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3회 국수전… 타협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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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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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호 9단 ● 홍기표 4단
결승 5번기 3국 5보 덤 6집 반 각 3시간

우하 공방은 복잡하다. 불리한 흑은 최대한 버티고 있다. 이럴 때가 사실 가장 위험하다. 한껏 버티는 상대를 붙잡고 드잡이를 하는 건 대부분 바람직하지 못하다. 유리함을 잃지 않는 수준에서 상대의 도발을 무력화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 하지만 늘 그 수준이 어느 정도여야 적절한지가 문제다. 흑 93 때가 백으로서도 쉽지 않다. 참고도 백 1로 한 점을 이어 계속 하변 흑을 잡으러 가는 것이 가장 강력한 수법. 그러나 흑 2로 일단 백 한 점 뜯기는 것이 내키지 않는다. 물론 흑을 다 잡을 수만 있다면 이 정도 손실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데 흑도 4, 6으로 끝까지 버틸 것이다. 이 그림대로라면 흑도 탄력이 풍부하다. 백이 흑을 잡기 위해선 지옥과 같은 수읽기를 거쳐야 한다. 이곳에서 모든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한 수 삐끗하면 역전 가능성도 있다.

이창호 9단도 이 대목에선 타협의 손을 내민다. 그는 본능적으로 상대를 한 방에 보내는 수를 구사하는 것을 피한다. 굳이 수읽기를 하지 않아도 얼마나 변수가 많은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홍기표 4단으로서도 이걸 거부할 수 없다. 흑 95로 하변 흑을 살리면 일단 한숨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번 더 ‘고’를 외치다간 뼈도 못 추릴 수 있다.

일단 타협은 이뤄졌지만 여진은 계속 이어진다. 백은 100으로 흑 ○ 두 점을 잡자고 한다. 하변에서 살았으면 이 정도는 줄 수 있지 않느냐고 흑에게 말하는 듯하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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