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 기자의 digi談]디지털시대 경쟁력 ‘디자인’

  • 입력 2008년 10월 14일 03시 00분


2006년 한국 디자인센터장을 맡아 보랏빛 페블(PEBL) 등 휴대전화를 만들어 낸 모토로라코리아 황성걸 디자인센터장은 미국에서 ‘역(逆)수입’된 디자이너입니다.

그는 홍익대 미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대학원을 마친 뒤 10여 년 전 세계적인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모토로라 미국 본사에 발을 들였죠.

모토로라에서 브랜드의 정체성을 디자인에 반영하는 일을 맡은 그는 “기능이 뛰어난 제품을 만들면 되지 디자인이 뭐가 중요하냐”는 회사 내 편견과 싸워 디자인 철학을 정립했다고 합니다.

‘진솔함, 간결함, 깊이감, 감성, 놀라움’ 등이 당시 그가 세운 모토로라의 디자인 철학입니다. 이 철학은 부진의 늪에 빠져 있던 모토로라가 2004년 ‘레이저’라는 메가히트 제품을 탄생시키는 밑바탕이 됐습니다.

국내 MP3플레이어 업체인 레인콤의 유영규 디자인총괄 이사는 미국 나이키 본사의 유일한 동양인 디자이너로 일하며 스포츠시계 디자인 등으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그는 레인콤에 합류해 ‘아이리버다움’을 형상화한 파격적인 디자인의 아이리버 MP3플레이어 등을 내놓았죠. 그 결과 위기에 빠졌던 레인콤의 매출액이 늘어나며 회생의 길을 걸을 수 있었습니다.

두 디자이너는 어려움에 빠진 회사를 디자인의 힘으로 살려놓았습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디자인의 힘은 바로 정체성이었습니다. 디자인을 통해 제품이 고객에게 말을 걸면 이를 들은 고객이 하나의 일관된 ‘스토리’를 떠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스토리가 바로 기업의 브랜드 파워인 것이죠.

디지털 기업의 경쟁력 차이는 디자인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기업의 실력 차이가 컸던 아날로그 시대에는 디자인이 차별화 요소가 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기술의 평준화’를 맞은 디지털 시대엔 디자인의 힘이 커졌습니다.

디자이너로는 처음으로 삼성전자 부사장에 오른 정국현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장은 “디자인은 창조경영의 실현 수단이 됐다. 제품의 소유가치를 더해주는 것은 깊은 배려와 감흥이 있는 디자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날로그 기술을 밀어낸 디지털 기술시대에 아날로그적 가치인 디자인이 더욱 주목받고 있으니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