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만의]냉방 자제…플러그 뽑기…작은 실천 절실합니다

  • 입력 2008년 6월 4일 03시 01분


그린란드(Greenland)는 영토의 85%가 얼음으로 덮인 불모의 땅으로, 그 실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다. 10세기 말 바이킹족이 이 섬을 발견하고 이주민을 모으려고 숲이 우거진 낙원인 것처럼 묘사하기 위해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1000년이 지난 지금 기후변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그린란드가 본래 이름처럼 ‘녹색의 땅’으로 변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약 6만 명의 그린란드 주민에게는 기회일 수도 있지만, 그린란드의 얼음이 녹으면 세계 주요 도시가 침수되고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들은 사라질 것이라니 60억 인류에게는 암울한 소식이다.

5일은 환경의 날이다. 유엔에서는 올해 환경의 날 주제로 ‘습관을 바꿔요! 지구를 살리는 저탄소 경제로(Kick the Habit: Towards a Low Carbon Economy)’를 채택했다. 현 세대와 미래 세대의 운명이 걸려 있는 기후변화 문제를 과학적 연구와 논쟁의 영역을 넘어 실천 관점에서 접근하자는 취지다.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PC)는 제4차 평가보고서에서 기후변화는 ‘이미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며 ‘인간 활동에 따른 결과’라는 점을 실증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당장 이루어져야 하며, 그 방향은 인간의 생활습관과 문화양식을 개선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영국의 스턴(Stern) 보고서는 205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섭씨 2도 이내로 유지하기 위해 매년 전 세계의 국내총생산(GDP)의 1%를 비용으로 지불해야 하지만, 대응이 늦어지면 연간 피해비용은 세계 GDP의 5∼20%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기후변화에 하루빨리 대응하는 것이 환경뿐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현명한 투자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산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감축하는 방식은 불가피하게 산업 활동의 위축을 초래하기 때문에 신흥 개발도상국 등의 협력을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개인의 습관을 바꾸는 것, 즉 세계시민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통해 저탄소 경제로 나아가자는 올해 환경의 날 주제는 시사하는 점이 많다. 생활 속의 실천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수단은 관심을 조금만 기울이면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이산화탄소(CO2)로 대표되는 온실가스는 주로 석유, 석탄 등 소위 화석에너지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에너지 절약습관이 기후변화를 억제하는 일과 직결된다.

또 이런 노력을 통해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것이야말로 고유가 시대를 헤쳐 나가는 효율적인 수단이다.

각자의 생활습관을 되돌아보자. 겨울철에는 집 안에서 반팔 차림으로 생활하고, 여름철에는 과도한 냉방 때문에 긴팔 옷을 입고 있는 것은 아닌지. 대중교통은 철저히 외면하는 ‘나홀로 자가용족’은 아닌지. 나쁜 운전습관 때문에 추가로 기름값을 지불하는 것은 아닌지. 가전제품의 플러그만 뽑아도 전기료가 절약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귀찮아서 실천을 못하는 것은 아닌지….

개인 단위의 작은 실천이 모여 하나뿐인 지구의 건강수명을 늘려 나갈 수 있다. 환경을 지키고 개인 가계와 국가 경제에 두루 기여할 수 있는 일석삼조의 실천을 주저할 이유가 있는가.

유엔이 정한 환경의 날을 맞아 우리 모두 세계인의 실천 대열에 동참해 생활습관을 바꾸어 보자. 우리 세대를 넘어 후손들까지 지구라는 삶의 터전에서 쾌적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이만의 환경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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