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집중분석]소리 지를 준비됐나요?… 뮤지컬 ‘락 오브 에이지’

동아일보 입력 2010-09-19 16:36수정 2010-09-19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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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로큰롤에 빠질 준비됐나요? I wanna Rock!"

지난여름 뜨거웠던 록 페스티벌 현장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소식이 있다. 80~90년대를 대표하는 록 음악으로 구성된 브로드웨이 최신 흥행 뮤지컬 '락 오브 에이지'가 15일부터 국내 초연을 시작했다.

미스터 빅(Mr. Big)과 본 조비(Bon Jovi), 트위스티드 시스터(Twisted Sister), 포이즌(Poison)의 친숙한 명곡이 뮤지컬 무대에서 폭발한다. 진짜 록 밴드 부활과 노바소닉이 직접 출연해 생생한 음악을 들려준다.
2010년 브로드웨이 최신 흥행작 \'락 오브 에이지\'가 15일부터 우리금융 아트홀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사진제공 김지숙

'락 오브 에이지'는 강제 철거의 위험에 빠진 록 클럽을 지키려는 로커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안재욱과 온유(그룹 '샤이니' 멤버), 제이('트랙스')가 록 스타를 꿈꾸는 청년 드류 역을, 신성우와 정찬우가 록 스타 스테이시 잭스 역을 맡았다. 배우의 꿈을 이루고자 도시로 온 아가씨 쉐리는 문혜원('뷰렛'), 다나와 선데이(이상 '천상지희 더 그레이스')가 각각 연기했다.

아바의 인기곡을 모은 '맘마미아', 엘비스 프레슬리의 히트곡 퍼레이드 '올슉업'처럼 기존 명곡을 모아 재구성한 주크박스 뮤지컬이기에 기존 뮤지컬 마니아들 사이에선 줄거리가 빈약해 다소 지루하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록 음악 그 자체를 즐길 준비가 됐다면 관람에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주요기사
▶ 본 조비, 트위스티드 시스터의 명곡이 뮤지컬 무대에서 폭발!

2006년 미국 LA에서 성공적인 초연을 한 '락 오브 에이지'는 2009년 3월 뮤지컬의 본 고장 브로드웨이에 입성해 큰 화제를 모았다. 각종 연예 프로그램의 단골 소개 뮤지컬이 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같은 해 토니상 5개 부문(최우수 작품상, 남우주연상, 음향상, 의상 디자인상)에 후보로 올랐다. 뮤지컬의 인기에 힘입어 영화 '헤어 스프레이'의 애덤 쉥크만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2011년 개봉을 목표로 영화화 중이다.
안재욱은 락 스타를 꿈꾸지만 현실은 고달픈 남자 주인공 드류를 맡아 '록 스피릿' 가득한 폭발적인 가창력을 선보였다. 사진제공 김지숙

극은 캘리포니아의 선셋 스트립이라는 록의 도시에 있는 유서 깊은 록 클럽 '더 버번'에서 시작한다. 기존 상권을 허물고 새로운 도시를 지으려는 부동산업자와 시장의 계획에 '더 버번' 역시 강제 철거 위험에 빠지고 록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철거 반대 시위를 벌인다. 이 와중에 만난 록 가수 지망생 드류와 클럽 웨이트리스 쉐리는 사랑에 빠진다.

드류와 쉐리는 클럽 철거를 막기 위해 해체를 앞둔 전설적인 록 그룹 아스널(ARSNAL)의 마지막 공연을 유치하고자 애쓰고, 두 사람의 노력으로 공연은 성사된다. 하지만 쉐리가 공연 전날 아스널의 리더 스테이시 잭스와 사랑에 빠지면서 일이 꼬인다. 스테이시는 '하룻밤 사랑' 후에 쉐리를 무참하게 차 버리고, 쉐리는 클럽을 떠나 스트립 댄서로 전락한다. 그녀의 배신에 충격을 받은 드류 역시 음반업자를 만나 아이돌 가수로 변신해 록과는 거리가 먼 길을 가게 된다. 인생의 갈림길에서 헤매던 드류와 쉐리는 철거 반대 시위대와 진압대의 충돌을 기점으로 서로에 대한 사랑을 다시 확인하고 록의 상징인 '더 버번'을 지킨다.

1막 13장, 2막 12장 총 2시간 동안 80~90년대를 상징하는 30여곡의 발라드 팝과 록 30여곡이 펼쳐진다.

