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 책임감도 전략도 없는 역시 웰빙당

  • 입력 2009년 1월 6일 03시 00분


국회가 20일째 민주당에 불법 점거되는 전례 없는 사태 속에서 또 하나 확인한 것은 웰빙당 한나라당의 무책임 무기력 무능력이었다. 국회 의석의 58%를 가진 거대 여당이 지난해 말부터 경제위기 극복과 국가 정상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며 들고 나온 85건의 법안 가운데 단 한 건도 처리하지 못했다. 법안은 고사하고 28% 의석의 민주당에 시종 끌려다니는 모습에서 국민은 민주당의 대의(代議)민주주의 파괴에 느끼는 분노와는 별개의 절망감을 한나라당에 갖는다.

민주당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국정운영에 순순히 협조하지 않고 ‘실패한 정권’을 만들기 위해 어떤 수단이라도 동원할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그런 암수(暗數)에 대응할 전략 전술을 갖고 정권을 출범시켰어야 했다. 이는 국정을 담당하는 집권세력이 ‘국민을 위해’ 성공하려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기본전제다. 지금처럼 망가지고 아무 일도 못할 거면 선거는 왜 했는가. 대통령이 장관들한테서 신년 업무보고를 앞당겨 받고 시정연설을 서둘러 하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박희태 대표는 정기국회를 앞두고 이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에서 경제살리기 입법의 회기 내 관철을 다짐해놓고는 대체 어디에서 뭘 했는가. 다른 8명의 최고위원도 회의 때 한두 마디 말뿐이었지, 야당 사람들처럼 온몸을 던져 당의 난관을 돌파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준 적이 없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과 미디어 관련 7개법 등을 놓고 강온을 오락가락하다가 결국 야당에 양보만 하고 말았다.

한나라당 출신인 김형오 국회의장은 계엄도 쿠데타도 아닌 상황에서 의사당 불법 점거 세력에 대해 질서유지권도 행사하지 못한 채 임시국회 회기(8일) 안에 직권상정을 않겠다고 백기투항부터 했다. 당 안팎에선 김 의장이 차기 당 대표나 대선후보 또는 국무총리를 염두에 둔 탓에 야당의 눈치를 봤기 때문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김 의장뿐이 아니다. 홍 원내대표는 차기 법무장관,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경기지사 후보가 되고 싶은 욕심에 정치적으로 상처를 입을 수도 있는 일에 몸을 사린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러니 결국 민생은 뒷전인 셈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또 어떤가. 그는 5일 “한나라당이 내놓은 법안들이 국민에게 실망과 고통을 안겨준다. 당 대표 시절 열린우리당이 ‘4대 악법’을 내걸고 다수당이라는 이유로 강행처리하려 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경제살리기’ 입법을 노무현 정권의 좌파 코드 ‘4대 악법’과 동일시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박 전 대표는 국회의 기능마비로 민생과 경제가 얼마나 더 어려워지고 있는지 전혀 모르거나 관심도 없단 말인가.

소수당이 합의해주지 않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면 이미 집권여당의 자격을 잃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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