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UV 신드롬 비긴즈’ 기 소보르망 박사 페이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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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4일 10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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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혁권'이라는 이름으로 연기부업 하는, 그는 누구인가

기 소보르망 박사 박혁권은  1971년생으로 본업은 연극배우다. 1993년 극단 ‘산울림’에서 연기를 시작했다. 드라마 ‘하얀거탑’과 영화 ‘의형제’ 등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드라마 ‘드림하이’, ‘마이프린세스’, ‘마이더스’ 등에 출연했다. 동아닷컴 조윤선 기자 zowook@donga.com
기 소보르망 박사 박혁권은 1971년생으로 본업은 연극배우다. 1993년 극단 ‘산울림’에서 연기를 시작했다. 드라마 ‘하얀거탑’과 영화 ‘의형제’ 등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드라마 ‘드림하이’, ‘마이프린세스’, ‘마이더스’ 등에 출연했다. 동아닷컴 조윤선 기자 zowook@donga.com
"네…뭐…."

주저하듯 짧은 답변. 프랑스 석학 기 소르망 박사(67)보다 먼저 자동완성 될 만큼 '포털 사이트'가 인정한 기 소보르망 박사(40·이하 기 박사)는 화면에서보다 더 수줍음이 많았다.

녹화 도중 제작진과의 대화에서 알게 된 보이스피싱 피해를 잘 처리했냐는 물음에도, 정말 프랑스의 크로와 상대 문화인류학과를 졸업했냐는 질문에도 뜸을 들이며 답했다.

기 박사는 종합예술그룹 UV(유세윤, 뮤지)에 대한 연구로 주목받아온 인류학자. 그는 케이블 방송 최초로 시청률 40%에 도달했다고 주장하는 Mnet 명품 다큐멘터리 'UV 신드롬 비긴즈'의 고문위원으로 나와 박식함과 새치름한 제스처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돌연 그는 지난달 19일부터 약 1주일간 자취를 감췄다. 비슷한 시기에 불화설이 나돌던 조수 돈 가스 박사가 실종됐고, 설상가상으로 기 박사가 프랑스 크로와 상대가 아닌 부설 문화센터를 다닌 것이라는 '학력위조설'까지 제기됐다.

▶ 학력위조설-조수 살해설? "모르는 일"

서울시 은평구 상암동의 비밀 연구실에서 다시 만난 기 박사는 다소 야윈 얼굴이었다.

말끔한 회색 정장을 입었지만 한 손에는 손때가 묻은 낡은 가방을 들고 있었다. "이건 협찬…."이라며 먹고 있던 소보로 빵을 가방에 감췄다.

대뜸 기 박사에게 'UV 신드롬 비긴즈'의 박 모 피디가 학력위조설에 대한 코멘트를 일절 거절했다고 전했다.

"암묵적인 동의가 아니냐?"는 말에 불안한 기색이었다. "박 피디가…그러던가요? 다시 한번…확인을…." 테이블 아래에서 그는 거칠게 다리를 떨었다. 불어도 시켜봤지만 "봉쥬르"라고 한국어를 말하듯 말할 뿐이었다.

UV 만큼이나 여러 곳에서 출몰했던 기 박사에 대한 누리꾼들의 목격담에 대해서도 물었다.

"이상하게도 제 직업이 원래 의사(MBC '하얀거탑', 2007)라는 분도 있고… 검사(SBS '마이더스', 2011)라는 사람도 있고… 왕손(MBC '마이프린세스', 2011)도 있고…. 촛불집회에서 봤다고요? 그건 갔어요. 그런 사회 현상들을 객관적으로… 보고 싶었어요. 이유는 모르겠는데…교복 입은 친구들은 저에게 '혜미 아빠(KBS '드림하이', 2011)'라고 해요."

그는 양 볼을 붉히며 부끄럽다는 듯 이야기를 이어갔다. "어쨌든 다양한 연령층에서 절 알아보시는 것 같아요…. 너무… 자랑 인가요…?"

기 소보르망 박사(박혁권)는 "사진 찍는게 제일 싫다"며  카메라 응시하기를 주저했다. 동아닷컴 조윤선 기자 zowook@donga.com
기 소보르망 박사(박혁권)는 "사진 찍는게 제일 싫다"며 카메라 응시하기를 주저했다. 동아닷컴 조윤선 기자 zowook@donga.com
이유를 묻자 "아마도 제가 부업삼아 '박혁권'이란 이름으로 연기를 해서…."라며 개연성 없는 이유를 덧붙였다.

"물론 UV 연구로도 바쁘지만…시간강사로만은 생활이 좀… 어려워서…. 그래서 방송 출연도 시작했는데…. UV가 M.net과 결별한 이유도 그렇지만… 저도 입금이 잘…."

뒷말을 삼키는 모습에서 나름 안타까운 사연이 있음을 짐작했다.

정작 출연작을 묻자 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제목은 밝히기 좀 어렵네요."라면서 프랑스 연구실에 있는 컴퓨터 하드 '딱따구리' 폴더에 있다고 속삭였다.

쑥스럽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자 그의 풍성한 머리숱이 눈에 들어왔다. 몇 마디 칭찬을 건넸다. "대신…겨드랑이에 부작용이 와서… 매일 좀… 면도해요." 그는 잠시 먼 곳을 응시하는 듯 했다.