시골에서 상경한 쉐리와 드류가 만나는 장면에선 '나이트 레인저(Night Ranger)'의 '시스터 크리스틴(Sister Christian)'을 부르고, 시장의 도시 건설 계획을 저지하는 장면에선 스타십(Starship)의 '우리가 이 도시를 세웠어요. 로큰롤로 세웠어요'라는 가사의 '위 빌트 디스 시티(We Built This City)'가 울려 퍼진다. 록 스타를 꿈꾸는 드류가 자신이 원하는 건 오직 록 음악이라는 걸 많은 이들에게 알릴 때 트위스티드 시스터 '아이 워너 록(I Wanna Rock)'이 나오는 식이다.

▶록 스타를 꿈꾸는 '드류' 역의 안재욱과 온유… 초호화 캐스팅

15일부터 서울 송파구 우리금융아트홀에서 열린 한국 공연은 호화로운 캐스팅으로 1차적인 주목을 받았다.

록 스타를 꿈꾸지만 현실은 고달픈 남자 주인공 드류 역에는 뮤지컬 '잭 더 리퍼'를 성공적으로 공연한 안재욱과 인기 그룹 '샤이니'의 멤버 온유, 록 그룹 '트랙스'의 멤버인 제이가 캐스팅됐다.

처음 출연진이 발표됐을 때만 해도 원작 마니아들 사이에선 "'록 스피릿(록 정신)'이라곤 하나도 섞여 있지 않은 애송이들을 데려다 뭘 하겠냐"는 비판이 많았다. 하지만 16일 프레스 콜에서 공개된 안재욱과 온유의 가창력은 이런 우려를 불식시켰다.

특히 안재욱의 폭발적 성량은 놀라울 정도였다. 이미 90년대 MBC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에서 노래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열정 가득한 로커의 모습은 예상 밖이었다. 그의 가창력은 스테이시 대신 무대에 올라 콰이어트 라이어트의 '커몬 필 더 노이즈(Cum On Feel The Noize)'와 트위스티드 시스터 '아이 워너 록(I Wanna Rock)'을 부를 때 절정을 이뤘다. 브로드웨이 초연 무대에 서 토니상 후보까지 오른 크리스틴 마룰러스가 관록 있는 짙은 록 색깔을 보여줬다면 안재욱은 서른아홉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통통 튀면서도 힘이 넘치는 '열혈 청년' 로커의 모습을 보였다.

온유는 소년 같이 수줍은 드류를 창조해냈다. 특히 포이즌의 '에브리 로즈 해즈 잇츠 손(Every Rose Has Its Thorn)'을 부를 때는 고음에서 미성이 돋보였다. 본 공연에서는 살짝 음역을 벗어나는 실수를 범하기도 했지만, 그가 SM 콘서트 등 잦은 스케줄로 연습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걸 감안하면 선방이라고 볼 수 있다. 그의 인기를 티켓 파워로도 연결됐다. 팬 사이트에는 그가 나오는 공연을 4~5차례나 예매했다는 팬들도 적지 않다. 공연장 바깥에는 온유의 팬들이 기부한 화환과 쌀이 1.34톤이나 쌓여 있기도 했다.
뮤지컬 배우 정찬우(사진 가운데)는 신성우와 함께 최고의 록 스타 스테이시 역에 캐스팅됐다. 사진제공 김지숙

미국드라마 '슈퍼 내추럴' 시즌3 16회에서 퇴마사 형제들이 불렀던 '발라드 록의 진수' 본 조비(Bon Jovi)의 '원티드 데드 오어 얼라이브(Wanted Dead or Alive)'도 나온다. 최고의 록 스타 스테이시로 분한 뮤지컬 배우 정찬우와 신성우가 불렀다. 할리 데이비슨에 올라탄 스테이시가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무대 위로 오르면 극성스런 여성 팬들은 하나둘씩 기절하기 시작한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여자들은 스테이시가 기마 자세로 허리를 튕기며 골반댄스를 추자 또다시 '픽픽' 쓰러진다.

