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화제! 이사람]허정무 한국 월드컵축구대표팀 감독

  • 입력 2008년 7월 11일 03시 05분


“2002 한일 월드컵 때 이룬 4강의 기적은 대한축구협회와 국민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그 후 어느 누구도 그런 ‘환경’을 가져본 적이 없다. 감독은 신이 아니다. 하루아침에 뭘 만들어 낼 수는 없다. 움베르투 코엘류, 핌 베어벡 등은 좋은 감독이었다. 하지만 결국 희생양이 됐다. 이런 식으로 가면 또 그런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허정무(53)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형 대표팀 소집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에서 최종예선에 진출했지만 경기 내용이 좋지 않았다며 ‘뭇매’를 맞은 뒤 많은 것을 생각했다고 했다.

허 감독은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솔직히 3차 예선에서 팬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최종예선은 더 험난하다. 준비해야 할 게 많다. 철저히 무장을 하고 나가야 한다. 시간이 많으면 좋겠지만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이제는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 달라.”

허 감독은 “2-0으로 앞서다 2-2로 비긴 요르단과의 홈경기 상황이 또 온다면 똑같은 전술을 사용할 것이다. 왜 수비를 강화하지 않았느냐고 하는데 우리가 경기를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비수를 투입하기는 힘들었다. 이기지 못한 것에 대한 비난은 감수하겠지만 그렇다고 인간적인 모욕까지 주는 것은 참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일 월드컵을 위해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는 1년 6개월간의 시간을 줬지만 지금은 그때만큼 긴 소집훈련을 할 수 없는 상황.

“대표팀 소집 규정(원정경기 8일 전, 홈경기 5일 전)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내년 2월 11일 이란과 원정경기를 해야 한다. 10시간 가까이 비행기를 타고 가서 1300m 고지대에서 경기를 해야 한다. 현재의 소집 규정 시한은 너무 빡빡하다.”

소집 규정은 축구협회와 프로연맹의 협의로 변경이 가능한 사안. 하지만 프로 측에서는 “프로가 살아야 대표팀이 산다”며 프로 경기가 우선이 돼야 한다는 견해.

허 감독은 “프로도 살고 대표팀도 살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만일 한국이 월드컵에 못 나간다고 해 봐라. 프로는 어떻게 되겠는가. 새로운 한국형 대표팀 소집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은 1년 내내 훈련한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도 벌써 전지훈련에 들어갔다”고 덧붙였다.

허 감독은 “패배에 대한 책임은 감독이 전적으로 져야 한다. 하지만 최소한의 노력은 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한국은 아직 훈련을 통해 조직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영상 취재 :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양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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