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기자의 That's IT]애플-페이스북처럼… 끊임없이 되묻고 정의하라

동아일보 입력 2011-11-30 03:00수정 2011-11-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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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의 전기에 보면 아이팟을 처음 만들던 때의 일화가 나옵니다. 아이팟 아이디어를 제안했던 토니 파델이 스티브 잡스에게 휴대용 음악기기 시장의 잠재적 경쟁자를 설명하자 잡스가 “소니는 걱정하지 말게. 그들은 자기들이 뭘 하는지도 몰라.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뭘 하는지 잘 알지”라고 말했다는 것이죠.

소니는 당시 음질이 더 좋고, 크기가 작아 휴대하기 편한 제품을 만드는 데 정신이 팔려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MP3플레이어는 음질이 떨어졌고, 애플의 아이팟은 너무 커서 휴대하기 불편했습니다. 만들 필요가 없는 음악기기라 판단했죠. 하지만 애플은 음악기기를 다시 생각합니다. 주머니 속에 며칠을 들어도 다 듣지 못할 음악을 넣고 다닌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는 생각이었죠. 소니는 MP3플레이어를 보면서 ‘품질 나쁜 워크맨’을 떠올렸고, 애플은 ‘주머니 속 레코드숍’을 떠올렸습니다.

얼마 전 홍콩에 다녀왔습니다. 모바일아시아콩그레스(MAC)라는 이동통신 전시회를 둘러봤는데 페이스북 본 스미스 부사장의 얘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는 “페이스북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아니다”라고 하더군요. 그 대신 ‘소셜 플랫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SNS는 말 그대로 서비스입니다. 페이스북을 서비스로 정의한다면 마이스페이스나 싸이월드를 대체할 새 유행에 불과합니다. 새마을호 대신 KTX가 나온 수준이죠.


하지만 페이스북은 개별 서비스가 되기보다 서울역 부산역 같은 열차의 플랫폼이 되겠다고 주장합니다. 이미 이들의 이런 생각은 효과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게임업체 징가는 페이스북을 통해서만 게임을 서비스하는데도 올해 매출이 1조 원을 훨씬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온라인 음악업체 스포티파이도 페이스북에서 음악을 서비스하면서 가입자가 두 달 만에 400만 명이 늘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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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례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애플과 페이스북 모두 지금 하는 일이 무엇인지 계속해서 되묻고 스스로의 일을 다시 정의했다는 점이죠. 정보기술(IT)이 발전하면서 세상이 정신없이 바뀐다고 합니다. 변화의 속도는 놀랍습니다. 하지만 이런 속도는 일의 정의를 다시 내리는 기업에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아마존닷컴을 전자상거래 업체로 분류합니다. 하지만 아마존은 스스로를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로 정의합니다. 그리고 전자상거래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한 여러 사업 모델 중 하나라고 보는 것이죠. 그 결과 서점이 몰락해도 아마존은 더 성공하고, 경쟁업체인 이베이가 흔들려도 아마존은 승승장구합니다. 최근에는 태블릿PC까지 직접 만들며 전자제품 제조 영역까지 뛰어들었습니다. 사업이 전자상거래에 국한되지 않도록 생각을 바꾼 덕분입니다.

이런 예는 수없이 많습니다. 트위터는 스스로를 SNS가 아니라 ‘뉴스 전달매체’라고 부르고 있고, 스마트폰 무료 문자메시지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카카오톡은 스스로를 메시지 앱 대신 ‘모바일 SNS’라고 설명합니다.

단순한 말장난이 아닙니다. 익숙한 관행을 따르면 일은 편합니다. 하지만 기회는 사라집니다. 이런 기업들은 관행 대신 불편한 고민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의미를 찾아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요? 저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봅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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