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갇힌 대한민국]하반기 약세 지속… 내년이나 가야 ‘반짝’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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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값 어떻게 될까

“내년 공급 물량부담 줄어
싼값에 사려는 사람 늘것”

출구전략 강도가 변수
급한 버블붕괴는 없을듯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에도 집값 하락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파트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드는 내년쯤에야 거래가 조금씩 살아나면서 집값이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부동산 경기침체로 보지 않고 그동안 고공행진을 했던 집값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가 부동산 전문가 5명에게 집값 전망을 물은 결과 3명은 하반기까지 집값이 더 떨어진다고 답했고, 2명은 내년 상반기까지 약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적어도 연말까지는 하락세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는 “거래량이 줄어든 만큼 실제 가격 하락 폭은 크지 않았다”며 “연말까지 가격이 더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합수 국민은행 PB사업본부 부동산팀장은 “연말까지 약세가 이어지겠지만 추가 하락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미분양이 많은 경기 지역과 대형 아파트가 더 떨어지는 등 지역별, 면적별 차별화가 심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금융경제연구실장은 “내년 상반기까지 하락세가 이어질 수 있다”며 “공급은 과잉인데 수요가 위축되고 거래가 실종되면서 시장이 제 기능을 못하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다만 김 전무는 “부동산시장의 약세가 앞으로 지속되겠지만 침체라기보다는 가격이 안정을 찾아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는 내년 초 이사철을 기점으로 거래가 살아나면서 집값도 하락세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격이 더 떨어지면 대기 수요가 구매로 돌아설 것”이라며 “저가 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생기면 가격이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아파트 공급 물량이 대폭 줄어드는 것도 집값 반등 전망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박 팀장은 “2007년 사업 인허가를 받아 올해 입주한 아파트가 55만 채인 반면 2008년 인허가를 받아 내년과 후년 입주하는 물량은 37만 채에 불과하다”며 “서울은 내년 재개발·재건축으로 이주 수요가 생기는데 주택보급률이 94.6%라서 예비 주택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도 금리 추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김 전무는 “금리가 더 오르면 신규 수요는 더 위축된다”며 “하지만 아직 2006, 2007년보다 금리가 낮기 때문에 과거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들이 이자 부담으로 매물을 내놓을 정도는 아니다”고 진단했다.

‘부동산 재테크로 돈을 버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미 집값이 오를 만큼 오른 데다 주택보급률도 높아져 과거처럼 집값이 급등하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대세 하락’을 얘기하거나 거품이 꺼지면서 집값이 폭락한다고 보는 것은 섣부른 예측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강민석 메리츠종금증권 부동산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집값이 폭락한 미국, 일본과 달리 한국은 공급 규제는 물론 대출규제가 이전부터 잘 작동해왔기 때문에 집값이 급락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권 실장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것보다 시장이 제 기능을 못하는 게 더 큰 문제”라며 “매매를 활성화해 시장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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