▶ "UV 신드롬시즌 3요? 그건 입금 상황 봐서"

이렇게 숱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기 박사가 UV 연구에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자기도 알 수 없는… 잠재의식? 자기도 모르게 끌려가는 거죠. 묘한 거 같아요. 딱 떨어지지 않는… 하지만 하고 있는…. 또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거죠."

그는 UV에 대한 권위자답게 난해한 답변으로 내놓았다. 각종 UV 관련 자료들은 어떻게 모았냐고 질문했다. "뭐…이집트 투탕카멘 무덤에서 UV상을 가져왔는데…. 제가 가져가도 별말이 없더라고요…. 다…저를 알아보고…." 적막한 분위기에서 그는 갑자기 들뜬 미소를 지었다.

기자는 갑자기 한 남자의 사진을 내밀었다. 뜬금없는 행동에 깜짝 놀랐지만 이내 사진 속 금발 남자를 주시했다. 바로 지난달 18일 실종된 조수 돈 가스 박사.

"제 조수라고 해도 전 본 적도 없고…. 그냥 한동안 위가 안 좋았어요. 감각이 없어 졌나…."

그는 이상하리만큼 땀을 많이 흘리며 횡성수설 말했다. 겨드랑이에서 시작한 땀이 셔츠의 팔꿈치 부분까지 순식간에 번졌다. 그는 "모르는 일"이란 말만 되풀이 했다.

기 소보르망 박사(박혁권)는  “이건 협찬….”이라며 먹고 있던 소보루 빵을 가방에 감췄다. 동아닷컴 조윤선 기자 zowook@donga.com
기 소보르망 박사(박혁권)는 “이건 협찬….”이라며 먹고 있던 소보루 빵을 가방에 감췄다. 동아닷컴 조윤선 기자 zowook@donga.com
그때 느닷없이 그의 전화가 울렸다.

'내사람 황복순'. 전화기에 선명하게 찍힌 이름이었다. UV의 코디이자, 유명 패션 디자이너 하상백의 은사로 알려진 황복순 여사냐고 물었지만, 기 박사는 주의를 돌리듯 딴 이야기를 이어갔다.

"얼굴이 알려지면서…전화가 많이 와요. 뭐… 인터뷰라든지… 페이크 다큐를 하자는 전화도 왔고…. 증권회사에서도 오고… 세무사도 전화하고…인터넷 새로 깔아준다고도 하고…. 제 인기가 좀… 워낙 많아져서… 힘드네요."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었지만 그는 자랑할 때 나오는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결국 그는 새로운 의혹만 만들어내며, 논란이 된 '학력위조설', '조수 살해설' 등 그 어떤 것에도 확실한 답을 주지 않았다. 앞으로의 계획도 마찬가지였다.

"제 동창 중에 썰매왕이 있는데… 네이버 프로필 사진이 오래 되서 바꾸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바꿀까 했는데… 사진 찍는 것도 싫고…. 프로필 사진을 찍으러 갔다가 뛰쳐 나왔어요…. 'UV 신드롬'시즌 3요? 아…그건 그때 입금 상황 봐서…."

그는 마지막까지 느린 말투와 수줍은 표정으로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주섬주섬 가방을 꾸려 자리를 뜨는 그의 뒷모습은 그가 연구하는 UV 만큼 미스터리 해 보였다.

기 소르망 박사 역의 박혁권은 생애 첫 페이크 인터뷰에 대해 그는 “페이크다큐처럼 종잡기 어렵네요”라며 소감을 전했다. 동아닷컴 조윤선 기자 zowook@donga.com
기 소르망 박사 역의 박혁권은 생애 첫 페이크 인터뷰에 대해 그는 “페이크다큐처럼 종잡기 어렵네요”라며 소감을 전했다. 동아닷컴 조윤선 기자 zowook@donga.com
▶기 소르망 박사 역의 박혁권은…

1971년생으로 본업은 연극배우. 1993년 극단 '산울림'에서 연기를 시작했다. 드라마 '하얀거탑'과 영화 '의형제' 등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드라마 '드림하이', '마이프린세스', '마이더스' 등에 출연했다.

그에게 'UV 신드롬 비긴즈'란 새로운 영역을 추천한 이는 영화 '은하해방전선'에서 호흡을 맞춘 윤성호 감독. 이유는 "꾸미지 않는 자연스러운 연기 스타일이 프로그램과 잘 맞아서"이다.

그는 "초반엔 어떤 콘셉트인지 가늠할 수 없어 어려웠다"고 당시 심경을 털어놨다. 우려와 달리 1회 방송 이후 시청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진지한 배우로 알았는데 이럴 줄이야", "미묘한 내면 연기가 대박" 등 진지한 듯 어수룩한 기 소보르망 박사에 대한 글이 시청자 게시판에 줄이었다.

생애 첫 페이크(fake) 인터뷰에 대해 그는 "페이크 다큐처럼 종잡기 어렵네요"라며 소감을 전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영화에 집중할 생각이에요. 아… SBS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9월 방송 예정)도 있네요."

※ 오·감·만·족 O₂플러스는 동아일보가 만드는 대중문화 전문 웹진입니다. 동아닷컴에서 만나는 오·감·만·족 O₂플러스!(news.donga.com/O2)

동아닷컴 조윤선 기자 zowook@donga.com
동아닷컴 김윤지 기자 jayla30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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