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 골을 바칩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09년 11월 17일 07시 00분


이장미 결승골…WK리그 초대MVP
“병상에 누워계신 엄마랑 약속 지켜”

활짝 핀 장미! 올해 여자축구 챔피언은 대교였다. 16일 경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09 여자축구 챔피언 결정 2차전에서 후반 37분 결승골을 넣은 이장미(왼쪽)가 오른손을 번쩍 들고 기뻐하고 있다. 경주|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활짝 핀 장미! 올해 여자축구 챔피언은 대교였다. 16일 경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09 여자축구 챔피언 결정 2차전에서 후반 37분 결승골을 넣은 이장미(왼쪽)가 오른손을 번쩍 들고 기뻐하고 있다. 경주|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대교, 현대제철 1-0 꺾고 초대 챔프 등극

“TV에서 만나기로 한 엄마랑 약속을 지켜서 너무 좋아요.”

대교의 이장미(24)는 16일 경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제철과의 2009 WK리그 챔피언결정 2차전을 앞두고 몸이 편치 않은 엄마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오늘 꼭 골을 넣었으면 좋겠다’는 엄마의 바람이 담긴 내용이었다. 이장미는 ‘엄마 오늘 TV에서 만나요. 오늘 꼭 골 넣을 거야’라고 답 문자를 보냈다. 이장미의 어머니는 8월 왼쪽 뇌수술을 받아 집에서 요양 중이다. 맏딸인 이장미는 어머니 걱정에 시즌을 제대로 치를 수가 없었다. 이제 올 시즌 마지막 경기.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라운드를 달리고 또 달렸다. 결국 엄마가 TV로 자신이 골을 넣는 장면을 지켜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장미는 후반 37분 강수지의 땅볼 패스를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현대제철 골대 왼쪽 상단 모서리를 뚫었다. 결승골이자 대교의 WK리그 초대 챔피언을 알리는 축포였다. 정규리그에서도 1위를 차지해 통합 우승을 일궈냈다. 정규리그에서 10골로 득점랭킹 1위에 올랐던 이장미는 챔프 2차전 결승골 덕분에 WK리그 초대 최우수선수(MVP)까지 거머쥐었다. 이장미는 “경기 전에 엄마랑 한 약속을 지켜서 더욱 뜻깊다”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장미는 ‘여자축구 박지성’으로 불린다. 뛰어난 개인기와 골 결정력을 비롯해 넓은 시야를 이용한 패스 능력, 강력한 체력 등 선수에게 필요한 대부분의 요소를 고루 갖췄다. 팀에서는 스트라이커에서부터 미드필더까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는 멀티플레이어다. 왼쪽 무릎 수술만 3차례 받는 등 여러 번의 위기를 맞았던 이장미는 “이번 시즌은 부상 없이 대부분의 경기를 뛰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다음 시즌에도 부상을 당하지 않고 많은 경기에 출전해 팀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기분좋게 웃었다.

경주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사진|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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