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국정감사]배추가 한국정치 최대 이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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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대표-인사온 정무수석 설전…재정부-농식품부 국감서도 질타

4일 시작된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정부가 배추값 폭등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의원들은 “이상 기후 탓만 하지 말고 장기적인 대책을 세우라”고 요구했다.

○ 채소값 폭등 질타


농림수산식품부에 대한 국감에서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무소속 송훈석 의원(강원 속초-고성-양양)은 “2005년부터 매년 배추, 양파, 마늘 등의 파동이 일고 있다”며 “내년엔 무슨 파동이 일어날지 벌써부터 두렵다”고 포문을 열었다. 한나라당 조진래 의원(경남 의령-함안-합천)은 “정부가 매달 발표하는 농업 관측을 보면 9월에 오히려 배추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등 결과적으로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성윤환 의원(경북 상주)은 “자연재해나 기상이변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정복 농식품부 장관은 “올해 말까지 개선책을 내놓아 각종 농산물 수급 안정을 꾀하겠다”고 답했다.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감에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전병헌 의원(서울 동작갑)은 배추, 양배추, 상추를 검은 비닐봉지에서 꺼내 놓았다. 전 의원은 “배추는 (한 통에) 1만5000원이고, 양배추는 8000원, 상추는 100g에 3500원이다”라며 “(이명박) 대통령은 ‘배추가 비싸니까 양배추 김치 먹겠다’고 하는데 양배추 김치도 해먹을 수 없는 게 서민들의 실정”이라고 말했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김장김치 안정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고 고랭지 채소가 본격적으로 출하하는 이달 중하순부터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의원은 “이 대통령이 집중 관리하라고 지시했던 (배추를 포함한) 52개 생활필수품 물가 중 48개가 대폭 올랐다”고 몰아세웠다.

○ 또 불거진 배추값 폭등 4대강 책임론


민주당 정범구 의원(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은 “과도한 4대강 때문에 재배면적이 줄어들면서 채소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영록 의원(전남 해남-진도-완도)도 식단에서 배추가 사라지는 단군 이래 최대의 ‘밥상공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채소경작지 감소도 큰 원인이다”라고 질타했다. 무소속 송훈석 의원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유정복 농식품부 장관은 “4대강 유역의 채소 재배면적은 전국 재배면적 중 1.4%가량이다. 특히 배추는 전체 재배면적 가운데 4대강 유역은 0.3%에 불과하다”며 “게다가 최근 가격 폭등을 일으킨 것은 고랭지 배추로, 4대강 사업 지역 배추와 달라 연관성이 거의 없다”고 반박했다. 유 장관은 “배추값 폭등의 가장 큰 원인은 여름철에 반복된 폭염과 잦은 강우 탓”이라고 강조했다.

○ 배추값 놓고 손학규-정진석 신경전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날 취임 인사차 방문한 김황식 국무총리와 정진석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에게 배추값 안정을 주문했다. 손 대표는 정 수석비서관에게 “서민과 농민 생활을 생각했다면 (배추값 폭등에 대한) 대비가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냉해와 폭염 때문에 모든 농작물이 피해를 봤고 4대강 사업도 진행되고 있다”며 “당장 급하니 배추를 수입할 수 있겠지만 진정한 공정사회 실현을 위해선 국민 일상을 더 챙겨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 수석은 “4대강 사업을 배추 파동과 연관짓는 것은 사실 왜곡”이라고 응수했다.

손 대표는 김 총리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도 “내가 김치를 매우 좋아한다”면서 곧바로 배추값 파동으로 화제를 돌리더니 “산지에 있는 농민들이 얼마나 복장이 터지겠느냐”고 당국의 정책 실패를 비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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