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명호]빵점짜리 경제교육

  • 입력 2008년 9월 29일 02시 59분


현대 자본주의는 최근 커다란 변화를 겪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후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에서는 매우 안정적인 시스템을 유지했다. 소수의 거대기업을 중심으로 운영한 당시의 경제시스템은 높은 생산성 증가율에서 발생하는 경제성장의 과실을 이해관계자와 공평하게 나눌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산별노조와 단체 임금 협상을 통해 여유 있는 임금을 지급했고 정부 또는 입법부와의 협의를 통해 사회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공동으로 모색했다. 그 결과 전후 30년간 경제 질서와 민주주의는 상당한 조화를 이뤘고 일반인은 자신의 미래에 대해 별걱정 없이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었다.

1970년대 중반부터 생산성 증가율 하락, 신자유주의 대두와 함께 시장경제를 지배하는 시스템이 변하기 시작했다. 변화의 중심에는 우선 개인이 존재한다. 개인은 소비자이며 동시에 투자자로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 기업은 소비자로서의 개인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좀 더 싼 물건을 공급해야 했고, 투자자로서의 개인을 위해 높은 수익을 내야 했다.

기업은 생산성 증가율이 하락하면서 비용 절약을 위해 구조조정과 더불어 경제의 세계화를 가속시킬 수밖에 없다. 그 결과 기업의 일자리는 불안정해지고 종업원의 현재 및 미래 임금 역시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그런데 수명은 늘고 연금제도는 더욱 부실해지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더 늘었다.

물론 기업 비용을 절감하고 기금 투자 이익 증대에 기여한 일부 계층의 소득은 폭발적으로 증대했지만 이런 혜택을 받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다수의 사람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채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이런 현실은 전후 세대와는 대조를 이룬다. 전후 세대는 자신의 미래 소득, 일자리, 보험, 연금에 대한 특별한 걱정 없이 안정적인 삶을 누려온 데 비해 그 이후 세대는 훨씬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자신의 삶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채 비합리적인 행동을 계속한다면 개인 파산자가 양산될 수밖에 없고, 결국 사회는 그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그러므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행동을 합리적으로 유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경제마인드의 함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을 위시한 다수의 선진국은 이런 문제의식을 공감하고 경제 및 금융 교육을 강화했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전담기구를 만들었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고용은 다른 선진국보다 불안한 상태이고 소득 격차 역시 더 벌어지고 있다. 수명은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며 연금제도의 부실은 주지의 사실이다. 신용불량자의 양산 역시 경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교육은 입시 위주의 학교 교육, 공급자 중심의 교사 양성 체계, 시장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는 교과목 편제 등의 이유로 정상적인 수준에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경제교육시장이 시장 실패 상태인 셈이다.

경제교육은 개인적으로 합리적 선택을 통해 경제적 풍요를 실현시켜 주고, 사회 전체적으로 제한된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배분해 준다. 국민의 삶의 질 개선 및 경제제도의 선진화를 이루기 위해 경제교육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세계적으로 경제교육의 격차가 심각해지는 시점에서 경제교육의 시장 실패 현상을 더는 방관해서는 안 된다. 경제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박명호 한국외국어대 교수 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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