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원내대표실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이날 김 전 원내대표는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차량에 탑승해 국회를 떠났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30일 전격 사퇴하면서 잔여임기 5개월을 채울 새 원내대표 자리를 두고 친명(친이재명)과 친청(친정청래)의 치열한 물밑 수싸움이 감지된다. 후보군으로는 3선 박정 백혜련 한병도 의원(가나다순)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3선끼리 주자간 교통정리를 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원내지도부 공백을 최소화하고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원내대표 선출 절차를 밟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매년 5월 원내대표를 선출하되 원내대표 궐위 시 1개월 안에 의원총회에서 잔여임기를 채우는 원내대표를 선출하도록 하는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라 곧바로 선거 절차에 돌입하겠다는 것. 그 사이엔 문진석 원내운영수석이 원내대표 직무대행을 맡는다.
그간 정 대표의 개혁 드라이브를 청와대와 소통해 조율해왔다는 평가를 받는 김 원내대표의 사퇴로 새 원내대표 자리를 둘러싸고 친명과 친청간 신경전이 시작되는 분위기다. 또한 집권여당 2인자인 원내대표 선거가 내년 1월 지도부 구성원인 최고위원 3자리를 채우는 보궐선거와 맞물리면서 정청래 지도부의 권력지형 개편에도 관심이 쏠린다. 원내대표와 최고위원 보궐선거에서 보여질 친명과 친청 표심의 향배도 향후 당의 방향성을 좌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명에서는 김 원내대표 후임을 친명 인사가 맡아 지도부의 균형을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반면 친청 일각에서는 “원내대표가 중도 사퇴한 특수상황에서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이번에 한해 연임을 보장해 임기를 1년 5개월로 하자”는 얘기도 나왔다. 원래 당헌당규상 보궐선거는 잔여임기를 채우도록 돼있지만, 그렇다고 연임을 금지하는 규정도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류는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내년 8월 전당대회에서의 원내대표 역할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원내대표의 잔여임기만 채우는 새 원내대표는 전당대회 전인 내년 6월 초 물러나야 한다. 반면 내년 6월 선출된 임기 1년의 새 원내대표는 정 대표가 재선에 도전해 후보로 나서면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아 경선을 관리하게 된다. 친명 측 관계자는 “정 대표의 재선 도전이 확실시되는 내년 8월 전당대회를 어떤 원내대표가 맡아 경선을 관리할지를 두고 당청간 보이지 않는 수싸움도 관점 포인트”라고 말했다.
당 내에서는 새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3선 박정 백혜련 한병도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가운데 이들을 포함한 3선 의원들이 조만간 만나 차기 원내대표 주자간 교통정리를 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기존 원내대표가 중도 사퇴한 특수상황인 만큼 경선보다는 추대가 낫지 않겠느냐는 취지다. 한 3선 의원은 통화에서 “안 좋은 상황에서 권력을 다투는 모습을 보이면 안 좋지 않겠느냐”라며 “3선 주자 중엔 이번이 아니라 다음에 나가겠다는 사람도 있으니 다 같이 모여서 집단지성을 발휘해 극복 방안을 논의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이번 원내대표 자리가 임기가 내년 6월 초까지로 짧은 데다 6.3지방선거까지 겹쳐 있어 입법을 주도하는 특장점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일부 주자 사이에서 주춤하는 움직임이 감지되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주자들은 이번보다는 내년 6월부터 임기 1년을 보장받는 차차기 원내대표 자리를 노리는 걸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내대표 주자로 거론돼온 조승래 사무총장과 이언주 최고위원도 이번보단 차차기에 도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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