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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9월 13일 01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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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은 이렇게 매기(買氣)가 가라앉은 추석은 처음이라며 한숨짓는다. 소득은 제자리인데 물가는 10년 만에 최고치로 올라 지갑이 얇아졌다. 오르는 금리 때문에 대출이자 갚기도 걱정이다.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적자(赤字) 가구 비율이 28%나 된다. 정부가 비축물량 방출과 행정지도로 물가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 백수들은 고향에 갈 비용 마련이 부담스럽고 가족 친지 만나기도 면구스러워 귀성을 포기한 경우도 있다. 신규 일자리가 줄어 15∼29세 청년 실업률이 6.9%나 되고 고학력 미취업자만도 100만 명에 이른다.
다들 여유가 없으니 소외계층의 삶은 더 힘겹다. 명절 때면 사회복지단체에 답지하던 기부금과 후원 물품이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각종 보호시설을 찾는 방문객들의 발길도 뜸하다는 소식이다.
정치인들은 시장과 역, 터미널을 찾아 귀성 인사를 전하지만 민심의 소리에 정말로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벤트성 눈 맞추기가 아니라 경제를 살리는 해법을 내놓고,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희망을 달라는 것이 국민의 간절한 소망이다.
어제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둘러싸고 벌어진 행태를 보면 국민의 마음은 답답하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국민의 전기·가스요금 부담을 덜어 줄 추경예산안조차 처리하지 못하는 무력함과 지리멸렬함을 보였다. 지난날의 실정(失政)으로 지금의 경제 상황에 책임을 공유해야 할 민주당은 민생을 생각하기보다는 정부 여당 발목잡기에 몰두하는 형국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번 추석에 밑바닥 민심을 똑바로 살펴야 한다.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해석으로 민심을 왜곡하지 말고 겸허한 마음과 눈으로 봐야 한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연휴 뒤 일상으로 돌아오면 부디 고달픈 삶의 현장에서 들은 민성(民聲)을 국정과 의정(議政)에 반영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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