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제철]<51> 김천-의성 자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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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두 한입 깨물면 향기가 만리에…

‘이향만리(李香萬里)’.

‘자두 향기가 멀리 퍼진다’는 뜻으로 자두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여름 수확철에 흔히 쓰는 말이다. 자두는 전국 20여 곳에서 생산되지만 경북 김천과 의성, 영천, 경산, 군위 등 5개 지역이 주산지다.

특히 김천과 의성이 전국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김천은 2941농가가 1146ha에서 연간 9107t을, 의성은 1730농가가 812ha에서 연간 8645t을 생산한다. 일교차가 크고 강수량이 적은 산지에서 재배해야 자두가 너무 시지 않고 알도 굵다.

○ 침 고이는 시큼한 맛

6월부터 7월 초까지 시장에 먼저 나오는 자두는 대석종이다. 탁구공보다 조금 크다. 이달 말까지 수확하는 자두는 포모사(후무사)인데 당구공만 하다.

김천에서도 자두 재배지로는 구성면 양각마을이 널리 알려져 있다. 130가구 350여 명이 대부분 자두농사를 짓는다. 양각정보화마을 이영하 위원장(58)은 “옛날에는 마을이 많이 가난했는데 30년 전부터 자두가 유명해지면서 지금은 부자 마을이 됐다”고 했다.

의성은 봉양면과 안평면 일대가 유명하다. 김동출 의성자두생산자연합회 회장(56)은 “의성자두는 씻을 필요 없이 살짝 닦아 먹는 게 좋다. 70% 정도 익었을 때 수확해 시장에 나가니 최상의 품질을 맛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자두는 피로를 해소하고 식욕을 높이며 불면증과 갈증해소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식이섬유질이 많아 변비와 피부미용,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 신맛은 눈 건강에 좋고 비타민과 칼륨은 신장과 골다공증, 풍치 등에 효험이 있다. 간에도 좋고 더위 먹었을 때도 좋다. 농민들은 “알칼리성으로 체질개선과 질병 저항력을 길러주는 만병통치약”이라고 입을 모은다.

○ 오얏에 얽힌 ‘문화의 맛’

자두는 ‘보랏빛 복숭아’를 뜻하는 자도(紫桃)에서 나온 말이지만 발음이 편하도록 자두로 바뀌었다. 호도가 호두로 바뀐 것과 비슷하다.

‘오얏나무(자두나무) 아래서는 갓을 고쳐 쓰지 않는다’는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은 자두(오얏)를 유명하게 만드는 데 한몫했다. 의심받을 행동은 아예 하지 않는 게 낫다는 뜻이다. 자두나무는 키가 작은 데다 예로부터 귀한 대접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천자문에도 ‘맛이 으뜸인 과일은 오얏과 능금’(果珍李奈)이라고 나온다.

‘도덕경’으로 유명한 중국의 노자는 성이 이 씨인데 오얏나무 아래에서 낳은 자식이라는 뜻에서 이(李=木+子) 씨 성이 됐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신라의 예언가 도선은 이 씨, 즉 오얏나무 성을 가진 왕조가 들어설 것이라고 예언해 고려 왕조가 후대에 ‘오얏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도 했다.

자두꽃(이화·李花)은 대한제국의 상징으로 널리 쓰였다. 보통 이화라고 하면 이화(梨花)여대 때문에 자두나 오얏 대신 배꽃을 생각해 헷갈린다. 봄에 주산지에서 열리는 축제 이름은 이화축제가 아닌 자두꽃 축제다.

자두 또는 오얏에 담긴 맛을 느끼고 싶다면 20∼21일(김천 양각마을), 27∼28일(의성 봉양 옛 일산초교)에서 열리는 자두체험축제에 한번 가 보시길. 손을 뻗어 자두를 마음껏 따더라도 의심 받지 않을 넉넉한 자두인심이 기다린다.

김천·의성=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자두#제철#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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