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집중분석]엄태웅이 여배우에게 들이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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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6일 17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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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 발랄 '시라노' 기자간담회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감독 김현석) 메인포스터. 사진제공 롯데쇼핑(주)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감독 김현석) 메인포스터. 사진제공 롯데쇼핑(주)롯데엔터테인먼트


19세기 프랑스의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의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에는 커다랗고 못생긴 코 때문에 사랑하는 여인에게 고백하지 못하는 불행한 남자 시라노가 나온다. 사랑의 열병을 어쩌지 못한 그는 그 여인에게 반한 잘생긴 부하를 대신해 감미로운 연애편지를 써주며 간접적으로 마음을 전한다.

시라노의 서툰 사랑의 노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이어진다. 오늘도 애인 없는 수많은 우울한 청춘들이 도시의 거리를 배회한다.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의 김현석 감독(38)의 네 번째 연출작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능력이 없거나 외모가 별로이거나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연애 한번 못해본 이들의 사랑을 이뤄주는 가상의 연애조작업체 '시라노 에이전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추석 때면 극장에 걸리는 흔한 로맨틱 코미디라 치부하면 곤란하다. 드라마 '선덕여왕'의 엄태웅, '그대 웃어요'의 이민정, '지붕 뚫고 하이킥'의 최다니엘, '미남이시네요'의 박신혜 까지 인기 절정의 남녀 배우 4명이 나오기 때문이다.

배우 엄태웅(36)은 시라노 에이전시의 대표이자 작전 리더 병훈을 연기했다. 원래는 연극 연출가였지만 먹고살기 힘들어 직종을 바꿨다. 전공을 발휘해 여심을 흔드는 작업 멘트는 물론 키스 리허설까지 책임진다. 남녀가 사랑을 이루는 데는 약간의 연극과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정작 자기 연애에는 아마추어다.

청춘스타 최다니엘(24)은 연애에는 영 소질이 없어 에이전시에 도움을 의뢰하는 남자 상용으로 나온다. 고 스펙 펀드 매니저지만 촌스런 2대 8 가르마에 몹쓸 애드립을 날리는 안타까운 모습을 연기했다.

최다니엘이 첫눈에 반한 여성은 이민정(28)이다. 청순한 외모에 똑 부러지는 그녀는 옛 연인과 이별한 후로는 사랑을 믿지 못하는 희중 역으로 출연한다. '미남이' 박신혜(20)는 에이전시의 유능한 작전 요원 민영으로 나온다. 금전 출납은 물론 장비 업그레이드까지 도맡아 하며 프로젝트 성공률을 99%까지 끌어올린다.

16일 서울 이화여자고교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시라노; 연애조작단'의 기자간담회 자리도 영화의 분위기처럼 유쾌했다. '시라노 에이전시'의 2010년 상반기 실적발표회 형식으로 진행된 이번 제작보고회에는 김현석 감독과 주연 배우 4명이 출연해 자리를 빛냈다.

배우 엄태웅, 이민정, 김현석 감독, 배우 박신혜, 최다니엘(왼쪽부터)이 16일 오전 이화여자고등학교 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감독 김현석) 제작보고회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배우 엄태웅, 이민정, 김현석 감독, 배우 박신혜, 최다니엘(왼쪽부터)이 16일 오전 이화여자고등학교 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감독 김현석) 제작보고회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출연진이 대단합니다. 엄태웅, 이민정, 최다니엘, 박신혜를 캐스팅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김현석 감독 : 태웅 씨는 원래 그의 한량같은 이미지를 좋아했는데 실제로 보니까 정말 그렇더라고요. 저랑 맞는 부분도 많아요. 사랑에 한정해서 말한다면 쉽게 덤볐다가 쉽게 포기하는 게 비슷합니다. 태웅 씨는 상처도 스스로 잘 안 받아요. 민정 씨에게 들이대다가 신혜 씨에게 들이대다가…. 실패해도 오뚝이처럼 잘 일어서더라고요. 태웅 씨의 그런 모습이 좋았고, 마침 '선덕여왕'도 떴고 해서 두 번 생각 안 하고 데려왔습니다.

민정 씨는 동네 예쁜 동생이랄까, 예전부터 알던 사이지만 민정 씨의 드라마나 영화를 못 보고 CF스타인 줄 알았어요. 우리 영화가 로맨틱 코미디다 보니까 전체적인 비주얼이 상큼한 게 필요해서 캐스팅했는데 연기를 참 잘하더라고요. 여러분도 이민정은 CF스타라는 선입견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연기를 정말 잘해요.

