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꼬리표는 알고 있다, 너의 출생 비밀을…

  • 입력 2009년 2월 14일 02시 58분


《‘꼬리표 경제’, 즉 태그 이코노미(tag economy)의 시대가 오고 있다.

태그 이코노미에서 꼬리표는 단순한 제품의 이름표가 아닌 ‘신뢰와 안심’의 상징이다. 태그는 △제품에 환경과 건강을 위협하는 물질이 들어있지는 않은지 △제품이 아동 착취나 이산화탄소 과다 배출 같은 잘못된 공정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등을 나타낸다.

다시 말해 태그 이코노미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태그를 매개로 소통과 신뢰를 나누는 새로운 경제 체제다.

소통과 신뢰는 상품에 기능이나 품질 이상의 차별적 가치를 부여한다.》

소비자들 바코드 통해 생산 전과정 확인 가능

특별한 제품이란 이미지 심어줘… 만족도 ‘업’

○태그 이코노미에 붙는 가속력

태그 이코노미의 본격적 도래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환경 문제와 사회 양극화 등 잠재적 위협이 실질적 위험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에는 일반소비자는 물론 국가까지 나서 환경 파괴와 불공정한 상품경제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소비자 인식 변화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과거에는 주로 선진국 국민만이 도덕적 경제행위에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삶을 돌아볼 여유를 갖게 된 중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 국민까지 인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디지털 및 정보기술의 발달 역시 태그 이코노미에 힘을 실어준다. 현재 태그의 신뢰성을 첨단 기술로 보증해 주는 각종 기법이 속속 개발 중이다.

이처럼 다양한 요인이 맞물리면서, 또 안전과 신뢰에 대한 소비자의 높은 기대치가 강력한 에너지로 작용하면서 태그 이코노미에는 놀라운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차별화한 가치를 표현하는 태그

이전의 태그는 특정 상품의 단순한 변별 또는 식별을 위한 것이었지만 태그 이코노미의 상품 꼬리표는 제품에 이전과 다른 ‘차별화한 가치’를 부여한다. 이런 ‘가치 태그’는 기업 쪽에서 보면 상당히 유용한 비즈니스 자원이 된다.

▽소비자가 목장에서 재봉 과정까지 추적=뉴질랜드에서 메리노 양털로 의류를 만드는 아이스브레이커사는 지난해 8월 새로운 바코드 시스템을 선보였다. 이 시스템은 양털이 생산되는 뉴질랜드의 양 목장에서부터 최종 의류 제품이 나오기까지의 전 과정을 소비자들이 추적할 수 있게 해준다. 이 회사의 전략은 바코드를 통해 원재료의 신뢰성을 증명함으로써 제품의 가치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바코드 시스템의 이용법은 무척 간단하다 . 아이스브레이커는 모든 제품의 레이블에 바코드 번호를 부착한다. 소비자가 이 번호를 웹사이트(www.icebreaker.com/site/baacode/index.html)에 입력하면 자기 옷을 짠 양털실이 뉴질랜드 남부의 목장 120곳 중 어디에서 나왔는지를 알 수 있다. 웹사이트는 사진과 비디오를 통해 털을 제공한 양떼의 모습에서부터 실 만들기, 옷감 짜기, 재봉에 이르는 전 과정을 보여준다.

▽내 스웨터를 만들어준 동물들의 패스포트=네덜란드의 니트 브랜드인 플록스는 아이스브레이커와 비슷하지만 좀 더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회사는 스웨터, 장갑, 목도리 등 제품의 레이블에 ‘패스포트(passport)’를 부착한다. 패스포트에는 해당 제품의 원모(原毛)를 생산한 동물(양, 토끼, 알파카 등)의 ID가 적혀 있으며 이들의 사진, 품종, 몸무게, 연령, 태어난 농장 주소도 함께 실려 있다.

플록스는 제품의 신뢰성을 증명하는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태그를 디자인의 가치를 높이는 요소로 활용하는 것이다. 색상이 들어간 옷의 경우 어떤 자연염료를 사용했으며 그 염료의 재배지는 어디인지가 함께 표시된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특별한 제품을 소유했다는 심리적 만족감을 갖게 된다.

○태그 이코노미의 전방위 확산

최근 들어 태그 이코노미는 단순한 생활용품의 경계를 넘어 여러 부분으로 확산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는 자동차와 건물의 친환경 태그 부착이 일반화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에도 환경 성적표를=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지난해 2009년형 자동차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표시하는 레이블 부착을 의무화했다. 이 레이블에는 해당 차량이 배출하는 가스를 기준으로 지구온난화 점수(Global Warming Score) 또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스모그 점수가 표시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조치로 인해 앞으로 소비자들이 연료소비효율은 물론 환경적 잣대로도 자동차를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건축물에 붙이는 환경 정보=친환경 건축과 디자인의 선두 주자인 미국 미셸 카우프먼 디자인은 지난해 9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건축물의 레이블 시스템을 제안했다. 전문가가 아니면 쉽게 알기 어려운 건축물의 환경 관련 정보를 좀 더 쉽게 제공하자는 것이 취지다. 이를 위해 미셸 카우프먼은 건물의 탄소배출량과 에너지·물소비량을 식품의 영양표시 형식을 빌려 표기하기로 했다. 이런 시도를 통해 친환경 건축에 대한 소비자의 접근과 이해가 쉬워지면 친환경 건축시장이 더욱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의 안심과 신뢰를 비즈니스 기회로 삼아야

태그 이코노미는 신뢰 확보가 기업경쟁력을 높이는 자원이 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단순히 태그를 달았다는 사실만으로 차별화가 될 것이란 생각은 오산이다. 앞으로는 거의 모든 제품이 경쟁적으로 태그를 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은 소비자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까지 미리 고민하고 앞선 길목에서 태그를 활용해야 진정한 차별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 기업들은 태그 이코노미에 단순한 이벤트 형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신뢰는 진심에만 주어지기 때문이다.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장 wowkim@empal.com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 태그 이코노미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과 사례는 한국트렌드연구소 홈페이지(www.whatsnewtrend.com)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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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통과 신뢰의 꼬리표’ 태그 이코노미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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