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다함께]“같은 태양 아래 있어요 우린 하나예요”

  • 입력 2009년 5월 17일 10시 33분


인헌 초등학교 합창단원과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화음. 생김새가 다른 친구를 편견 없이 품는 모습이 성숙해 보였다. 우경임 기자
인헌 초등학교 합창단원과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화음. 생김새가 다른 친구를 편견 없이 품는 모습이 성숙해 보였다. 우경임 기자
인헌 초등학교 합창단원과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 김하늘-최리아, 성다인-유혜강, 도리우미 자매, 바이쉘리사티-장윤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인헌 초등학교 합창단원과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 김하늘-최리아, 성다인-유혜강, 도리우미 자매, 바이쉘리사티-장윤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이 빚어내는 화음

"문득 외롭다 느낄 때/ 하늘을 봐요/ 같은 태양 아래 있어요/ 우린 하나예요"

14일 서울 관악구 인헌 초등학교 교실. 다문화 가정 어린이 6명을 포함한 20여명의 학생들이 맑은 목소리로 '아름다운 세상'을 노래했다.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과 고학년 학생들이 각각 짝이 되어 서로 도와가며 연습을 하는 중이다. 이들은 20일 국무총리와 다문화 가정 등 800명이 참석하는 '세계인의 날' 기념식에서 필리핀 민요 '꽃은 지고(Sasara Ang Bulaklak)' '아름다운 세상' 등을 부를 예정이다.

성다인 양(8)은 미국인 엄마가 서울대에 교환 교수로 오면서 3월 이 학교에 입학했다. 아직 수업은 따라가기 어렵고 그나마 합창 연습에 재미를 붙였다. 다인의 짝꿍인 4학년 유혜강 양(11)은 다인이에게 노래를 부를 때는 웃으라고 쿡쿡 찔러 보지만 아직 가사를 완벽히 외우지 못한 다인이의 얼굴 표정은 자꾸만 굳어졌다.

"저도 다인이처럼 학교 입학하기 직전에 미국에서 돌아왔는데 학교에 적응하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그 때 친구들이 많이 도움을 줬던 기억을 떠올리면 다인이를 더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유양)

김하늘 양(7)은 수줍음이 많은 데다 한국말도 능숙치 않아 늘 조용한 아이다. 노래할 때면 유독 활발해지는 김 양은 집에 가서는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아빠는 항상 일 하느라 바쁘고 엄마는 한국말을 잘 이해하지 못 해서다. 김 양은 "노래를 불러 드리고 싶은데 기념식 날에도 부모님이 바빠서 못 오실 것"이라고 걱정했다.

하늘 양을 도와주는 4학년 최리아 양(10)이 옆에서 반주에 따라 악보 가사를 하나씩 짚어준다. 최 양은 "같이 합창 연습을 하기 전에는 몰랐지만 요즘 하늘이를 보면 모르는 언어로 대화하기가 얼마나 무서울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라며 하늘이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 동아일보 우경임 기자

이번 합창단에는 일본인 자매도 참여했다. 일본인 아빠와 한국인 엄마를 둔 도리우미 에미 양(12)과 도리우미 사또미 양(7)은 한국에 온지 6년 정도 되었다. 언니 에미 양의 한국어 실력은 "한국어를 모를 당시 세상이 회색이라면 지금은 세상이 하얀색"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능통하다.

"'작은 가슴 가슴마다 고운 사랑 모아 우리 함께 만들어가요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노래 가사가 마음에 들어요.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도 이렇게 지냈으면 좋겠어요."(도리우미 에미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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