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서승직]덜 쓰고 덜 버리는 친환경시스템 만들자

  • 입력 2008년 6월 20일 03시 01분


21세기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 속에서 많이 사용하는 낱말로 ‘친환경’을 들 수 있다. 또 친환경은 다른 낱말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친환경 농산물’, ‘친환경 도시’, ‘친환경 건축’, ‘친환경 에너지’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유행어를 만들어 내고 있다. 아마 친환경의 의미가 가지는 자연의 친근함도 있겠지만 삶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파괴된 믿을 수 없는 환경에서 심리적인 안심(安心)을 얻기 위함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친환경의 진정한 의미의 이해는 아직도 유행어에 비해 매우 추상적이다. 실제에 있어서도 사용된 자원의 가치만큼 친환경적인 삶을 구가하지 못하고 있다. 유한한 환경 용량의 상황에서 가용 에너지의 불가용 에너지로의 이동은 자원 고갈의 진행이며, 또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CO₂) 배출과 같은 제2의 오염으로 이어지고 있다.

‘환경과 에너지’는 우리의 삶이다. 에너지는 삶의 동력이며 환경은 삶의 그릇으로 에너지의 사용만큼 환경오염은 필연적이다. 누구도 이 현상을 막을 수는 없다. 다만 현상의 진행속도만을 늦출 수 있을 뿐이다.

우리는 에너지 빈국이지만 에너지 소비에서는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 요즘은 정작 제철에는 제철 과일을 맛볼 수가 없는 상황이 된 지 이미 오래다. 단지 과일을 몇 달 앞당겨 먹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조기 생산을 한 것이다. 옳고 그름은 가치로 따져 봐야 알겠지만 어쨌든 우리의 에너지 사용 문화의 한 단면이다.

현재 우리는 국내총생산(GDP) 1000달러를 생산하는 데 사용하는 1차 에너지가 일본의 3배 그리고 미국, 독일, 프랑스를 비롯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선진국의 2배 이상이 든다. 당연히 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환경오염도 3배 또는 2배 이상 가중되고 있다. 선진국들은 에너지 사용 효율이 높다. 이는 무엇보다도 사회 전반에 걸쳐 정착된 덜 쓰고 덜 배출하는 친환경 시스템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부는 2006년 ‘2030 에너지 비전’에서 현재 일본의 에너지 사용 효율 60% 수준으로 2030년에 에너지 강국으로 도약한다고 발표했다. 지금도 이 계획이 유효한지는 모르지만 결코 이 지표로는 에너지 강국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에너지 강국은 에너지 이용 선진국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1987년 대체에너지 기술 촉진법이 제정된 후 신재생 에너지를 개발한다고 했지만 2006년 기준 신재생 에너지 보급률은 2.26%로 OECD의 1980년대 초반 수준이다. 신재생 에너지 같은 자원의 개발은 국가가 사활을 걸고 추진해야 할 사업이지만 기본 기술도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신재생 에너지 시스템의 의무화 적용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부가가치가 큰 친환경 시스템의 구축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원천으로 어떤 신재생 에너지 개발보다도 더 중요하다. 그러나 신재생 에너지 시스템이나 친환경 시스템의 적용은 기본 기술력의 확보가 전제돼야 하며 반드시 정량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유가로 국민의 어려움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의 에너지 대책은 한시적이어서 시스템의 문화로 정착시키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의 고통은 더 큰 위기를 대비할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에너지 자원 개발도 필요하지만 더 절실한 것은 덜 쓰고 덜 배출하는 친환경 문화를 반드시 시스템으로 정착시켜야 한다.

서승직 인하대 교수·대한설비공학회 차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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