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커버스토리]박신양 떠나보낸 김아중 “이상형은 한석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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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8일 10시 56분


코멘트
●'고다경 법의관' 김아중이 전하는 '싸인' 코멘터리
●새드 엔딩? "그래도 지훈-다경은 최선을 다했으니까"
●카메라 꺼지면 지훈 시신 붙들고 눈물 '펑펑'
●시체 연기 하느라 차디찬 부검대 위에 누운 배우들
●'꺼져 커플' 패러디, '김아중 표' 패션…유행 남기고 가


‘싸인’에서 일명 ‘거지 커트’라 불린 레이어드 헤어스타일을 했던 김아중. 그는 드라마가 끝난 뒤 여성스럽고 단정한 스타일로 돌아갔다. 그는 “더 지저분하고 실감나는 법의관 연기를 하고 싶었다”며 “머리를 안 감을 수 없어서 층을 많이 낸 거지 커트를 했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싸인’에서 일명 ‘거지 커트’라 불린 레이어드 헤어스타일을 했던 김아중. 그는 드라마가 끝난 뒤 여성스럽고 단정한 스타일로 돌아갔다. 그는 “더 지저분하고 실감나는 법의관 연기를 하고 싶었다”며 “머리를 안 감을 수 없어서 층을 많이 낸 거지 커트를 했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하루하루 삶 자체를 감사하고 행복하게 살자는 메시지와 조금 씁쓸하지만 아직 우리 네 현실은 정의를 구현해내기 힘들다는 메시지를 줏대 있게 전할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SBS 드라마 '싸인'을 끝낸 김아중은 신출내기 법의관 고다경을 벗은 듯 했다. 아무렇게나 잘라 질끈 동여맨 머리(일명 '거지 커트')는 로맨틱한 긴 생머리로 바뀌었고, 핑크색 상의에 청바지, 지미추 구두를 신은 러블리한 모습이었다. 그의 코디네이터는 "이게 원래 모습"라며 "가발 20㎝를 덧붙여 머리를 길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김아중은 지난 1월부터 두 달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법의관 고다경 역을 맡아 천재 법의학자 윤지훈(박신양)과 함께 수십 건의 살인 사건을 해결했다. 법의관이 주인공이기에 '싸인'에서 열쇠를 푸는 진실은 시신에 있다.

▶박신양이 '꺼져! 나가! 비켜!' 할 때 서러워 눈물 왈칵

인터뷰를 할 즈음 김아중이 아파서 종방연을 가지 못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 날도 그는 쿨럭쿨럭 꽤 깊은 기침을 했다. "마지막 촬영에 5일 밤을 새서 그렇다"며 "링거 주사 한 대 맞았더니 괜찮다"고 말했다.

-드라마를 끝내고 가장 아쉬웠던 점은 뭔가요?

"마지막 회 윤지훈의 부검 장면은 산 자와 죽은 자의 마지막 콤비플레이라고 생각했어요. 더 잘 연기해냈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있어요."

10일 방송된 최종회에선 권력의 비호로 연쇄 살인을 저지른 대통령 후보 딸 강서연(황선희)을 잡지 못했던 지훈이 자신의 몸에 사인을 남기고 죽음으로써 범인을 검거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사랑하는 지훈을 부검한 것은 다경의 몫이었다. 마지막 회는 시청률 조사기관 AGB 닐슨 미디어리서치 조사 결과 전국 시청률 25.5%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국과수 법의관 고다경으로 두 달간 살았던 김아중은 “법의학은 앞으로도 발전되어야 하며 편견을 받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국과수 법의관 고다경으로 두 달간 살았던 김아중은 “법의학은 앞으로도 발전되어야 하며 편견을 받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지훈을 부검하는 다경의 모습이 너무 담담해서 그런지 조금만 감정을 비쳤으면 좋겠다는 시청자 의견도 있었어요.

"그동안 윤지훈을 인정하고 바라본 다경인데 그가 선택한 길이 그냥 슬프기만 할까요? 앞만 보고 달린 멘토가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에 서운한 감도 있을 테고, 하지만 그래도 인정하고 잘 보내줘야 한다는 생각도 있을 거예요. 사람들이 멜로로만 해석해서 봤으면 담담해 보였을 수도 있죠."

