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13년된 몸속 총알

  • 입력 2008년 12월 17일 03시 03분


1995년 간첩과 교전중 박힌 것 모르고 지내

대전지방경찰청 정부대전청사 경비대 소속 송균헌(43) 경위는 10여 년 전부터 비 오는 날이면 가끔 오른쪽 팔이 빠진 것 같은 불쾌감을 느꼈다. 그냥 컨디션이 좋지 않은 탓이라고만 여겨 증상이 심하다 싶을 때만 한의원에서 침을 맞았다.

하지만 그는 최근 직장 건강검진을 받다가 자신의 오른쪽 어깨뼈와 늑골 사이에 총탄(길이 15mm, 지름 6mm가량)이 박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제야 송 경위는 1995년 무장간첩 사건을 떠올렸다. 부여경찰서에 근무하던 그는 동료 나성주 순경과 함께 그해 10월 24일 부여군 석성면에 나타난 무장 간첩과 교전을 벌였다.

나 순경은 그 자리에서 숨졌고 송 경위는 어깨에 총상을 입었으나 간단한 외상치료만 받고 다시 근무를 했다. 출혈만 심했을 뿐 그다지 큰 통증은 없어 총알이 살갗을 스쳐갔거나 관통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송 경위는 “몸 안에 총알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라며 “총알을 빼내 반공교육에 쓰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총탄 제거수술을 위해 입원한 병원의 일부 의료진은 “총탄을 제거하려면 근육을 손상시켜야 하니 그냥 두자”고 권해 수술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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