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부실 저축은행 처리가 지지부진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는 달라질 것이다. 새로 취임한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강한 해결 의지를 갖고 있다.”(금융위원회 고위 당국자)
각종 경제 문제가 터질 때마다 ‘대책반장’ 역할을 맡았던 김 위원장이 저축은행 문제 해결에 나섰다. 대형 금융지주사가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하고 예금보험기금 내 공동계정을 설치해 저축은행을 지원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정부 역할을 시중은행에 떠넘긴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고 공동계정 설치에 대한 은행권의 반발도 심해 저축은행 문제를 속전속결로 끝낼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축은행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부실 증가와 함께 위기에 빠졌다.
당장 수면 위로 드러난 해법은 4대 대형 금융지주사가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것이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5일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서 저축은행 인수 의견을 밝혔고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저축은행 문제 해결에 동참할 뜻을 시사했다.
KB금융지주도 보도자료를 내고 “소매금융 전문 금융회사로서 서민금융의 활성화와 확대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저축은행 인수 의향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류시열 신한금융지주 회장대행도 “조건이 맞으면 인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5일 “전적으로 환영한다. 취임 후 주요 금융권 인사와 만나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저축은행 인수에 부정적이었던 금융지주사들이 갑자기 의견을 바꾼 것은 소위 ‘김석동 효과’ 때문이었음을 읽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은 6일 서울 금천구 시흥동 서민금융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금융지주사가 저축은행을 인수하면 금융권 전체의 시스템이 안정되고 사업다각화를 할 수 있다. 주가에도 호재가 될 것”이라고 말해 금융지주사의 저축은행 인수를 기정사실화했다.
하지만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금융지주사의 주가는 동반 급락세를 보였다. 반면 솔로몬 진흥 서울 한국 제일 등 상장된 7개 저축은행은 모두 상한가까지 급등했다. KB금융이 전날보다 3.13%(1900원) 내린 5만8800원에 마감한 것을 비롯해 우리금융(―2.89%), 신한지주(―2.44%), 하나금융(―1.00%) 등이 줄줄이 하락했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저축은행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볼 때 일부가 망하더라도 큰 위기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작은 혼란을 막기 위해 정부가 원칙을 어기고 임무를 은행에 떠넘겨 은행의 부실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위 측은 “대형 금융회사들이 저축은행 몇 개를 인수한다고 해서 큰 위험이 되지 않는다. 충분한 여력이 있다”고 밝혔다. ○ ‘공동계정’ 설치와 구조조정 병행
김 위원장은 6일 예금보험기금 내 공동계정을 신설하는 문제와 관련해 “각 금융권역과 협력하면서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예금보험기금은 은행 보험 증권 저축은행 등이 부실에 대비해 돈을 적립해 놓은 것을 말한다. 공동계정은 이 중 50%씩 거둬 별도 계정에 모아 문제가 생기는 금융기관을 지원하는 제도다. 현재 예금보험기금을 든 6개 금융권역 중 기금에 적자가 난 곳은 저축은행뿐이기 때문에 결국 은행과 보험 고객의 돈으로 저축은행의 부실을 메워주는 셈이 된다.
금융위 측은 “저축은행의 부실이 전 금융권으로 퍼지기 전에 막기 위해서는 공동계정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며 “국회 입법화가 끝나는 대로 조속하게 공동계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 은행과 보험업계는 공동계정에 반대하고 있다.
또 금융위는 저축은행에 대해 대주주 증자를 유도하고 구조조정도 병행하기로 했다. 일시적으로 어려움에 빠진 저축은행은 정부의 구조조정기금을 투입해 부실채권을 매입해줄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자산관리공사를 통해 올해 5조 원 한도로 구조조정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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