-다경은 지훈을 설레는 감정으로만 대했을까요?

"윤지훈을 사랑하면서도 존경의 감정이 컸을 거예요. 존경이 커지면 설레는 마음이 생길 수 있어요. 저도 멘토가 있는데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데도 그 분을 보면 설레는 게 있어요. 관계 발전을 바라는 건 전혀 없지만 그냥 설레요."

-마지막 지훈의 죽음이 반전이었습니다. 미리 알고 있었나요?

"드라마 시작할 때부터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지훈과 마지막으로 한) 공원 데이트 신을 더 애틋하게 찍으려고 노력했죠."

박신양과 김아중은 일명 '꺼져 커플'로 인기를 끌었다. 고다경에게 항상 "꺼져!"라고 소리지르는 지훈과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다경의 모습을 영화 '나는 전설이다' 포스터에 합성한 '나는 꺼지이다' 등 인터넷 패러디도 넘겼다.

"(웃음) 대본을 받았을 때 지훈이 후배 다경에게 '꺼져! 나가! 비켜!'라고 소리 지르는 장면이 많아서 읽는 것만으로도 서러웠어요. 그래도 그냥 '꺼져'하면 안 밉잖아요? 그런데 진짜 큰 목소리로 '꺼져~~!!'라고 하는 거예요. 얼마나 속상하고 충격적이었는지 몰라요. 그렇게 대놓고 꺼지라는 건 처음이었죠. 진짜 깜짝 놀랐어요. 박신양 선배를 촬영 초반에 슬슬 피해 다녔죠."

김아중은 휴식을 취한 후 중국으로 가 미중합작 영화 ‘어메이징(Amazing)’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그는 농구 게임 프로그램을 만드는 여주인공 ‘이린’으로 나온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김아중은 휴식을 취한 후 중국으로 가 미중합작 영화 ‘어메이징(Amazing)’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그는 농구 게임 프로그램을 만드는 여주인공 ‘이린’으로 나온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법의학은 앞으로도 발전되어야 하며 편견을 받아선 안 된다

-법의학자 연기하기 전 무엇을 준비했나요?

"촬영 전의 준비기간은 1달 정도 됩니다. 국과수 부검 참관을 했고, 그 전에 '법의학이란 뭔지 부검을 어떻게 하는지'에 관해 자료 조사를 많이 했어요. 국회도서관이나 인터넷 학술지를 많이 봤죠. 감독님께서 추천해주신 책도 두 권 읽었어요. 정말 놀랐죠. '머리부터 발끝까지지 정말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구나'하고 엄청 놀랐어요. 부산과 경상도 지역에서 부검하시는 분들과 많은 인터뷰를 했어요. 사건이 터질 때까지 2박3일 정도 진치고 기다리기도 했어요."

-'산 사람은 거짓말을 하지만, 죽은 사람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대사가 있었죠. 극을 관통하는 중요한 대사였어요.

"맞아요. 이 인물들이 법의학에 완전히 미쳐서 매달려 있는 이유가 거기 있죠. '그래서 우리는 더 시신을 정확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법의학은 앞으로도 발전되어야 하며, 편견을 받아선 안 되는 직업이다'까지 발전할 수 있는 대사였어요. 사실 부검이란 게 '사람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라는 편견이 많죠. 법의관도 꺼려하는 직업분야로 인식되잖아요. 우리 드라마를 통해 법의학 법의관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정확하게 진실을 규명하는 일이니까요."

"윤지훈의 죽음으로 '아직도 우리나라는 정의 구현이 어려워'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끝까지 긍정의 힘을 놓지 말았으면 해요. 지훈을 보낸 다경이가 마지막에 공원을 거닐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산책 나온 사람들을 보며 미소 지어요. 주어진 바람, 햇살을 모두 감사한 거죠. 삶의 감사함도 느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에 죽은 지훈이가 다경이 옆에 와서 서 있었잖아요. 그건 어떤 의미일까요? 정의는 죽지 않는다는 건가요?

