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구매혁신’으로 비용 줄여 위기 넘는다

  • 입력 2008년 10월 11일 02시 56분


원자재가 상승-경기 침체기 경쟁력 높이는 비법

○ 공급자 영향력 높을땐

리스크 관리-디자인 변화

○ 구매자 영향력 높을땐

‘글로벌 소싱’ 적극 활용

○ 구매자-공급자 동등땐

협업으로 공동이익 창출

《미국발(發) 금융위기의 여파로 실물경기 침체가 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기업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며 비용 절감 방안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위기 속의 한국 기업이 직접적으로 원가를 절감하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구매 혁신이다. 이지은 액센츄어코리아 부사장은 “일부 기업이 직원 휴가를 권장해 인건비를 줄이고 에너지 절약 등의 방법으로 비용을 절감하려 하지만 이런 소극적인 대응으로는 경쟁력 있는 기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구매 혁신을 통해 지출 구조를 바꿔야만 수익률과 성장률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는 것. 동아비즈니스리뷰(DBR) 19호(10월 15일자) 스페셜리포트는 국내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효과적인 원가 절감뿐만 아니라 제품과 서비스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전환을 꾀할 수 있는 구매 혁신의 비법을 제시한다.》

○ 구매 잘해야 글로벌 경쟁력 확보

구매는 기업의 원가 측면에서 볼 때 전체 매출 원가의 60%를 차지한다. 구매가 직결된 물류나 연구개발(R&D) 등 공급사슬 관리 부분으로 확장하면 구매 비중은 기업 제조 원가의 90%에 이른다.

액센츄어에 따르면 매출 10억 원, 영업이익률 20%인 회사가 1억 원의 매출을 향상했을 때 영업이익은 10% 늘어난다. 반면 같은 회사가 1억 원의 구매 원가를 절감하면 영업이익은 50%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영해 한양대 정보경영공학과 교수는 “구매 기능은 이익을 낳는 중요한 원천인데도 많은 기업이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단순히 구입 가격과 비용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구매 프로세스 전체를 혁신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오성 AT커니 코리아 파트너는 “환율 급등과 원자재가 상승은 물론 인수합병(M&A)으로 인해 공급업체들이 대형화되면서 시장에서 구매자보다 공급자의 영향력이 더 강해지고 있다”며 “이제 구매 역량이 기업의 경영 성과를 결정짓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 구매자-공급자 영향력에 따라 접근법 달라야

구매자 중심에서 공급자 중심으로 시장구조가 전환되면서 구매 기업은 예전처럼 상품·서비스의 번들화나 장기 계약 등 비교적 단순한 방법으로 성과를 거둘 수 없게 됐다.

최근 AT커니는 공급자와 구매자 간의 영향력에 따라 각기 다른 구매 방법론을 도출할 수 있는 새로운 구매 전략 툴 ‘구매 체스판’을 개발했다.

이에 따르면 공급자가 기술적 전문성을 갖고 있거나 독점적인 위치에 있는 등 수요자보다 영향력이 높을 때 구매 기업은 수요의 본질을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구매 영역의 조건을 다시 구체화하고 재평가하며 관련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 시장 내 다른 제품의 공정 및 구매 과정을 비교해 비용 절감 요소를 찾거나 구매 부서와 R&D 부서가 협력해 제품 디자인을 간략화해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반면 구매자의 영향력이 높을 때는 글로벌 소싱을 통해 해외 공급 시장을 활용하고 공급자 간 경쟁을 유발하는 입찰제도를 활성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구매자가 가격을 제시하는 역(逆)경매 방식도 활용할 수 있다.

구매자와 공급자의 힘이 모두 높을 때는 전략적인 협업을 통해 공통의 이익을 창출하는 방식을 추구해야 한다. 구매 기업은 공급자와 파트너십을 구축해 통합된 운영 계획을 세우고 전체 가치사슬(Total Value Chain)을 함께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공급자의 단점을 먼저 파악해 이를 제거하도록 협조하면 파트너십을 강화할 수 있다.

이오성 파트너는 “이러한 방법론을 실천하고 공급시장 구조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구매 기업들은 공급 시장 전문가를 육성해야 하며 공급 시장에 대해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직 간 역할도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 구매 카테고리별로 전략도 달라야

결정된 구매 전략을 모든 구매 품목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적지 않은 위험이 따를 수 있다. 구매 품목의 내외부 환경이 다르면 전략의 효과가 그만큼 달라진다.

따라서 최근에는 구매품목을 전략적으로 분류한 뒤 각 구매 카테고리별로 특화된 구매 방침을 정하는 방법론이 주목을 끌고 있다. 액센츄어의 ‘구매 카테고리 전략’이 대표적이다.

이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기업은 우선 자재의 중요도와 공급사 구조에 따라 기존 구매품목을 전면 재검토해 카테고리별로 분류해야 한다.

이때 원자재 개별 품목에 집중하면 분류가 너무 상세해지고 전략적 자유도가 없어지기 때문에 카테고리를 가능한 한 크게 파악하는 것이 좋다. 또 카테고리를 나눌 때 일관된 분류 기준을 적용하기보다 제품구조, 제조공정, 라이프사이클 가운데 원가 절감에 도움이 되는 기준을 설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다음으로 실행 난이도와 효과를 분석해 중점적으로 혁신할 구매 카테고리를 선별해야 한다. 이렇게 선택된 중점 카테고리는 자재 특성, 공급사 업계의 특성, 자사의 구매 상황 차원에서 다각적인 분석을 거쳐야 한다.

이런 분석을 통해 기업 규모가 작은 공급사가 있는 구매 카테고리라면 기술력이 확실한 공급사를 전략적으로 키워 협력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원가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앞의 세 단계를 거쳐 수집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파악해 이를 기초로 구매 카테고리의 특성에 맞춘 전략을 수립하면 된다.

이영해 교수는 “구매경쟁력을 높이는 데는 구매전략을 세우고 실천방법을 찾는 것 못지않게 최고경영자(CEO)가 구매의 중요성을 깨닫고 핵심 인재를 구매 부서에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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