최다니엘 씨의 원래 배역은 박철민 씨 같은 40대 노총각으로 상정하고 썼어요. 하지만 마음을 바꿔 상큼하게 다니엘 씨로 갔습니다. '지붕 뚫고 하이킥'의 지훈이 이미지를 거꾸로 가고 싶었어요. 어리바리한 모습이 지훈이로 바뀌는 과정을 그렸는데 변신 전후 중 뭐가 더 재밌는지는 한번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신혜 씨는 일단 어리잖아요? 저랑 고향도 같은데 고등학교 졸업식 일주일 뒤에 태어났더라고요. 어리다고만 생각하고 미팅을 했는데, 저 어린 아이가 정말 시나리오를 제대로 이해했더라고요. 매우 복잡한 심정이 담긴 신이 있는데, 그걸 잘 알고 있었어요. 깜짝 놀라서 선택을 하게 됐는데 오히려 잘 된 것 같아요.

-배우들도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궁금합니다.

배우 엄태웅은 연애를 컨설팅업체 '시라노 에이전시'의 대표 병훈을 연기했다. 여심을 흔드는 작업 멘트는 물론 키스 리허설까지 책임지지만, 정작 자기 연애에는 아마추어다. 연합뉴스
배우 엄태웅은 연애를 컨설팅업체 '시라노 에이전시'의 대표 병훈을 연기했다. 여심을 흔드는 작업 멘트는 물론 키스 리허설까지 책임지지만, 정작 자기 연애에는 아마추어다. 연합뉴스
엄태웅 : 시나리오를 읽고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제 나이의 남자들은 시나리오를 읽으면 굉장히 공감을 많이 할 것 같은 이야기였고. 감독님과 미팅을 해보니 저와 생각이 굉장히 비슷하더라고요. 그래서 영화를 하게 됐는데 영화를 끝내고 나선 처음 본 것보다 감독님과 더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도 어떤 영화가 나올지 굉장히 기대가 됩니다.

이민정 : 시나리오를 봤을 때 키득키득하면서 화장실 가고 싶은 것도 참고 읽었어요.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경쾌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었어요. 20대 여자들이 사랑과 이별을 겪었으면 공감이 갈 수 있는 소재가 가상의 연애조작단과 합쳐져서 굉장히 재밌고 경쾌한 메시지를 주는 작품이 됐습니다.

최다니엘 : 시나리오만 보고 결정을 하게 됐고요. 사실은 전작을 하고 힘들어서 한동안 작품을 쉬고 싶었는데 촬영을 하게 됐어요. 일단 촬영에 들어가자 현장이 정말 재밌었어요. 선후배들과 어울려서 놀고 행복했던 것 같아요. 나중에는 일정이 빠듯해서 쉬지도 못하고 짜증났지만 끝나고 보니 개인적으로는 행복했던 치유의 작품이었습니다.

박신혜 : 저도 시나리오가 좋아서 욕심을 냈어요. 민영이가 처음으로 사랑을 시작하는 내면적인 서툰 모습에 마음이 끌렸고요. 제 나이대에만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독님의 전작도 사랑 얘기를 예쁘게 잘 풀어서 이번에도 기대하게 됐어요. 작업을 하면서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할 정도로 힘들었는데 마치고 나니까 반성이 되고 좋은 선배들과 함께한 시간도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배우 네 명 모두 전작 드라마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이번 영화의 예상 흥행 성적을 어떻게 보시나요?

이민정은 최다니엘이 첫눈에 반한 매력적인 희중을 연기했다. 희중은 옛 연인과 이별한 후로는 사랑을 믿지 못한다. 연합
이민정은 최다니엘이 첫눈에 반한 매력적인 희중을 연기했다. 희중은 옛 연인과 이별한 후로는 사랑을 믿지 못한다. 연합
엄태웅 : 추석에 많은 영화가 개봉하는데 우리 영화는 장르에서 차별이 되고 재밌는 이야기입니다. 가슴이 따뜻한 추석을 보내고 싶은 분들이 영화관을 찾아갔다가 영화가 잔인하거나 남자 영화라서 싫은 분들이 있을 거예요. 그런 분들이 손에 손을 잡고 우리 영화를 찾을 것 같습니다. 초반에는 잘 안되더라도 점점 치고 나가는 영화가 될 것 같아요.

