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규 9번 고수…LG 등번호 연쇄이동 해프닝

  • 스포츠동아
  • 입력 2010년 1월 13일 10시 59분


이병규.스포츠동아DB
이병규.스포츠동아DB
운동선수들은 등번호에 특별한 애착을 갖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숫자에 불과해 보이는 등번호지만, 내면에는 다양한 상징과 추억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매년 새롭게 등번호를 정할 때쯤이면 이런저런 이유로 번호의 교체와 새 번호의 등장이 이어진다.

프로야구 LG트윈스에서 등번호 연쇄이동이 일어났다. LG는 12일 새 시즌에 사용 될 등번호를 확정했다. 그런데 4년 만에 친정팀으로 돌아온 이병규의 등번호 9번을 확보하기 위해 4명의 선수가 번호를 바꿔다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병규는 지난 8일 LG와 계약을 마치고 본격적인 팀 훈련에 합류하기에 앞서 등번호를 골랐다. 당연히 자신이 국내 무대에서 10년간 달고 뛰었던 9번이었다. 그러나 이미 9번은 다른 선수의 몫. 지난해 프로에 데뷔한 신인 내야수 오지환이 가지고 있었다.

아무리 이병규가 대선배라고 하지만 9번의 주인이 된 오지환도 빼앗기고 싶지 않을 터. 그러나 오지환은 쉽게 9번을 이병규에게 내줬다. 내막은 오지환과 이병규가 이미 지난해 합의를 마쳤다는 것.

오지환은 "입단 당시 9번을 특별히 원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구단에서 좋은 번호를 배번으로 줬다. 그런데 지난해 일본 오키나와 캠프 당시 주니치 소속이던 이병규 선배를 만났다. 이 선배는 다시 LG로 돌아가면 번호를 양보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그래서 당연히 선배님께 돌려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할 수 없이 오지환은 9번 대신 7번을 택했다. 7번의 주인이던 김광삼이 타자에서 투수로 다시 전향하면서 22번을 원했기 때문이다. 22번은 미국 프로야구의 전설 로저 클레멘스의 번호다. 곧 팀 내 에이스임을 상징한다. 국내 최고의 우완 투수로 거듭나겠다는 김광삼의 의지가 담긴 선택이었다.

22번을 달고 있던 서승화는 47번을 골랐다. 현역시절 선발 20승과 최다세이브를 기록했던 '삼손' 이상훈처럼 되고 싶다는 염원이 담겨져 있다.

여기까지 연쇄 이동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모두가 원하는 숫자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형종은 달랐다. 47번을 달고 있던 이형종은 올해 말부터 29번을 강력하게 원했다. 사이판 재활훈련에서도 국제전화로 담당자에게 번호 배정 여부를 물을 정도. 그토록 간절히 원했지만 재활 훈련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는 이미 29번의 새 주인이 생겼다. 바로 10년 가까운 선배이자 '29번은 올림픽 대표 선수로 금메달 딸 때의 등번호라 애착이 크다'는 이택근이다. 게다가 기존 47번은 이미 서승화가 차지한 터라 다른 번호를 고를 수 밖에 없는 상황. 우여곡절 끝에 20번을 선택한 이형종은 "투수에게 20승은 영원한 로망이다"며 스스로를 위안했다.

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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