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미석 수석, 내정에서 辭意까지 77일

  • 입력 2008년 4월 28일 00시 15분


박미석 대통령사회정책수석비서관이 그제 오후 결국 사의를 표명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박 수석 인사(人事) 실패를 자성(自省)의 거울로 삼아야 한다.

2월 10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수석비서관 내정자들을 직접 발표하면서 “능력 있고 국가관이 투철하며 활기에 찬 사람들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베스트 오브 베스트의 기준에 맞는다고 생각해서 같이 일하게 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렇게 선택받은 박 수석이 논문 표절 시비와 농지 투기 의혹으로 두 차례나 분란을 일으켰다. 이 정도라면 처음 퇴진이 거론됐을 때 물러나게 했어야 옳았는데도 그냥 넘어가는 바람에 이 정부는 국정 운영의 어려움을 자초하고 말았다.

박 수석이 내정자로 발표됐을 때 많은 국민은 발탁 배경을 궁금해했다. 국가의 복지 노동 환경정책 등을 총괄하는 사회정책수석 자리에 별 실적도 없는 40대 가정학 전공 교수가 내정된 것을 선뜻 납득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가 이 대통령 및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원장과 함께 소망교회에 다니고,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시절 그를 서울복지재단 초대 대표이사로 임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궁금증이 일부 해소됐다. 그 밖에도 연고성(緣故性)이 짙은 인사였다.

언론과 정치권의 인사 검증이 시작되면서 박 수석은 논문 표절과 중복 게재 의혹에 휩싸였다. 심한 사퇴 압박을 받았지만 그는 적극적인 ‘해명’으로 버텼다. 그 과정에서 거짓말 논란까지 일었고,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이 도마에 올랐지만 이 대통령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박 수석이 이번엔 땅 투기와 농지법 위반, 자경(自耕)확인서 조작 의혹까지 받았다. 그가 청와대에 제출한 자경확인서는 법적 효력이 있는 공식 문서도 아니고, 사실과 부합하지도 않았다. 박 수석의 집이 있는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서 영종도까지 고속도로 통행료를 내며 자동차를 타고 가 1353m²(409평)의 땅에 농사를 지었다는 것부터 상식 밖이다.

청와대의 대응도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사전 검증은 고사하고 대신 농사를 지어준 주민이 “논 주인은 농사일을 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데도 청와대는 현장 확인조차 하지 않고 허위 사문서를 그대로 발표했다.

박 수석 내정부터 사의 표명까지 77일을 돌이켜보면 이 정부의 인사 전체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게 된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깊이 성찰하면서 다시는 이런 인사실패를 되풀이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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