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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번역해 각각 펴낸 두 교수에게 차이점을 묻다

입력 2012-02-07 03:00업데이트 2012-02-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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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함축적 문체 살려야 vs 돌핀은 돌고래 아닌 만새기
《미국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의 작품이 올해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사후 50년인 저작권 보호기간이 지난해 말 끝났기 때문. 대표작인 ‘노인과 바다’는 올 초 민음사와 문학동네에서 비슷한 시기에 나왔다. 민음사 판 ‘노인과 바다’는 김욱동 서강대 명예교수 겸 한국외국어대 통번역학과 교수(64)가, 문학동네 판은 이인규 국민대 영문과 교수(51)가 번역했다. 이 작품은 홀로 고기잡이를 하는 늙은 어부 산티아고가 사투 끝에 거대한 물고기를 잡지만, 상어 떼의 공격을 받아 머리와 뼈만 남은 물고기를 갖고 돌아온다는 내용. 1954년 헤밍웨이에게 노벨 문학상을 안겨준 대표작을 두 영문학자는 어떻게 읽었을까. 김 교수와 이 교수에게 ‘노인과 바다’를 주제로 같은 질문을 던졌다.》
―헤밍웨이 작품 중 ‘노인과 바다’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헤밍웨이는 미국 문학을 상징하는 아이콘이고 ‘노인과 바다’는 헤밍웨이 문학의 결정판이다. 망망대해에서 노인이 홀로 벌이는 사투는 역설적으로 ‘사람은 혼자여선 안 된다’는 연대와 협동의 의미를 강조한다.”(김 교수)

“헤밍웨이 최고의 작품이다. 분량도 적은 데다 대부분 짤막한 대화와 독백만으로 이뤄져 있지만 삶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지는 데 손색이 없다. 헤밍웨이 특유의 압축되고 절제된 문체가 가장 빛나는 소설이다.”(이 교수)

―번역하면서 가장 고심했던 부분은….

“헤밍웨이는 고대 그리스어나 라틴어에서 파생된 영어 단어 대신 앵글로색슨 계통의 토착어를 많이 사용했다. 동일선상에서 순수한 토박이 한국말을 찾아 옮기려고 애썼다. 배와 관련된 단어도 선수(船首)나 선미(船尾) 대신 이물과 고물로 번역했다.”(김)

“같은 단어라도 어부 사이에 통용되는 뜻이 다른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기존 번역본에선 노인이 바다에서 잡은 ‘돌핀’을 ‘돌고래’로 번역했다. 그런데 원문에는 돌고래의 일반적인 모양과는 달리 황금색에 넙적한 모양새라고 묘사돼 있다. 자료를 찾은 결과 돌핀이 어부들 사이에선 ‘만새기’라는 물고기를 지칭한다는 걸 알게 됐다.”(이)



―소설 전체를 상징하는 문구를 하나만 꼽는다면….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게 아니야.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라는 말을 꼽고 싶다. 헤밍웨이는 파멸과 패배를 엄격히 구분했다. 전자는 물질적 육체적 가치, 후자는 정신적 형이상학적 가치와 연관시켰다.”(김)

“‘사람은 패배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어. 박살이 나서 죽을 수는 있을지언정 패배를 당하진 않아’이다. 육체는 져도 마음은 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원문에는 ‘파멸(destroy)’로 나오는데 우리말로는 어색한 표현인 것 같아 ‘박살이 나서 죽을 수는 있을지언정’으로 윤문했다.”(이)

―상대방이 번역한 작품을 읽어봤나.

“며칠 전 서점에서 훑어봤다. 좋은 번역이지만 돌핀을 만새기가 아닌 돌고래로 번역하는 등 정확하지 않은 부분이 몇 군데 보였다.”(이)

“인터넷을 통해 몇 부분을 살펴봤는데, 헤밍웨이의 문체를 조금 더 잘 살려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 교수가 지적한 ‘돌핀’의 경우 사전마다 뜻이 다르다. 토착종이 아닌 외래종일 경우 생물학계 내부에서도 명칭이 통일돼 있지 않다. 또 만새기가 우리 독자에겐 생소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2쇄부터는 만새기로 바꿀 계획이다.”(김)

―21세기를 살아가는 독자에게 이 작품이 주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주인공 산티아고가 자연을 지배나 정복이 아닌 합일(合一)의 대상으로 바라본 점을 중시해야 한다. 생태 의식을 일깨우는 환경 소설로 읽혔으면 좋겠다.”(김)

“왕따와 자살 등 우리 사회의 생명 경시 풍조가 심각하다. 아무리 고통스러운 상황이 닥쳐도 삶을 포기하지 않는 산티아고의 의지와 인내는 독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이)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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