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은 재앙 수준… 대책 막막”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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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정밀조사 나서기로

정부 고위 관계자는 25일 4대강 사업을 ‘대재앙’이라고 규정하고 “이런 대재앙이 초래됐는데도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지 막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사례의 하나로 ‘4대강 수심 변화에 따른 지하수 고갈과 그로 인한 주변 토양 황폐화 우려’를 들었다. 정부는 이런 우려가 자칫 심각한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직 위험성이 확정적으로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국무조정실에 구성될 4대강사업조사평가위원회를 통해 조사에 나서기로 한 것은 이 때문이다.

감사원은 7월 4대강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의 요청에 따라 국토부가 최소 수심을 대운하 안(6.1m)과 유사하게 결정한 사실을 밝혀냈다. 2009년 국토부는 “이상 가뭄과 홍수에 대처하기 위한 물그릇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애초 안과 중간보고 안은 그보다 얕은 2.5m 또는 4m의 최소 수심으로도 그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봤다.

즉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강을 너무 깊이 파 수위가 높아졌고 이 때문에 보를 개방하면서 강물의 수위가 낮아지면 지하수가 강으로 빨려 들어가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수문을 개방해 지하수가 강으로 빨려 들어가는 문제는 강바닥을 깊이 파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하천 물 높이를 어떻게 유지하느냐의 문제”라며 “수위를 높게 유지하면 아무리 강을 깊게 파도 주위 지하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환경단체들은 수질개선을 위해 보 수문을 완전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문을 전면 개방하면 강 수위가 떨어지고 인근 지역의 지하수 수위도 낮아져 물을 퍼 올리는 데 지장이 생기기 때문에 수문 개방이나 보 철거는 아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는 4대강이 아니라도 생길 수 있는 문제인데 야권에서 4대강의 문제로 보고 보 철거나 수문 개방을 너무 쉽게 주장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을 진행하면서 일부 지역은 지하수 수위가 높아져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녹조 확산 문제와 관련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해 4대강 하류 일부에 생기던 녹조가 강 전역으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4대강 사업비 22조여 원 중 총인처리시설(화학약품을 넣어 물속에 녹아 있는 인을 제거하는 시설) 구축을 통한 수질 개선에 3조90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녹조가 생기고 수질이 오히려 더 나빠진 것은 거액의 예산을 낭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수질 개선을 위해 올해에도 1조여 원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져 4대강 사업에 따른 이중의 예산 낭비도 심각한 것으로 감사원은 파악하고 있다.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사업과 다름없이 진행됐다는 증거들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이런 실체가 9월 정기국회에서 밝혀질 경우 4대강 사업 논란이 최대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감사원은 2011년 1월 공개한 1차 조사에서는 4대강 사업이 법적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논란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감사원장을 지내던 시절이었다.

양건 감사원장은 그해 3월 취임했다. 양 원장은 4대강 사업에 대한 두 차례의 감사를 지휘했다. 올해 1월 발표한 2차 감사에선 4대강 사업이 주요 시설물인 보의 내구성 부족과 미흡한 수질관리, 부당한 준공검사 등으로 총체적 부실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7월 3차 감사에서는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4개를 설치하려던 보를 16개 설치하고 강도 과다하게 깊이 파 4조4000억 원의 예산이 더 투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국토부가 4대강 시공 건설사들의 담합을 알고도 방치했으며 공정거래위원회는 담합 건설사들의 과징금을 400억 원 이상 깎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감사원은 “2011년 1차 감사 때는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이 바뀌고 있는 상황이어서 4대강 사업의 적정한 수심이 얼마인지 확인할 기준이 없었다”며 “감사마다 당시의 4대강 사업 진행 상황과 감사의 중점 대상이 달랐을 뿐 정치적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치 감사’ 비판이 이어지면서 정치권에서 양 원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 거세졌다.

윤완준·정임수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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