 레더’는 파라점퍼스 5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제품이다. 파라점퍼스는 세련미를 강조하기 위해 목 부위에 모피 소재를 적용했다.

북미: 묵직하면서도 실용적인

북미지역의 프리미엄 패딩 브랜드는 유럽 브랜드보다는 두툼하고, 상대적으로 기능성이 강조된 것이 많다. 그렇다고 제품이 단조롭다는 것은 아니다. 홍지현 현대백화점 패션사업부 대리는 “캐나다를 중심으로 한 북미 브랜드에는 묵직하면서도 세심한 마무리가 돋보이는 제품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캐나다 구스’는 이번 시즌 ‘아웃도어 퍼포먼스’와 ‘피비아이(PBI)’ 컬렉션 등을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 올해 겨울 시즌 제품에 선보인 제품군은 다양성이 핵심이다. 캐나다 구스는 기존 제품에 새로운 컬러를 추가하고 협업 제품도 선보였다.

캐나다 구스의 대표 라인인 ‘아웃도어 퍼포먼스 컬렉션’은 지난해에 이어 ‘시더 우드’ ‘나이아가라 그레이프’ ‘아크틱 더스크’ 등 다양한 색상을 추가했다. 아동용 라인에는 ‘고슬링 그래주에이트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 기능은 성장이 빠른 아이들에게 맞춰 팔과 다리 부분의 소매 길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PBI 컬렉션은 캐나다 구스가 세계 북극곰 보호를 위해 비영리단체 ‘국제 북극곰 협회(PBI)’와 협력해 만든 제품이다. 제품에는 다른 라인에서 선보인 적이 없는 ‘로열 블루’ 컬러가 사용됐다. 이 제품의 수익금 일부는 PBI의 조사 활동과 북극곰 보호 활동에 쓰인다.

무스너클 ‘스리 쿼터 재킷’. 갤러리아백화점 제공
무스너클 ‘스리 쿼터 재킷’. 갤러리아백화점 제공
지난달 말 공개된 ‘캐나다 구스 × 리바이스 컬래버레이션’은 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와 협력해 제작됐다. 제품의 목둘레와 주머니 입구에는 데님 소재가 적용돼 화려한 색감이 돋보인다. 이 제품은 한정판으로만 선보이고 있다. 국내에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센트럴 포스트의 캐나다 구스 매장과 서울 중구 명동2가의 리바이스 명동 플래그십스토어에서만 팔고 있다.

8월 국내에 정식으로 진출한 캐나다 브랜드 ‘무스너클’은 몸에 딱 맞도록 디자인된 패딩 제품을 내세웠다. 정식 진출 이전에는 ‘따뜻하면서도 섹시한’이라는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올해 선보인 제품들은 가족 단위 고객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무스너클 관계자는 “특히 국내에 선보인 어린이용 봄버(모자에 털 장식이 있는 두툼한 재킷)와 점퍼 등은 한 달 만에 거의 매진될 정도였다”며 “현재 재입고를 기다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올해 처음 현대백화점을 통해 국내 시장에 등장한 ‘샘 엔와이시(SAM NYC)’는 2004년 미국 뉴욕에서 시작한 브랜드다. 일반적인 북미 브랜드와는 달리 최신 유행을 반영하는 컨템퍼러리 브랜드에 가깝다. 허리 라인을 살리기 위해 벨트가 부착된 제품이 많다. 이 브랜드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최근 뉴욕의 버그도프 굿맨 백화점과 바니스 뉴욕 백화점에 입점하면서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았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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