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동 속 女, 나 아냐” 여가수, 대조 검사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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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도용한 야동사이트 기승… 이미지 타격 받을까 대응도 못해


중견 여성 탤런트 A 씨는 최근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검색하다 치를 떨었다. 자신이 등장하는 음란동영상이 있다는 글들이 인터넷을 도배하고 있었다. 그중 하나를 클릭하자 ‘○○○ 노출’이란 제목의 음란동영상이 있다는 성인 사이트로 연결됐다. 하지만 이 사이트에는 해당 동영상이 없었다. 회원을 끌어들이려는 허위 광고였다.

A 씨는 지난해 2월 이런 광고를 경찰에 신고했다. 5개월 뒤 김모 씨(34) 등 2명이 이런 방식으로 성인사이트를 홍보한 혐의로 붙잡혔다. 문제는 이 사이트가 ‘빙산의 일각’이라는 사실이었다. 조용해지나 싶더니 곧 인터넷상엔 비슷한 허위 광고가 수두룩하게 떴다. A 씨는 5일 “내 명예를 더럽힌 사람들을 처벌해 달라”며 다시 경찰서를 찾았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11일 유명 연예인 이름과 ‘노출’ ‘팬티’ ‘가슴’ 같은 선정적인 단어를 섞어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 봤다. 그러자 A 씨 사례처럼 게시글을 클릭하면 성인사이트로 연결되는 허위 광고가 여러 개씩 검색됐다.

70대 남성 배우부터 20대 여성 탤런트까지 대상을 가리지 않고 숱한 연예인의 이름이 음란 사이트 광고에 도용됐다. 대부분 돈을 내고 음란물을 내려받는 웹하드나 성인사이트였다. 이들 사이트에 올라 있는 사진과 영상은 해당 연예인과 아무 상관없는 음란물이었다.

하지만 A 씨처럼 적극적으로 신고해 범인을 잡은 사례는 드물다. 연예인 대부분은 이런 허위 광고를 신고하길 꺼린다. 음란물과 연관됐다는 구설수만으로도 이미지에 타격을 입는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연예인이 인터넷상에 떠도는 허위 광고나 음란 동영상, 합성사진 등을 경찰에 신고하면 피의자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또는 음란물 유포죄로 처벌받는다. 방송인 김정민 씨(24·여)는 지난해 마치 자신이 등장하는 것처럼 거짓 제목이 붙은 음란 동영상이 인터넷에 확산되자 직접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에 붙잡힌 직장인 김모 씨(38)는 법원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연예인이 간혹 용기를 내 고소 고발해도 수사는 소극적이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해 2월 걸그룹 소녀시대를 합성한 나체 사진을 유포한 혐의로 인천 연수구 공무원 현모 씨(54)를 불구속 입건했다. 수사 착수 1년이 넘었지만 현 씨는 아직 처벌받지 않고 있다. 최초 유포자를 찾으려다 시간이 오래 걸려 검찰 송치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경찰은 동아일보가 취재에 들어간 11일에야 뒤늦게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연예인들이 고소를 제기한 뒤 취소하는 사례도 많다. 범인을 잡고 보니 청소년이거나 평범한 서민인 탓이다. 가수 솔비 씨(29·여)는 2011년 자신이 등장하는 것처럼 허위 제목을 붙인 음란 동영상이 유포되자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동영상 속 여성이 자신이 아니라는 걸 입증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배꼽 대조 검사까지 받는 수고를 감내했다. 경찰 수사로 범인 5명이 잡혔지만 고교생 한 명을 포함해 모두 나이 어린 10대, 20대였다. 결국 솔비 씨는 고소를 취소해 이들을 용서해줬다.

일부 광고업자들은 사이트 가입자 수에 따라 돈을 받기 때문에 연예인의 이름을 무차별적으로 광고에 도용해 방문객을 끌어들인다. 피해를 보고 있는 연예인 A 씨는 “연예인들이 적극적으로 신고해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연예인 대상 범죄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 포털 검색시스템이 불법 광고를 걸러주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팬티’ ‘가슴’ 등 특정 검색어와 연관성이 높은 웹문서를 기계적으로 불러오는 구조다. 네이버 관계자는 “웹문서 양이 워낙 방대하다 보니 모든 게시물을 일일이 걸러내는 데 한계가 있다”며 “연예인이 요구하면 문제가 된 게시물을 삭제해주고 있으며 검색 시스템을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동주·권오혁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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