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6대 교황 프란치스코]한 손은 부패 청산, 다른 손은 시대와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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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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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교황, 관료주의 타개 등 난제 ‘가시밭길’

‘가톨릭교회의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전통과 복음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뿐이다.’

1282년 만에 비(非)유럽권에서 선출된 266대 교황 프란치스코의 앞길은 가시밭길이다. 아동에 대한 사제의 성추문으로 추락해 온 신뢰, 교황청의 관료주의와 부정부패 논란, 신자 감소와 교회의 위세 축소 등.

세속으로부터 쇄신을 요구받는 쟁점도 낙태, 피임, 안락사, 동성결혼에 대한 강력한 반대, 여성의 성직 불허와 교황청의 중앙 집중화에 대한 비판 등 상당히 많다. 그러나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했고 교황 프란치스코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새 교황은 어느 때보다 가톨릭교회 안팎의 개혁 세력으로부터의 다양한 변화 요구에 직면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이번 콘클라베처럼 개혁과 보수 세력이 심각한 갈등을 빚은 적은 없었다. 전례 없이 대결해 온 쇄신파와 보수파가 전혀 예상치 못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선출한 것은 변화와 안정의 적절한 조화를 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는 전체 가톨릭의 40% 비중으로 신도가 가장 많은 남미에서 처음으로 선출됐다. 예수회 출신 첫 교황이라는 점도 변화를 예고한다. 하지만 예상보다 나이가 많고 경륜이 높은 이탈리아 혈통의 추기경을 교황으로 선택한 건 개방과 안정을 동시에 지향해야 하는 현 상황에서 그가 가장 이상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해결해야 할 주요 쟁점 중 하나는 가톨릭 성직자의 아동과 제자에 대한 성추문 문제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취임 전 아동 성추행 문제는 반드시 근절시키겠다고 약속했고 재위 기간에 몇 차례 사과하기도 했지만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도, 성과를 거두지도 못했다. ‘성직자 생존자 네트워크(SNAP)’는 “베네딕토 16세가 아동 성폭행 성직자들의 범죄 행위를 중단시키기 위해 한 일은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콘클라베 직전 영국 가톨릭교회의 최고 성직자인 키스 오브라이언 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대교구장의 제자 성추행 사건이 터져 나온 것과 바티칸 고위 성직자 내 동성애 조직이 존재한다는 내부 보고서가 보도된 것도 새 교황이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룰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할 만큼 상황이 심각해졌다는 얘기다.

교황청 내 부정부패와 보수적인 관료주의 타파도 과제다. 지난해 ‘바티리크스’ 스캔들로 교황청 내부에서 고위 성직자들이 뇌물을 받고 외부 업체와 수의계약을 하며 가격을 부풀리는 등 불법 거래를 일삼았다는 기밀문서가 유출됐다. 엄청난 돈을 굴리는 바티칸 은행이 돈세탁에 관여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베네딕토 16세는 바티칸 은행에 자체 감독기구를 설치했지만 외부에서는 충분한 돈세탁 방지 대책이 될 수 없다며 더 투명한 자료 공개와 감독 체계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가 속한 예수회가 16세기 가톨릭의 부패를 비판하면서 만들어진 수도회라는 점을 근거로 새 교황이 과감한 개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수도회 신부는 일반 교구의 신부와 달리 가난에 대한 서약을 추가로 하고 경제적으로도 철저하게 함께 벌고 똑같이 나눠 쓰는 공동생활을 한다. 따라서 예수회 소속의 교황 프란치스코는 쇄신에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그가 바티칸 고위직을 맡은 적이 없어 방대한 조직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특히 여성 사제 불허, 성직자의 독신 유지, 동성결혼 반대, 낙태 금지 등 인권 문제에 대한 바티칸의 도덕적 도그마는 시대적 흐름에 뒤떨어지는 것으로 진지하게 되돌아보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최소한의 논의조차 배격하는 현재의 방식은 가톨릭교회 전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지난해 선종한 카를로 마리아 마르티니 전 밀라노 교구 추기경은 “현재 가톨릭은 200년이나 뒤떨어져 있다”며 “교황과 대주교부터 급진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티칸시티=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교황#아르헨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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