"그 장면은 다경이의 마음에서 출발한 게 아닌가 싶어요. 지훈이는 내 마음 속에서 평생 잊혀지지 않는 멘토로 살 것이라는. 지훈은 미소로 대답한 거죠. '우리는 그래도 최선을 다했잖아. 고마워.'"

-결국 지훈과 다경의 로맨스는 이뤄지지 않았어요.

"저 자체도 로맨스가 없기를 바랐어요. 멘티와 멘토 사이에서의 존경과 믿음을 표현할 수 있는 드라마를 언제 또 할 수 있을까요? 사실 그런 기회가 별로 없었어요. 우리 드라마가 다 사랑이야기니까. '싸인'이 사랑으로 빠지지 않고 존경으로 마무리 된 건 제겐 굉장히 특별했어요. 더 좋았어요."

-'싸인' 시즌 2를 보고 싶다는 이야기도 많아요.

"어떤 이야기고 어떤 역할인지를 알아야 할 수 있는 거지만, '싸인' 같은 수사물은 시즌으로 가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시즌이 거듭될수록 완성도가 높아지죠. 시즌제로 간다면 좋은 일이고 응원하고 싶어요."

1월 '싸인'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김아중과 박신양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1월 '싸인'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김아중과 박신양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시체 역할 배우들 범인보다 덜 주목받아 속상해"

'싸인'은 스릴러 드라마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지만, 마지막 회에 화면조정용 컬러바가 노출되고 고르지 못한 음향이 나오는 등 '방송사고'가 나 비난을 사기도 했다.

"3주 전부터 '방송사고 나겠는데'라는 얘기가 너무 많았어요. 마지막 회 촬영하는데도 '방송 5시간 반 전입니다, 4시간 반 전입니다'라고 알람 소리가 들렸어요. 막상 방송 사고가 나자, '어이구, 사고 났네'라고 했죠. 워낙 찍을 게 많은 드라마라 이해해주시길 바래요."

-'싸인'은 살인 사건 별로 진행됐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연쇄살인 사건, 미군 총기 살인 사건, 게임 시나리오 살인이 기억에 남아요. 3건 모두 다경이와 연관 있어요."

-그런가 하면 강서연(황선희), 안수현(최재환), 정차영(김정태), 이호진(김성오), 우재원(오현철) 다섯 명의 사이코패스가 나옵니다. 어떤 살인범이 가장 무서웠나요?

"진짜 무서운 사람은 없어요. 다 훈훈하고 따뜻하고 심지어 유머러스해서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거든요. 최재환 씨는 사적으로도 친한데, 농담하다 갑자기 사이코패스로 돌변하니까 위화감을 느꼈어요. 제일 무서운 배역도 최재환 씨요. 밤에 쇠파이프로 기절시키고 트럭으로 죽인다는 게 섬뜩했어요."

-꿈에 나온 범인도 있나요?

"시체들이 많이 나왔어요."

-부검한 시신들은 다 더미(배우 대신 쓰는 인형)였나요?

"더미는 딱 1번이었어요. 초신성 그분(건일). 다른 분들은 거의 직접 누워서 연기했어요. 박신양 선배님도 시체 연기를 했어요. 목에다가 분장을 하고 나오셨죠. 피해자로 나왔던 사람들이 제일 안타까웠던 거 같아요. 범인들은 주목을 받는데 시체로 나온 분들은 덜 주목받았으니까요. 옷도 못 입고 진짜 고생했거든요. 부검대가 너무 추워요."

-영화 '미녀는 괴로워', KBS2 드라마 '그저 바라보다가' 등 사랑스러운 역할만 주로 하다가 범죄 스릴러에 출연했어요. 멜로와 스릴러 어떤 차이가 있나요?

"스릴러가 스펙타클한 거 같아요. 일단은 한 장소에서 대사를 다 하지 않죠.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겨가서 찍고 하는데, 역동적이고 스피디하고 많이 달라서 많이 배웠어요."


▲[O2/커버스토리]박신양 떠나보낸 김아중 “이상형은 한석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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