이민정 : 김현석 감독님의 전작 '광식이 동생 광태'가 로맨틱 코미디로서 흥행이 잘됐다고 하는데 그걸 이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최다니엘 : 사실 저는 어떤 작품을 할 때 흥행이나 시청률을 고민한 적은 없어요. 제 힘으로 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박신혜 : 시나리오를 읽은 모든 분들이 굉장히 좋은 반응을 보여줘서 남녀노소가 공감할 수 있는 영화라고 봅니다. 부모님 세대는 물론 20~30대도 '내가 저런 사랑을 하고 있구나!'라면서 입가에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연애 대행업체가 실존한다면 의뢰를 할 의향이 있나요?
청춘스타 최다니엘은 고 스펙 펀드매니저지만, 연애에는 영 소질이 없는 남자 상용으로 나온다. 연합
청춘스타 최다니엘은 고 스펙 펀드매니저지만, 연애에는 영 소질이 없는 남자 상용으로 나온다. 연합

엄태웅 : 성공률 99%인 연애 조작 에이전시가 있고 경제적으로 허락이 된다면 저는 한번 의뢰를 해볼 것 같아요. 진심이야 있는 거니까 제가 잘 못하는 표현을 제대로 해주는 에이전시가 있다면 이용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이민정 : 사랑은 조작으로 해서 되는 게 아니라서 의뢰는 안할 것 같아요.

최다니엘 : 만약 이런 회사가 정말로 있다면 제 힘으로도 부딪히는 걸 좋아하는데 재미는 있을 것 같아요. 금액이 정말 크다면 힘들겠지만.

박신혜 : 저는 도움을 받고 싶지는 않아요.

-메이킹 필름을 보면 엄태웅 씨가 두 여배우에게 자주 장난을 치던데 재미난 현장 에피소드가 있나요?

엄태웅 : 현장에서 재밌게 노느라고 장난을 많이 쳤는데 결국엔 제가 상처를 받았어요. 민정씨도 신혜씨도 그렇고 현장에서 만나서 좋다좋다 해놓고 나중에는 너무 질색을 하니까 상처가 되더라고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영화를 찍으면서 거의 매번 하루 촬영 끝나면 술 한 잔씩 했어요. 영화를 보면 그런 재밌는 분위기가 묻어날 것 같아요. 제가 영화를 지금까지 몇 편을 했지만 이번 영화처럼 마음 편하고 재밌었던 현장이 처음이에요. 촬영 현장에 나올 때도 행복했고 촬영이 다 끝났을 땐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정말로 다 남아서 헤어지기 아쉬워서 머리 긁고 왔다 갔다 했어요.

박신혜는 \'시라노 에이전시\'의 유능한 직원 민영으로 나온다. 금전 출납은 물론 장비 업그레이드까지 도맡아 한다. 연합
박신혜는 \'시라노 에이전시\'의 유능한 직원 민영으로 나온다. 금전 출납은 물론 장비 업그레이드까지 도맡아 한다. 연합
-다섯 분이 생각하는 사랑이란 어떤 것인가요?

김현석 감독 : 우리 영화에도 사랑이 뭔지 잘 모르겠다는 대사가 나옵니다. 이번 영화가 4번째 영화인데 지난 3편의 영화와 다른 게 여자친구 없이 찍은 영화라는 거예요. 정말 힘들었어요. 그래서 정말 사랑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엄태웅 : 사랑은 모르겠어요. 매번 이거구나 했는데 지나고 나면 그것도 아니고. 앞으로 오는 사랑은 지난 번 보다는 더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한 가지 밝히고 싶은 건 지금까지 제 이미지가 진중해서 딸 가진 부모님들이 저를 사윗감으로 믿음직스럽게 보신다는 얘기를 듣곤 했는데, 이 작품 홍보를 하면서 제가 여자들에게 들이댔다 포기하고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것처럼 알려져서…. 사실은 그렇지가 않거든요. 현장이 재밌어서 분위기에 그런 거지.

이민정 : 태웅 오빠 덕분에 현장이 재밌었어요. 절대 이상한 분은 아닙니다. 사랑은 없으면 살 수 없는 것이랄까. 지금은 사랑하는 사람은 없고요.

최다니엘 : 저도 민정 씨와 비슷한 생각인데, 사랑은 나의 모든 것인 것 같아요. 연인과의 사랑도 있고 친구 간의 사랑도 있잖아요. 그런 사랑을 주고받으면서 힘을 받고, 사랑이 깨지면 내 모든 것이 다 깨진 듯한 느낌을 받아요. 그리고 태웅 선배님은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박신혜 : 저는 연인과의 사랑 그 자체를 두고 본다면 사랑은 두근거림인 것 같아요. 사랑하는 사람과 있을 때 늘 두근거리잖아요. 사랑은 설렘입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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