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외건설 제2의 붐… 현장을 가다]<6>한화건설, 사우디 얀부2 플랜트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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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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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시공-조달 일괄수주… “코리아 프리미엄 덕분”

사막에서 꿈을 짓다 한화건설이 2014년 2월 완공을 목표로 짓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얀부의 ‘얀부2 해수담수화 및 발전시설’ 전경. 오른쪽에 바닷물을 민물로 만드는 데 사용하는 150m 높이의 굴뚝 2개가 있으며, 가운데 공사용 철근 안쪽에 발전소 핵심 부품인 보일러 3기가 설치된다. 한화건설 측은 “전체 부품 자재의 70%를 한국산으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한화건설 제공
사막에서 꿈을 짓다 한화건설이 2014년 2월 완공을 목표로 짓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얀부의 ‘얀부2 해수담수화 및 발전시설’ 전경. 오른쪽에 바닷물을 민물로 만드는 데 사용하는 150m 높이의 굴뚝 2개가 있으며, 가운데 공사용 철근 안쪽에 발전소 핵심 부품인 보일러 3기가 설치된다. 한화건설 측은 “전체 부품 자재의 70%를 한국산으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한화건설 제공
홍해에 접한 사우디아라비아 서부 산업도시 얀부에서 출발한 지 30여 분이 지나자 지상 150m 높이의 대형 굴뚝 2개가 눈에 들어온다. 시곗바늘은 오전 10시를 조금 지났지만 수은주는 이미 섭씨 37도를 훌쩍 넘어섰다. 탑승한 승용차 앞 유리창에는 희뿌연 모래 먼지가 자욱이 덮쳤다. 마치 ‘사막폭풍’에 갇힌 느낌이 들 정도였다.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이곳은 한화가 2014년 2월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얀부2 해수담수화 및 발전시설’이다. 주변 반경 4km 이내에 사람의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차를 내려서자 숨을 쉬기가 거북할 정도로 뜨겁고 건조한 바람이 몸을 휘감았다.

하지만 현지에서 만난 김종만 한화건설 공사부장은 “바다를 낀 해안도시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그나마 공사 환경이 좋다”며 “아무 할 일이 없어 숙소 외에 갈 곳이 없다는 것만 제외하면 있을 만하다”고 말했다.

○ ‘코리아’ 브랜드로 따낸 12억 달러

현장소장 “안전제일” 현장소장인 홍성근 한화건설 상무(가운데)가 사우디아라비아 얀부2 플랜트 공사 현장에서 하루 작업을 시작하기 전 아침에 직원들에게 “안전에 주의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이 현장은 300만 시간 무사고를 달성한 바 있다. 한화건설 제공
현장소장 “안전제일” 현장소장인 홍성근 한화건설 상무(가운데)가 사우디아라비아 얀부2 플랜트 공사 현장에서 하루 작업을 시작하기 전 아침에 직원들에게 “안전에 주의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이 현장은 300만 시간 무사고를 달성한 바 있다. 한화건설 제공
한화건설은 2011년 4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전력 및 용수를 담당하는 국영기업체 ‘마라픽’으로부터 12억2900만 달러(약 1조3500억 원)에 공사를 따냈다. 그리고 공사 설계에서 시공, 공사자재 구매까지 도맡는 조건으로 지난해 12월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가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이곳에서는 하루 6만 t의 바닷물을 담수(민물)로 만들고, 시간당 690MW의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10억 달러가 넘어서는 초대형 공사는 2∼4개로 쪼개 여러 업체가 나눠 공사를 맡는다. 하지만 마라픽은 한화건설에 공사를 통째로 맡겼다. 그동안 사우디아라비아 각지에서 성공적으로 공사를 끝낸 한화건설의 경험을 높게 평가한 결과였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이종진 부장은 “얀부2 건설현장에서 12km 떨어진 곳에 똑같은 발전 및 담수시설인 얀부1 플랜트를 지었다”며 “당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로부터 받은 좋은 평가가 연이은 대형 수주로 이어졌다”고 자랑했다.

얀부2 프로젝트는 국내 플랜트 건설업계의 ‘드림팀’이 공동으로 따낸 공사라는 점에서 수주 당시 국내에서 화제가 됐다. 시공을 한화건설이 맡고, 발전시설의 핵심인 3기의 보일러는 두산중공업, 보일러 급수펌프는 현대중공업이 각각 책임졌던 것.

시공뿐만 아니라 주요 자재 공급까지도 한국 기업이 맡는 수준이 되자 한국인을 대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태도도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입국하는 한국인에게 비자기한 등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심사하던 입국장에서 사우디아라비아 현장에 진출한 한국 업체의 초청비자를 받았다면 간단한 심사만으로 통과시켜주고 있다.

얀부2 프로젝트의 현장소장인 홍성근 한화건설 상무는 “한국 건설사들이 현지에서 주목하는 중요한 공사들을 대부분 성공적으로 수행한 데다 1988년 서울 올림픽, 2002년 한일 월드컵 등으로 한국을 보는 사우디아라비아 사람들의 시각이 많이 좋아졌다”며 “한국 기업들로 이뤄진 컨소시엄에 미국·유럽계 기업이 없다고 퇴짜를 놓던 일도 이제는 옛말이 됐다”고 소개했다.

○ 국산자재로 한국경제 기여도 높일 것

해외건설 수주물량이 나오면서 제기되는 비판적인 평가 가운데 하나가 “외형은 커졌지만 국가경제 기여도가 낮아졌다”는 것이다. 국내 건설사가 현장인력을 국내 인부로 썼던 1980년대식 수주방식보다 외화가득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외화가득률은 수치가 낮아질수록 공사를 수주해도 벌어들이는 외화가 줄어든다는 의미인데 국내 건설사들의 2010년 기준 해외공사 외화가득률은 24% 수준으로 선진국(40∼45%)보다 크게 낮다.

건설인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 자재를 한국산 제품으로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한화건설도 마찬가지였다. 얀부2 플랜트 공사 현장에는 촘촘히 얽힌 철제 울타리가 세 방향으로 길게 둘러쳐 있다. 공사 현장의 안전과 도난 방지 등을 목적으로 설치한 것으로 전체 길이만 3km에 달한다. 한국 건설공사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울타리와 똑같은 모양이다.

홍 상무는 “처음 현장에 들어오자마자 이 울타리를 쳤다”며 “3km 울타리 건설 자재 조달에 2억 원 정도가 드는데 모두 한국에서 들여온 자재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한국 건설사는 단순하게 시공만 맡는 게 아니라 공사 설계와 자재 조달도 동시에 맡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좀 더 시간이 지나면 1980년대식 ‘인건비 따먹기’보다 훨씬 높은 한국 경제 기여도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화 얀부2 플랜트 현장에서 발주한 자재는 모두 6억2300만 달러어치에 달한다. 이 가운데 70%가 넘는 4억4200만 달러가 한국산 자재로 채워진다. 여기에는 두산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대기업은 물론이고 대경기계기술, KC코트렐 등의 국내 중견기업들의 물품도 있다. 홍 상무는 “건설업체의 해외 진출이 성장할수록 철강 등 다른 업종의 한국 기업 입지도 탄탄해질 것”이라며 “시공을 의뢰한 국가나 기업을 설득해 한국산 자재를 고집하는 국내건설사들의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얀부=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해외건설#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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