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외건설 제2의 붐… 현장을 가다]<8>GS건설, 바레인 폐수처리시설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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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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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파간 충돌… 50도 날씨… “문화-기후 낯설어도 근면으로 극복”

GS건설이 2010년 바레인 국영기업 바프코사로부터 단독 수주한 폐수처리시설 건설현장 전경과 더위를 피하기 위해 안전모에 수건을 두른 채 현장을 둘러보는 직원들(작은 사진).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2010년 11월 착공한 이 현장은 현재 공사가 90% 이상 진행됐다. GS건설 제공
GS건설이 2010년 바레인 국영기업 바프코사로부터 단독 수주한 폐수처리시설 건설현장 전경과 더위를 피하기 위해 안전모에 수건을 두른 채 현장을 둘러보는 직원들(작은 사진).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2010년 11월 착공한 이 현장은 현재 공사가 90% 이상 진행됐다. GS건설 제공
지난달 15일, 인천공항에서 꼬박 반나절 만에 도착한 바레인공항은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출입국 관리직원의 표정은 굳어 있었고, 방문 이유와 행선지에 대한 질문은 2시간 동안 이어졌다. 직업란의 ‘news reporter(기자)’가 문제였다. 류영하 GS건설 과장은 “통과 의례”라고 지난해 유혈시위를 설명했다. 2011년 바레인에서는 이슬람 수니파에 대항하는 시아파의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그 뒤로 바레인 정부는 해외 언론사 취재진의 입국을 까다롭게 심사하기 시작했다.

GS건설은 2010년 이곳 바레인의 국영기업 바프코가 발주한 7000만 달러 규모의 폐수처리시설 공사를 수주했다. 수도 마나마에서 약 20km 떨어진 바프코 정유산업단지에서 하루 동안 배출되는 폐수는 약 2만4000m³. 페트병 1600만 개를 채울 정도다. GS건설은 설계, 구매, 시공, 시운전 등을 모두 맡는 일괄도급방식으로 이 공사를 따냈다.

○ 여수화학단지의 경험 살려 수주 성공

군사기지를 방불케 하는 높은 담벼락과 철조망. 무표정한 모습으로 입구를 지키는 안전요원. 입구에서부터 삼엄한 경비태세를 느낄 수 있는 현장 한쪽에서는 정유시설에서 뿜어져 나온 가스가 소리를 내며 타오르고 있었다. 비행기가 날아갈 때 내는 듯한 소음이 사무실 안쪽까지 들렸다.

GS건설은 국내에서 비슷한 프로젝트인 GS칼텍스 폐수처리장과 여수산업단지 폐수종말처리장을 공사한 적이 있다. GS건설은 이 분야에 대한 해외 경험은 없었지만 국내에서의 성과를 갖고 도전해 치열한 입찰 경쟁 끝에 단독 수주에 성공했다.

사무실은 협력업체 직원들과의 미팅을 앞두고 분주했다. 현장소장인 민병훈 부장은 “미팅을 하지 않으면 6, 7곳인 협력업체의 공사 진행 상황을 확인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현지인으로 구성된 협력업체 직원들과 마찰 없이 공사기간 내에 완공하기 위해 민 부장은 매주 한 차례 이상 전체 협력사 회의를 한다.

이번 프로젝트의 특징은 MBR(Membrane Bioreactor·분리막 생물반응조) 공법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전통적 폐수처리방식인 생물학적처리공법에 막을 이용해 불순물을 여과시키는 장치를 결합한 고도처리 공법이다. 공사를 마친 멤브레인 탱크에는 얇은 막이 필터처럼 달려 있었다.

○ 데모, 낯선 기후, 중동문화… 산 넘어 산

바레인의 국명(國名)은 아랍어로 ‘2개의 바다’를 뜻한다. 바다에 둘러싸여 사막 같은 날씨는 아니었지만 역시 중동은 중동이었다. 현장을 둘러보기 시작한 지 10분 만에 안전모 사이로 땀이 구슬처럼 떨어지고, 셔츠 등판이 다 젖었다.

현장을 안내한 이정민 과장은 “라마단 기간에 왔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말했다. 보통 8, 9월경인 라마단 기간에는 기온이 50도를 넘어선다. 민 부장은 “완공 시점이 가까워지니 탈진하는 사람들이 속출한다”고 말했다. 낯선 기후 속에서 2년간 일한 직원들 중 병치레를 하는 사람들이 최근 들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GS건설 직원들이 싸우는 건 무더위뿐만이 아니었다. 회계업무를 담당하는 류 과장은 바레인에 도착하자마자 대규모 시위를 겪었다. 이슬람 시아파와 수니파의 충돌로 데모가 일어난 것. 회사 운영에 필요한 2억 원을 가까스로 인출한 류 과장의 ‘자금 수송기’는 007작전을 방불케 했다.

난리통에 정신없던 은행 직원은 현금 2억 원을 속이 들여다보이는 ‘투명 비닐’에 넣어줬다. 거리에는 택시도 없었다. 불법으로 운영되던 미등록 택시를 타고 회사로 오는 동안 류 과장을 가슴을 졸여야 했다.

중동문화도 넘어야 할 산이었다. 현장에 이슬람교도들을 위한 기도실을 만들어야 했다. 금식을 하는 라마단 기간에는 공사에서 손을 놓은 인부들 때문에 애를 먹었다. 바레인의 공무원들은 오후 4시면 퇴근한다. 이들의 업무시간에 맞춰 각종 공문서를 처리하는 일도 처음에는 익숙지 않았다.

모든 것이 생소한 중동국가 바레인에서 공사를 시작한 지 햇수로 3년째. 이제 2013년 초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GS건설이 신성장사업으로 삼은 해외 발전·환경분야에서 거둔 가시적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장에서 만난 바프코의 프로젝트 리더 알리 씨는 GS건설의 강점을 “근면(Hard working)”이라고 칭찬했다. 알리 씨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GS건설과 또 일하고 싶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마나마=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GS건설#바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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