다만 프레스 콜 무대에 선 스테이시 정찬우는 긴장했던 탓인지 브로드웨이 초연 무대에 섰던 제임스 카피넬로 만큼 느물거리는 연기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특히 스테이시가 쉐리를 유혹하면서 티나 아레나(Tina Arena)의 '아이 원 투 노우 왓 러브 이즈(I Want To Know What Love Is)'를 부를 때는 섹시하면서도 코믹한 원작의 분위기를 못 살리고, 겉멋만 잔뜩 든 록 가수를 보여주는 데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천상지희 더 그레이스'의 선데이(사진)는 다나, 문혜원과 함께 배우를 꿈꾸는 사랑스러운 소녀 쉐리 역에 캐스팅 돼, 드류와 사랑에 빠지는 것은 물론 웨이트리스, 스트립클럽 댄서까지 다양한 모습을 선보였다. 사진제공 김지숙

두 사람의 상대 배역으로 뮤지컬 무대에 선 '천상지희 더 그레이스'의 선데이와 다나는 또랑또랑하고 맑은 목소리로 귀여운 금발 미인 쉐리를 잘 표현했다. 두 사람의 해맑은 목소리는 발라드 곡을 부를 때 빛을 발했다. 하지만 '록'이 기본이 되는 작품의 맛을 제대로 살리는 데는 2% 부족했다는 평이다. 브로드웨이 원작에서도 쉐리는 영화 '금발이 너무해'의 주인공처럼 앵앵 대는 아이 목소리로 말하곤 했다. 하지만 록을 부를 때는 이내 폭발적인 가창력을 보여줬다.

립싱크 개그 그룹 '허리케인 블루'로 유명한 코미디언 김진수가 연기한 데니스는 요절복통 70쇼(The 70's show, FOX TV)의 우스꽝스러운 히피 아저씨 레오를 닮았다. 불리할 때마다 요란한 트림으로 순간을 모면하면서 극중 긴장감을 해소해 준다.

▶ 캐스팅 보다 더 큰 매력은 부활과 노바소닉의 연주

캐스팅도 화려하지만 진짜 록 밴드가 연주한다는 점이 이 공연의 가장 큰 장점이다. 생동감 넘치고 록 페스티벌 공연장에 온 듯한 파워풀한 비트를 느낄 수 있다. 관객들은 록 콘서트에 온 것 마냥 '꽥꽥' 소리를 질러도 된다.
16일 뮤지컬 ‘락 오브 에이지’프레스콜이 끝난 후 온유, 다나, 김재만이 흥행기원 화이팅을 외쳤다. 사진제공 김지숙

한국 1세대 록의 선구자로 통하는 그룹 부활의 리더 김태원(기타)을 비롯해 채제민(드럼), 서재혁(베이스)과 실력파 록밴드 노바소닉의 멤버인 김영석(베이스, 리더), 이수용(드럼), NieN(기타) 등이 합류했다. 한국 제작사는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됐던 원본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작품이 될 것으로 확신했다.

무대를 시원하게 종횡무진으로 활용한다는 점도 이 작품의 장점이다. 무대를 가로와 세로로 나눠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2층 가운데에는 커다란 전광판을 달아 '더 버번'의 간판을 비추거나 도시의 야경(원작에선 LA의 야자수 거리)을 비추거나, 극중 아스널의 마지막 공연을 취재하러 온 방송사의 뉴스 생중계를 틀어주기도 했다.

30여 년간 '지하철 1호선',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페임', '미녀는 괴로워' 등의 안무를 맡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뮤지컬 안무가로 명성을 구축해온 서병구 씨의 정교하고 힘찬 안무도 극에 시원함을 더했다.
클럽 사장 데니스(남문철)과 동성 애인 로니(김재만)이 영화 '타이타닉'의 한 장면을 흉내내면서 REO Speedwagon의 ‘I can't fight this felling’을 부르는 동안 건장한 남자들이 몸에 딱 붙는 타이츠에 짧은 튀튀(발레 치마)를 입고 등장해 우스꽝스러운 군무를 춘다. 사진제공 김지숙

2막 동성애인 사이인 클럽 주인 데니스와 로니(김재만 분)가 '알이오 스피드왜곤(REO Speedwagon)'의 '아이 캔트 파이트 디스 필링(I can't fight this feeling)'을 부르는 장면은 재기 발랄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너무 사랑해서 죽을 것만 같은 표정의 두 게이의 뒤로 건장한 남자들이 몸에 딱 붙는 타이츠에 짧은 튀튀(발레 치마)를 입고 등장해 우스꽝스러운 군무를 춘다. 동성애 코드가 녹아 있는 매튜 본의 댄스뮤지컬 '백조의 호수'를 패러디한 것. 이 밖에 여배우들이 과감한 몸짓으로 춤추는 스트립 클럽 장면도 인상적이다.

연출은 2007년 '햄릿'으로 제15회 한국최고연기연예대상 뮤지컬부분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고, 지난해 국내와 일본 등지에서 호평을 얻은 한류 뮤지컬 '잭 더 리퍼'를 연출한 왕용범 서울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맡았다. 10월30일까지 공연. 4만원~12만원 (02)764-7858,9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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