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해 절반 놀아도 봉급 주는 서울메트로

  • 입력 2008년 5월 5일 22시 54분


서울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 직원 A 씨는 지난해 365일의 절반 가까운 171일을 근무하지 않았다. 토·일요일 휴무(104일)와 국경일(13일)에다 병가(28일), 보건휴가(12일), 연차휴가(14일)를 빠짐없이 쉬었다. 병가를 자주 내다 보니 동료의 업무 부담이 늘었다. 이 회사 인사팀장은 “감기 같은 가벼운 병에 걸려도 병가를 내는 직원들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직원들의 건강을 배려한다는 명분으로 병원 영수증만 제출하면 연간 30일간 병가를 쓸 수 있도록 한 노사협약이 ‘꾀병 환자’를 양산한 것이다. 민간기업에선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서울메트로는 지난해 1300억 원의 적자를 냈고 누적 결손금이 5조4000억 원에 이른다. 이런 부실은 고스란히 서울 시민 부담이지만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5243만 원으로 웬만한 대기업에 뒤지지 않는다. 정부 산하 공기업은 그나마 감시하는 눈이라도 많지만 지방공기업은 자치단체장의 의지가 없는 한 개혁 무풍지대에서 온존한다.

서울메트로는 A 씨처럼 근무태도가 불성실하거나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직원 94명을 퇴출 후보로 정해 ‘서비스 지원단’에 배치하고 2010년까지 정원의 20%를 줄이기로 했다. 서울시가 ‘공무원 철밥통’을 깨기 위해 도입한 현장시정지원단처럼 근무평가가 나쁘면 퇴출시키겠다는 것이다.

자선단체가 아닌 바에야 1년에 절반을 출근하지 않아도 업무에 지장이 없는 직원을 많은 봉급을 주고 고용할 이유는 없다. 노조는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며 반발하지만 기득권에 집착한 노조가 오늘의 사태를 자초했다. 회사 측이 불합리한 병가 규정을 고칠 수 있도록 특별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노조의 거부로 진척이 없었다.

서울시의 인사개혁은 일각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시 행정에 긴장감을 높이고 공무원들의 근무자세를 바로잡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무원 조직이 변하는데 공기업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서울메트로의 구조조정은 서울시 산하기관은 물론 전국의 모든 지방공기업으로 확산돼야 한다. 공공부문 개혁은 공기업이라는 견고한 요새에 숨어 놀고먹는 사람을 없애는 데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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