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하성규]도시경쟁력, 국가를 먹여살린다

  • 입력 2009년 4월 25일 02시 54분


1980년대 이후 지구촌의 핵심 화두는 국가경쟁력이다. 이 개념은 도시경쟁력으로 확장되어 국가경쟁력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이 점점 늘고 있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 (5∼6월호)는 도시의 역할이 커지면서 도시국가가 번성했던 중세에 비견되는 신중세시대가 도래할 것이라 전망했다. 오늘날 40개 주요 도시권역이 세계 경제활동의 3분의 2, 혁신의 90%를 차지하는데 이런 현상이 더욱 강화되어 국가보다 도시가 세계를 이끌어간다는 지적이다.

도시경쟁력은 국가경쟁력을 대변하지만 역할과 기능면에서 더욱 큰 비중을 차지한다. 도시 브랜드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경우 2007년 기준 서울은 126조9000억 원으로 런던(399조 원)의 3분의 1에 미치지 못한다. 도시브랜드 평가기관인 안홀트-GMI는 서울시의 도시브랜드 순위를 세계 60개 도시 중 44위로 평가했다. 1위는 시드니, 2위는 런던, 3위는 파리였다. 도시브랜드란 기업과 투자가, 이주민, 관광객을 대상으로 낙후된 도시의 이미지 쇄신과 기업 유치를 통해 경제 활성화를 추구하는 도시 마케팅의 영역이다. 국제적인 평가기관은 도시브랜드 순위와 경쟁력을 확인할 때 경제 문화자산 시민 환경 인프라 여가생활 등 6대 항목을 핵심 기준으로 삼는다.

도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세계적 도시의 노력은 놀랍다. 도시경쟁력 세계 2위 런던은 이미 1970년대부터 거대한 도시재생사업에 착수했다. 육상교통이 발달하면서 런던 템스 강 하구의 재래부두가 있는 도클랜드 지역(700만 평)은 경제가 침체되고 슬럼가와 불모지로 방치됐던 곳이다. 1981년 민간 인적자원을 중심으로 설립된 런던도클랜드개발공사(LDDC)가 이 지역 재개발사업을 주도했고 민관 파트너십으로 성공했다.

17년 동안 재개발사업에 투입한 95억 파운드(약 17조 원) 가운데 77억 파운드(약 13조8000억 원)가 민간자본으로 이 중 64%는 외국자본이다. 정부가 도클랜드 내 58만 평을 투자지구로 지정해 국내외 투자자에게 10년간 법인세 등 면세 혜택을 주고 투자자금의 15%까지 되돌려주는 보조금 정책을 펼친 게 주효했다. 특히 HSBC, 로이터, 리먼브러더스, 차이나통신 등 세계적 대기업 50여 개를 유치했고 고급 일자리만 7만5000개를 창출했다. 런던의 도시재생사업이 도시브랜드를 강화했으며 영국의 국가경쟁력을 주도한 대표적 사례이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으로서 경쟁력을 지닌 도시이다. 그러나 서구 도시나 인근 아시아의 다른 도시에 비해 특징적으로 내세울 경쟁요소가 부족하다. 서울을 제외한 6대 광역시는 다국적 기업 유치 경쟁력 등이 매우 취약하다. 도시 단위의 경쟁력 강화 전략이 시급하고 좀 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당장 국내 도시가 경쟁력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랜드마크를 통해 도시별 차별성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기업 유치 관점에서 세금 감면, 행정절차 간소화, 산학 연계화 등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와 함께 도시의 개방성 이미지 제고를 위해 이주민, 외국인과의 교류를 촉진하는 다문화정책 강화가 필요하다. 최근 도시경쟁력 평가 경향은 도시 인프라나 경제성과뿐 아니라 도시가 가진 총체적 측면에서 사회적 신뢰, 생활의 질, 주민의 사회적 참여를 강조한다. 자본의 흐름, 정보교환, 기업활동이 세계적인 도시를 매개로 이뤄짐에 따라 이들 도시가 결합하고 경쟁하는 지구도시화(glurbanization)라는 새로운 현상을 깊이 인식해야 할 때다.

하성규 중앙대 부총장 도시계획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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