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공존을 향해/1부]<3>갈등 조정할 17개 위원회 ‘개점휴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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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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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한국의 사회갈등과 경제적 비용’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 회원국(회원국이지만 아이슬란드, 룩셈부르크 및 통계신뢰도가 떨어지는 멕시코는 제외됐음) 중 터키, 폴란드, 슬로바키아에 이어 4번째로 사회갈등이 심각한 나라로 조사됐다. 갈등지수도 0.71로 OECD 평균 0.44보다 훨씬 높았다. 지수가 가장 낮은 덴마크(0.24)의 3배에 달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한국의 갈등지수가 OECD 평균 수준으로 떨어질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약 27%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사회적 갈등에 따른 손실이 막대한 데도 불구하고 갈등 해소를 위한 국내 인프라는 부족하다.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국무총리실에 사회위험갈등관리실이 신설됐지만 이후 조직개편 과정에서 사라졌다. 각 부처에 소속돼 갈등·분쟁을 조절하는 정부위원회는 17개나 있지만 대부분이 1년에 한두 차례 회의를 열거나 서면회의로 대체하는 등 역할이 미흡한 실정.

한나라당 권택기 의원은 “현행 갈등관련 위원회들은 소송이 걸리거나 당사자의 요청이 있어야만 회의 개최가 가능하기 때문에 갈등 대처 시스템이 사후적이고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은 1990년 ‘행정분쟁해결법’을 제정해 연방정부 각 기관에 갈등관리시스템 도입을 의무화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 갈등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법은 △행정기관별 갈등해결정책 개발 △부처의 장은 갈등관리전문가를 고위직에 선임 △부처 공무원들에 대한 갈등관리 교육 의무화 등을 담고 있다. 1998년에는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 훈령에 따라 갈등관리합동기구인 ‘범정부분쟁해결지원단’도 설치했다.

최근 국내에서는 민간 차원에서 갈등 해결을 고민하고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국공인노무사회는 지난해 9월부터 3개월 과정으로 ‘갈등조정전문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주로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노사갈등을 예방하고 노사 당사자들이 자율적으로 합의에 이르도록 도와주자는 취지. 갈등 분석 및 유형 이해, 사례 조정 시뮬레이션과 함께 실제 조정을 위한 기법까지도 가르치고 있다.

민간차원의 가칭 ‘한국갈등해결센터’도 이달 발족될 예정이다. 강영진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 교수(갈등해결학 박사)를 중심으로 노동계, 경영계, 학계 인사들로 구성된 한국갈등해결센터는 초기 노사관계 갈등 조정에서 더 나아가 환경, 가족 분쟁, 각종 사회적 이슈까지 갈등 조정 시스템을 제시할 예정.

강 교수는 “기존에는 당사자 간 합의에 주력하다 보니 합의는 했지만 불만이 남게 돼 또 다른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한국갈등해결센터는 ‘합의’가 아닌 당사자들의 ‘만족’을 중심으로 갈등 문제를 풀 시스템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 사회통합위원회도 9월 정기국회에 △중립적인 갈등해결 기구 설립 △부처별 갈등영향평가제도 도입 △갈등해결전문가 육성 등을 골자로 한 ‘사회갈등관리에 대한 기본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사회적 갈등에 대한 관리와 해법 모색의 중요성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지금까지 결과물은 2007년 대통령령으로 제정된 ‘공공기관 갈등예방 및 해결에 관한 법령’이 전부. 그나마 권고사항이어서 실효성이 떨어졌다.

사회통합위원회 측은 “예를 들어 세종시 문제, 4대강 사업 등 국가 차원에서 발생한 갈등은 개별 부처나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 다루기 힘든 문제”라며 “국가적으로 갈등 해법을 모색할 방안을 마련해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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