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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9월 22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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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40여개국 2020개 도시 동참
우리나라도 그동안 녹색교통운동 등 시민단체가 행사를 주도하다 작년부터는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기 시작하여 전국적인 공식 행사가 됐다. 올해는 서울시가 새벽부터 오후 6시까지 종로에서 승용차 통행을 금지하는 대신 중앙버스차로제를 실시한다. 청계천로에서는 모든 차량을 통제하고 일부 구간에는 잔디를 깔아 시민이 차 없는 세상을 마음껏 맛보도록 했다.
차가 없어 넓어진 도로 위에서는 조용한 음악회, 그림 그리기 대회 등 여러 행사가 열린다. 자전거, 인라인스케이트, 걷기 대회 등 체험행사와 여러 가지 전시회도 준비했다. 오전 9시까지는 버스와 지하철을 무료로 운행한다.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과 부산, 대구, 대전도 관공서 주차장을 폐쇄하고 이 운동에 동참한다.
서울 도심은 버스와 지하철망이 발달돼 차 없이도 큰 어려움 없이 어디나 갈 수 있다. 차가 없어 휑하게 뚫린 공기 맑은 거리를 활개 치며 여유 있게 걸어보면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외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넓은 도로가 많아 승용차 이용자의 반만 대중교통으로 흡수한다면 오늘 종로에서 보는 풍광을 전국적으로 조성할 수 있다.
어차피 지구 온난화 방지대책으로 조만간 탄소배출량이 규제되고 고유가와 함께 자가용 사용을 압박할 것이다. 마지못해 자가용을 포기하기보다는 스스로 변화를 받아들여 환경선진국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오늘 이런 생각을 해본다면 이번 차 없는 날 행사는 큰 성공을 거두는 셈이다.
한편으로는 차 없는 날에 고통을 받는 사람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운 교통 약자나 화물을 취급해야 하는 점포는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혹 나들이를 포기하거나 업무를 부득이 연기하지 않았을까? 만일 그랬다면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원하지 않는 희생을 정당화하지는 못하는 법이다. 또 미리 알지 못하고 승용차를 몰고 나온 사람이 많지 않았는지, 그들이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살필 일이다.
환경선진국 위한 실효적 방안을
미국 연방정부 에너지부의 ‘에너지 효율화 및 보존 대책’이 좋은 사례를 보여준다. 이 대책에는 여러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주 1회 차 없는 날’이다. 이 프로그램은 회사나 단체가 소속원의 자발적인 지원을 받아 개인의 차량번호와 대체수단, 그리고 차 없는 날을 조사해 정부에 등록하게 한다.
정부는 참여한 회사에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 회사로 하여금 임직원에게 셔틀버스 운행 등 자체 인센티브를 베풀도록 종용한다. 참여한 회사나 시민에게는 차 없는 날 프로그램으로 얻는 혜택과 사회에 대한 기여를 일깨워줌으로써 이들이 긍지를 갖도록 해준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이렇게 등록된 자료를 지속적으로 관리하여 제도의 발전 방안을 꾸준히 모색한다.
우리도 오늘 차 없는 날을 일과성 행사로 그치지 말고 차제에 얻은 경험과 교훈을 면밀히 분석하고 평가하여 한층 실효성 있는 방안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신부용 KAIST 문화과학대학 겸직교수 전 교통개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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