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관광객 안전 소홀히 한 현대아산 책임 크다

  • 입력 2008년 7월 14일 22시 46분


금강산 관광객 총격 사망 사건은 북한의 과잉대응에서 비롯됐지만 관광사업의 주체인 현대아산도 그 책임이 무겁다. 관광객 안전관리의 주 책임자로서 의무를 다하지 못했음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과거에도 이번과 같은 참극으로 번질 만한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있었지만 현대아산이 줄곧 쉬쉬하는 바람에 문제를 키운 측면이 있다.

5월 연수를 위해 금강산에 갔던 한 지방 공무원은 새벽 조깅 중에 실수로 금지구역에 들어갔다가 총을 겨눈 북한 초병에게 붙들렸다. 그는 북 초소에 30여 분간 억류돼 있다가 경고를 받고 풀려났다. 숙소로 돌아온 그가 현대아산 측에 이 사실을 알리자 현대아산 측은 그제야 “오전 6시 이전에는 그곳이 금지구역”이라고 가르쳐 주었다고 한다. 지난해 6월에는 도시빈민사회복지선교회 김홍술 목사가 금지구역 내 해변에서 바람을 쐬다 북 초병의 정지명령을 받고 20분 동안 서 있다가 풀려났다.

이번에 숨진 박왕자 씨와 함께 간 관광객들도 대부분 군사통제구역에 관해 안전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전한다. 박 씨와 동행한 친구들은 “다른 한 명도 전날 박 씨가 걸었던 곳을 산책했는데 경고판이 보이지 않아 금지구역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통제용 펜스가 해변 쪽으로는 32m나 설치돼 있지 않았고, 경고판은 반대쪽 끝부분에 꽂혀 있었다. 이 때문에 해변 산책객들은 금지구역임을 쉽게 알 수 없었다. 현대아산 측이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이번 같은 참극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고 보는 이유다. 현대아산은 비슷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북측에 따질 것은 엄격히 따지면서 철저한 안전대책을 세웠어야 한다.

현대아산은 박 씨의 참변 사실을 4시간 반이나 지난 뒤 북측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의 통보를 받고서야 처음 알았다. 현장 확인 후 통일부 보고는 왜 2시간이나 머뭇거렸는지 이해할 수 없다. 현대아산의 늑장보고는 정부의 초기대응 잘못을 부른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강산 사건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개성 관광과 현재 추진 중인 백두산 관광에서도 이처럼 안전문제를 소홀히 한다면 또 어떤 불행한 사태가 생길지 알 수 없다. 정부도 현대아산에 대한 감독을 게을리 한 잘못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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