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판 앱스토어… 홀대받던 뉴스-웹툰 등 제값 받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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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초 오픈 유료 콘텐츠장터 ‘카카오페이지’


스마트폰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유명한 카카오가 내년 1분기(1∼3월) 중 새 서비스 ‘카카오페이지’를 시작한다. 과거에도 네이버 만화, SK플래닛의 멜론, 야후의 플리커 등 글과 음악, 이미지, 동영상 등을 판매하는 콘텐츠 장터는 있었다. 하지만 카카오는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이 모든 콘텐츠를 유료로만 판매한다는 점에서 기존 서비스와 차별된다.

카카오 측은 “콘텐츠는 한 번 무료로 팔리면 나중에 다시 유료로 바꾸기 쉽지 않다”고 이런 정책의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그동안 네이버, 다음 같은 포털이나 통신사 계열의 콘텐츠 업체가 헐값에 뉴스, 웹툰, 영화, 음악 등을 사들여 무료 또는 헐값에 서비스하고 수익을 독식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 스마트폰이 콘텐츠 시장 연다

카카오페이지는 일종의 ‘콘텐츠판 앱스토어’다.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을 개발자가 만들어 팔면 판매가의 70%를 개발자가 갖고 30%를 애플이나 구글이 가져갔듯 카카오페이지에서도 콘텐츠 창작자가 판매가격의 상당 부분을 가져가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콘텐츠의 최저 판매가격을 정한 게 특징이다. 카카오는 최근 잠재적 파트너가 될 콘텐츠 창작자와 기업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열어 500원이라는 최저 판매가격 도입 계획을 설명했다. 창작자들이 이보다 비싼 값을 받는 건 자유지만 출혈 가격경쟁을 벌이는 건 막겠다는 뜻이다.

매출은 콘텐츠 창작자와 스마트폰 앱스토어를 만든 애플·구글, 그리고 판매 경로를 제공하는 카카오가 각각 5 대 3 대 2의 비율로 나눈다. 카카오가 매출의 20%를 가져가긴 하지만 카카오페이지에 관심을 갖는 창작자는 많다.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한 그동안의 성공 사례 덕분이다.

예컨대 카카오가 만든 ‘카카오게임’은 ‘애니팡’, ‘드래곤 플라이트’ 같은 게임을 성공시키면서 화제를 모았다. 애니팡과 드래곤 플라이트는 그다지 특별할 게 없는 퍼즐과 슈팅게임인데도 카카오톡 친구들끼리 게임을 추천하고 함께 경쟁하면서 큰 성공을 거뒀다. 앱스토어에만 올려 적게 파느니 카카오에 수수료를 주고 더 많이 파는 게 이익일 수 있다.

이에 따라 카카오페이지의 초기 성공 여부를 결정할 ‘킬러 콘텐츠’들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인기 만화가 허영만 화백은 신작 ‘동의보감’을 카카오페이지에서 처음 서비스할 계획이다. 방송, 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가진 CJ E&M도 카카오와 파트너 제휴를 맺었다. 이와 별도로 카카오 측은 1월 중순 언론사를 상대로 한 카카오페이지 설명회도 갖는다. 양질의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어내는 미디어기업과의 협력이 필수라는 판단에서다.

카카오페이지는 NHN을 창업해 큰 돈을 번 뒤 NHN을 나와 카카오를 창업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기획부터 참여해 공을 들였다. 카카오 관계자는 “김 의장은 과거 인터넷 관련 업계에서 콘텐츠를 헐값에 사들여 무료로 서비스하던 방식 탓에 한국 콘텐츠 업계가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믿고 있다”며 “카카오페이지는 창작자가 정당한 보상을 받도록 도우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 카카오톡이 만드는 롱테일

카카오페이지가 가장 기대를 모으는 건 카카오톡으로 연결된 친구들의 힘이다. 최근 콘텐츠 판매의 가장 큰 문제는 소수의 베스트셀러는 잘 팔리지만 절대 다수의 콘텐츠는 소비자에게 노출될 방법이 없어 쉽게 사라진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국내 출판업계에서도 올해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 같은 에세이는 100만 부 판매를 훌쩍 넘겼지만 출판업계에선 부도 행진이 이어졌다. 동네 서점이 사라져 베스트셀러 말고는 소비자가 관련 정보를 접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카카오페이지는 이런 정보를 자연스럽게 전할 통로가 된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맘에 드는 육아 관련 도서를 평소에 카카오톡으로 자주 대화하는 다른 엄마들에게 추천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지는 여기에 더해 카카오톡 친구가 산 콘텐츠를 확인할 수도 있고, 자기가 콘텐츠를 하나 사면 딱 한 명의 친구에게만 그 콘텐츠를 무료로 선물하는 기능도 도입한다. 이렇게 되면 베스트셀러는 아니더라도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좋은 콘텐츠가 도달할 수 있는 길이 추가로 열리는 셈이다.

아직 덜 유명한 사진작가, 소설가, 만화가, 독립 영화감독 등에게도 등용문 역할을 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지는 ‘카카오 뷰어’(가칭)라는 앱을 통해 서비스되는데 블로그에 글이나 사진, 동영상, 음악을 올리듯 콘텐츠 창작자가 카카오가 만든 에디터로 카카오뷰어에 자신의 콘텐츠를 올리면 카카오 뷰어에 나오는 방식이다.

카카오 뷰어에서 눈에 띄려면 인기가 높아야 한다. 그런데 기존 포털 사이트에서는 인기를 높이려면 눈에 띄어야 했다. 그래서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나타났다. 반면 카카오 뷰어에서는 첫 화면에서 눈에 띄지 않더라도 카카오톡 친구들이 많이 거론하는 콘텐츠라면 인기가 높아진다.

카카오 측은 “프로골퍼 출신 강사가 직접 녹화한 골프 동영상 강좌, 요리 블로거의 요리법 소개 등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재능을 판매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상훈·박창규 기자 sanhkim@donga.com
#앱스토어#카카오#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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