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도구에 중독되거나 타인에 대한 괴롭힘 같은 폐해가 나타나면 문제가 된다. 중독의 경우, 대부분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우울증, 반사회적 인격 장애로 나타나며 폭력을 당한 피해자는 자살까지 할 수 있다.
2학기부터 휴대전화나 인터넷의 ‘악플’ 같은 미디어 도구를 이용한 사이버 폭력도 새롭게 개정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서 학교폭력의 범주에 속해 처벌 기준이 마련됐다. 사실 이런 사이버 폭력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됐고 최근 몇 년 동안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 감시가 확대되면서 오히려 사이버폭력이 크게 늘었다.
학교 현장에서는 휴대전화나 메신저 등을 통해 타인에 대한 험담이나 거짓 소문 퍼뜨리기, 위협 및 협박 등은 이미 그 정도가 지나쳐 학생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 교사들에게까지 무차별로 공격한다.
개정된 학교폭력 관련 법률은 그동안 피해자들이 병원비 문제로 고통을 당해왔지만 그 책임 소재가 법률적 소송으로 가려지는 것을 한 단계 앞당겼다. 학교 내에서 치료비의 책임 소재를 가해자로 분명히 지칭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개정안에는 학교와 교사의 책임이 빠져 있다. 또 사안에 따라 피해자가 원인을 제공할 경우도 있는데 무조건 가해 학생 측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후 치료비 부담을 둘러싼 법률소송이 자칫 증가할 수도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결국 이번 개정안은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효과는 있을지언정 가려운 병을 낫게 해 주는 효과는 미약하다’고 볼 수 있다.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대책은 예방과 사후지도에 있다. 2004년 학교폭력 관련법이 제정된 이후 학교 내에서는 예방교육을 1년에 1회 이상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예산과 학교 측의 이해 부족으로 강당에 전 학년을 모아 놓고, 혹은 교내 방송으로 실시하는 50분 교육을 통해 1년간의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한방’에 끝낸다. 부끄럽지만 우리나라 학교폭력 예방교육의 현주소다. 사후처리는 더욱 심하다.
서울 경기 지역과 몇몇 지방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학교폭력 관련 전문상담기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관련 학생들에게 심리치료나 교정교육을 하려고 해도 보낼 곳이 없다는 이야기다. 대도시를 제외한 일선 학교가 모두 이런 상황에 처해 있다. 이 와중에 사이버폭력도 학교폭력의 범주에 들어 일선 학교에서는 대책마련만 하나 더 추가된 셈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전국적인 학교폭력 상담기관과 국가가 운영하는 심리치료 및 교정기관 설립이 명시돼야 했다. 이것이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때 내놓은 교육정책 비전 중 ‘바른 인성 책임교육제’ 정책과 부합한다.
지난해 교육인적자원부가 실시한 정책 가운데 ‘학교폭력 SOS 상담지원센터’ 사업은 연간 1만5000여 명의 학교폭력 피해·가해자와 학부모의 갈등을 해소했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관련 공무원의 ‘눈치 보기’로 사업 시행이 중단돼 안타까울 뿐이다. 대통령의 정책을 공무원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국민은 누구에게 대통령의 정책을 물어봐야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우리 사회는 아이들에게 “무조건 안 된다” 식의 부정적 접근을 하고 있지는 않는가. 좀 더 근본적으로 학교 내 평화를 만드는 일에 적극 개입하여야 할 것이다. 이런 개입은 기다려 줄 시간과 국가 차원의 투자가 필요한 일이다.
신순갑 서울시립청소년 미디어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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