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시절 A매치 103경기 127골 신화
88서울올림픽 은·베이징AG 금 주역
92년부터 최근까지 KT천안지사 근무
“한국 하키 부활”…인생 3막 힘찬 휘슬
한국이 낳은‘세계여자하키의 전설’이 18년 만에 하키계로 전격 복귀한다.
KT스포츠단 관계자는 21일, “당사 선수 출신으로, 은퇴 후 천안지사에서 근무하던 임계숙 씨를 20일자로 KT여자하키팀의 신임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한국실업하키 역사상 여성감독이 탄생한 것은 최초다. KT여자하키팀은 한국통신시절인 1984년 창단한 이후 줄곧 강호로 군림해 왔다. 1980∼1990년대 대표팀의 주전 스트라이커였던 임 감독 역시 1986년부터 1992년까지 KT(구 한국통신)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임 감독의 현역시절 업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태극마크를 달고 A매치 103경기에 출전해 무려 127골을 넣으며, 한 경기당 평균 1.23골의 대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남아있지는 않지만, 하키관계자들은 “전 세계 하키역사상 A매치 최다골”이라고 자신한다. 한국여자하키는 임 감독을 앞세워 전성기를 열었다. 1988서울올림픽은메달과 1990베이징아시안게임금메달 등이 그 성과물이다. 당시 임 감독은 외신사이에서도 ‘초특급 땅벌, 환상의 스틱’으로 불리며 극찬을 받았다.
임 감독의 신장은 160cm. 선수시절 100m기록은 14초F로 대표팀 내에서도 빠른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감각적인 드리블과 탁월한 위치선정은 전설처럼 남아있다. 상대수비 2∼3명을 자신 쪽으로 몰아 동료에게 공간을 만들어주는 능력 또한 탁월했다. 하키관계자들은 “한국에서 저런 선수가 다시 나온다면, 올림픽금메달 도전도 가능하다”고 말할 정도다.
임 감독은 1992년 은퇴이후 스틱을 내려놓고, KT 천안지사에서 제2의 인생을 열었다. 하키계로 복귀하기 전까지도 KT 천안지사 성환지점에서 부장으로 근무했다. 18년 동안은 생활체육으로 하키를 즐겼을 뿐, 현장과는 떨어져있었다. 하지만 임 감독의 현역시절 명성을 높게 평가한 KT는 11월 광저우아시안게임 직후, 임 감독에게 전격적으로 감독직을 제의했다. KT관계자는 “천안지사에서 부서내 리더십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임 감독은 “한국하키가 내가 선수생활을 할 때보다 더 침체된 것 같아 어깨가 무겁다. 필드를 오래 떠나있어 솔직히 부담도 된다. 하지만 겁 없이 덤벼보자는 생각으로 감독제의를 받아들였다. 스피드와 체력에 중점을 두겠다. 최초의 여성감독인 만큼, 올림픽금메달을 따지 못한 한(恨)을 후배들이 풀 수 있도록 징검다리를 놓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KT여자하키팀을 지도해온 김계수 감독은 아제르바이잔 여자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돼 해외에 진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